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으로 올렸습니다. 이번엔 음질이 참 좋으네요, 동영상보기를 클릭하면 영상과 음성으로 강론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전교 주일 강론(2008년 10월 19일)

나의 복음화 : 첫번째 전교대상은 바로 나 자신

미사 전 도입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은 연중 제29주일이자 전교 주일입니다.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라는) 주님의 지상명령에 따라 교회 본연의 사명인 선교, 즉 복음화에 대한 의식을 일깨우고, 전교 활동을 하고 있는 선교사와 전교 지역을 돕기 위해 마련된 날입니다.

오늘 전교 주일을 맞아 우리 각자는 우리 수도공동체 혹은 가정 공동체의 복음화와 나 자신의 복음화가 바로 세상의 복음화의 기초가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더 상기하고 주님께서 전해 주시는 기쁜 소식을 온 삶으로 전할 수 있도록 마음을 새롭게 하도록 합시다.

주님의 말씀과 몸과 피가 우리 안에 스며들어 우리가 그분의 몸과 피로 변화되고 복음화되는 이 신비로운 파스카의 잔치를 거행하기에 앞서, 그분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하며 옹졸하고 배타적이고 위선적인 우리 마음에 그분의 자비를 청하도록 합시다.

<전교 주일 강론>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8,16-20

그때에 열한 제자는 갈릴래아로 떠나 예수님께서 분부하신 산으로 갔다. 그들은 예수님을 뵙고 엎드려 경배하였다. 그러나 더러는 의심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다가가 이르셨다.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찬미 예수님!

저는 지난 몇 년간 남자 수도회 장상협의회 사무국에서 일하면서 참 많은 사람을 만나고 남녀 수도회를 비롯한 많은 단체들을 접해왔습니다.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가운데에서도 자기 삶에 소신을 갖고 기쁘고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보면 참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속한 공동체도 덩달아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됩니다. 전화도 잘 받지 않고, 불친절하며 억지로 힘겹게 짜증 섞인 말들을 늘어놓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 사람뿐만 아니라 그 사람이 속한 공동체도 이상하게 부정적으로 보이게 됩니다. 그런 수도원이나 수녀원은 대부분 성소자도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다행히 우리 수도원 문간에 전화를 하면 항상 친절하고 상냥하게 전화를 받고 또 손님도 맞아 주어서 참 기쁩니다.

이렇게 공동체의 한 사람 한사람이 어떻게 살아가느냐 하는 것이 공동체 전체에 참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규모가 크고 웅장한 건물을 가지고 많은 사업을 한다 하더라도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서로 통하지 않고 기쁨과 평화가 없다면 껍데기뿐일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곳을 찾지 않습니다. 이는 교회 공동체나 수도원, 가정에도 바로 적용되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사제와 신자들이, 장상과 수도형제들이, 가장과 자녀들이 서로 갈라져 있다면 그 공동체엔 날마다 분쟁과 비판, 원망과 무관심의 상태가 이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공동체가 비록 어렵고 힘들다 하더라도, 하느님께 의지하며 어려운 형제들을 외면하지 않고 기쁘고 밝게 사는 한 사람의 삶이 그 공동체를 다시 살리는 역할을 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때때로 일에 지쳐, 사람에 지쳐 있을 때 선배 수사님께서 해 주시는 따뜻한 미소와 격려는 다시금 일어설 수 있는 큰 힘이 되기도 하듯이 말입니다.

어쩌면 선교도 이와 같지 않을까 싶습니다. 비록 우리 각자는 부족한 점이 많지만, 나름대로 주님께 의탁하며 주님의 말씀대로 자유롭고 기쁘게 사는 삶이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매일 매일의 삶을 통해 주님의 복음이 우리 안에 스며들어 우리가 기쁜 소식을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그냥 그렇게 향기가 되어 전해 질 때 그것이 참된 선교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것은 우리와 낯선 땅에서 선교하는 이들에게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현지인들에게 직접적으로 예수님을 이야기하는 시대는 이제 지나갔습니다. 자기의 문화나 종교를 이식하는 것이 선교가 아니라, 그 지역 사람들의 문화와 생각을 복음화시키는 것이 우리 시대의 선교일 것입니다. 굳이 예수님에 대해 말하지 않더라도 주님께 받은 사랑을 나누어 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때 자연스럽게 그들에게도 나와 같은 믿음이 생겨날 것입니다. 마치 장상이나 가장이 일방적으로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기를 강요하며 순명을 외치던 시대가 지나고 서로가 영적 동반자로서 존중해 주고, 군림이나 지시보다는 섬김과 이해를 실천할 때 신명나는 공동체가 되듯이 말입니다.

요컨대 선교의 핵심은 “나의 복음화”입니다. 내가 있는 자리가 수도원이든, 가정이든, 한국이든, 외국이든, 가난한 곳이든, 부유한 곳이든, 내 삶의 원동력을 예수님으로 삶고 그분과 함께, 그분의 일을 하며 그분 안에서 참된 기쁨과 평화를 누리며 살아갈 때 선교는 저절로 됩니다. 성소자들도 저절로 생겨납니다. 우리 각자가 복음의 정신대로 충실히 살아 갈 때 우리의 삶을 보고 우리가 예수님의 제자라는 것을 알게 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다시금 상기하며 그 말씀을 조금이라도 실천함으로써 적어도 우리 스스로가 다른 이들이 예수님께 나아가는데 걸림돌이 되지는 말아야겠습니다.

그런데 “나의 복음화” 그게 참 말처럼 쉽지 않다고들 이야기를 합니다. 실제로도 그런 것 같습니다. 매일 기도를 하고, 미사를 드리고, 명상을 하며 주님의 말씀대로 살아가기를 노력하지만 어느 새 내가 만들어 놓은 틀과 가면에서 조금만 어긋나면 쉽게 평화를 잃어버리는 것은 아직 도를 덜 닦아서 그런가 봅니다. 나를 다 비워내고 주님께서 내 안에 들어오도록 하기 위해서는 버림의 고통과 인내가 필요한데, 우린 좀처럼 고통 앞에 인내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처럼 산다는 것이 그저 벽에 걸려 있는 빗바랜 액자처럼 그렇게 늘 바라보고 생각만 할 뿐 나의 삶이 되지 못하는 것은 일생동안 어깨에 짊어진 무거운 짐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강론을 하면서 ‘사람들은 강론을 통해 절대 변화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어느 선배 신부님의 이야기처럼 그렇게 우리는 무덤덤하게 거룩한 것에 익숙해져 있고, 나의 변화는 머릿속에서만 맴도는 희망 사항이 되어 버린 듯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길을 걸어 가야합니다. 그분의 충만으로 나의 어둠이 사라질 때까지, 나의 어둠이 아무리 짙어도 나를 안아 주시는 그분의 자비와 사랑을 믿고 그분이 보여 주신 그 길에서 쓰러지고 넘어지면서도 다시 일어나 묵묵히 그 길을 걸어 가야합니다. 다시금 해가 뜨면 기도를 드리고 미사를 봉헌하며 말씀과 살과 피를 통해 정화되고 무장해서 하루를 주님께 봉헌하고 마주 오는 매 순간 순간을 기쁨과 감사로 살아가야 합니다. 그렇게 하루 하루 살아가다 보면 어느 틈엔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삶이 예수님의 향기가 되리라 믿으며, 있는 모습 그대로를 주님께 내어 맡겨 드려야 할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주님의 은총으로 나의 복음화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비록 실수하고 잘못하며 쓰러지더라도 주님의 자비를 믿으며 주님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는 순수하고 진솔한 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교의 첫 번째 대상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전교주일을 맞아 오늘 복음 말씀을 다시금 우리 자신에게 던지며 강론을 마칠까 합니다.

“너희는 너희 내면 안으로 깊이 들어가서 너희 자신을 참다운 나의 제자가 되게 하고,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받은 세례를 새롭게 하며,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먼저 지키고 실천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으리니 제발 나와 함께 살아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