연중 제2주일 강론

미사 전 도입말

오늘 소년 사무엘은 주님의 음성을 듣고 야훼 하느님을 만납니다. 그리고 그의 인생은 완전히 변화됩니다. 오늘 세 명의 젊은이가 예수님을 만납니다. 그리고 그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그분을 따라 나섭니다. 예수님과의 만남을 통해 그들에게 새로운 삶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처럼 주님과의 만남은 우리를 변화시킵니다. 늘 우리 곁에 계신 주님을 만나는 열쇠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아닌가 싶습니다. “무엇을 찾고 있소” 우리는 지금 진정 무엇을 찾으며 살고 있습니까!

오늘도 주님께서는 우리를 만나기 위해 우리 곁에 찾아오십니다. 우리가 진정 주님의 뜻을 찾으며 살아갈 때 성령께서는 우리가 주님을 뵐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실 것입니다.

미사를 드리기에 앞서 주님을 찾지 못했던 우리의 마음과 우리의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주님의 자비를 청하도록 합시다.

“무엇을 찾고 있소!”

- 참된 만남을 위한 열쇠 -

우리는 매일 누군가를 만나며 살아갑니다. 길거리에서 그저 스쳐가는 만남이 있는가 하면, 보고 싶어 간절히 원하는 설레는 만남도 있습니다. 일 때문에 만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냥 함께 하는 것이 좋아서 만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항상 좋은 사람과 좋은 일들만 만나며 살아가고 싶은 것이 우리의 바램이지만, 인생의 여정에서는 어김없이, 그리고 느닷없이 나타나 상처와 고통을 주는 만남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만나서 상처받고 힘겨워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운명처럼 다가와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결정적인 만남도 있습니다. 때로는 처음에는 참 좋은 만남이었다가도 세월이 흘러가면서 힘에 겨운 만남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고통과 도전은 우리를 움츠려들게도 하고 크게 성장하게도 해 줍니다. 아무리 홀로 산다 하더라도 만남을 이루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삶입니다. 심지어 홀로 있을 때조차 자기 자신의 내면과의 만나게 되기 때문이죠.

나아가 우리 신앙인의 삶의 목표도 결국은 하느님을 만나 영원히 함께 하는 것일 겁니다. 나의 내면에 계신 하느님, 사람들 안에 계신 하느님, 그리고 고통과 번민 가운데조차 늘 함께 하시는 하느님을 만나 그분과 함께 그분의 뜻에 따라 살아가가는 것이 우리 인생여정일 것입니다. 이처럼 만남은 우리의 삶과 신앙에 있어 참으로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오늘 독서와 복음에 비추어 참된 만남을 위한 열쇠이라는 주제로 함께 묵상해 보고자 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소년 사무엘은 야훼 하느님의 음성을 듣게 됩니다. 하지만 어린 사무엘은 이를 알아듣지 못하고 스승 엘리의 도움으로 비로소 그것이 주님의 부르심임을 알게 되고 이에 응답하게 됩니다. 우리 역시 살아가면서 늘 우리 곁에 계신 주님의 소리를 잘 알아듣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것은 주님을 찾지 않고, 주님과 함께 머물지 못하기 그분께서 우리 앞에 우리 곁에 걸어가셔도 그분을 알아 뵙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복음의 요한처럼 속죄를 위해 대신 희생당해야 할 고통의 “어린양”이신 예수님을 “눈여겨보지” 못하고, 현세의 안위와 자신에게 복을 가져다 줄 주님만을 바라기 때문에 그분의 음성을 듣지 못하고 그냥 스쳐 지나 보내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바쁘고 메말라 있어 “메시아를 만났다”는 소리보다는 “복권에 당첨되었다”는 소리를 더 반가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당신을 따라 오는 젊은이들에게 “무엇을 찾고 있소?”라는 예수님의 질문은 지금 우리가 그분을 만나는 데에 있어 열쇠가 되는 듯합니다. 우리가 찾는 것을 만나고, 우리가 갈구하는 것을 얻게 되기 때문입니다. 현세의 안위와 복을 찾고 있다면 십자가를 통해 우리를 구원해 주실 예수님을 만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에 우리 자신은 지금 무엇을 찾으며 살고 있는지 자문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 수도자들과 신자들이 진정으로 하느님을 찾으며 그분과 함께 그분의 뜻을 실천하며 살아갈 때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예수님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엘리가 사무엘에게, 세례자 요한이 두 제자에게, 그리고 두 제자가 시몬 베드로에게 주님을 알려 주었듯이 그렇게 우리를 통해 사람들이 “주님을 만났소!”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니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하느님과의 참된 만남, 그리고 사람과의 진정한 사랑의 만남은 우리를 변화시켜 주고 우리를 그분 나라에 살게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은 그것을 갈망하면서도 삶은 하느님께 대한 원망과 사람들에 대한 실망과 좌절로 얼룩지곤 합니다. 우리를 통해 예수님을 만나게 되면 좋겠는데 때때로 우리로 인해 사람들이 예수님을 떠나게 하기도 합니다. 힘겨운 만남에서 오는 상처 때문에 스스로 모든 관계를 단절하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느님과 우리 자신, 우리와 우리 주변의 사람들, 그리고 우리 자신의 내면과의 진정한 만남과 일치를 위해서는 제자들이 그러했듯이 자기가 부서지는 좌절과 고난의 여정이 필요한가 봅니다. 메시아를 만났다고 기뻐하며 모든 것을 버리고 그분을 따라 나섰던 제자들도 그분의 마음과 진정 일치하기 까지는 오해와 실망, 스승의 죽음과 배반을 겪어야만 했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성령이 제자들 가운데 임했을 때 모든 것이 달라지고 진정 예수님과 하나가 됩니다. 메시아를 기다리며 4000년을 고대했던 이스라엘 백성들, 하느님을 찾기 위해 수행과 사랑의 삶을 살았던 지난 2000년간의 많은 성인들의 삶이 이를 증명해 줍니다.

따라서 우리의 인생 여정의 다양한 만남에서 겪게 되는 힘겨움과 상처들, 좌절과 아픔들도 성령의 은총을 통해 참된 주님과의 만남으로 인도되는 다리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됩니다. 비록 나와 함께 살고 있는 형제들이 힘에 겹더라도, 나를 만나 함께 살고 있는 남편이나 아내, 부모나 자식들이 원망스럽더라도 우리 각자가 주님을 찾고 주님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주님 곁에 머물 때 성령께서 우리를 새롭게 변화시켜 주실 것입니다. 주님 아닌 다른 것에 걸었던 모든 것이 산산 조각 난 다음, 진정으로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일러 주실 것입니다. 그때 듣게 되는 주님의 소리는 우리의 뼛속과 심장에 새겨지는 사랑과 평화의 소리요, 주님과의 참된 만남이 이루어지는 때일 것입니다.

주님의 반석위에서 주님께서 가신 길을 뒤따를 때 주님의 성전이 우리를 통해 세상 사람들이 주님을 느끼고 그들과 함께 그분이 와서 보라고 하신 당신 나라에서 영원히 함께 머물 수 있을 것입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는 끊임없이 무한히 크신 주님을 찾고 또 찾아야 합니다. 우리 안에 우리 자신이 모두 사라지고 주님이 가득 들어오실 수 있도록 그분을 갈망하고 또 갈망해야 합니다. 그렇게 우리가 주님과 하나될 때 우리는 영원히 주님을 뵈오며 참된 평화 가운데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수도원은 바로 그렇게 주님을 찾고 만나는 곳입니다. 수도원이 하느님의 집, 하느님의 성전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이 먼저 하느님의 성전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 공동체에, 그리고 우리 각자에게 오늘도 물으십니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찾고 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