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2주일 강론

“하느님의 일과 사람의 일"

미사 전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은 연중 제22주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사람의 일과 현세의 일에 동화되지 말고 하느님의 일에 마음을 쓰며 살라고 뼛속 깊숙이 당신 말씀을 넣어 주십니다. 하느님의 일, 곧 사랑을 통해 하느님 나라를 살기 위해서는 당신께서 십자가에서 목숨 바쳐 자기희생으로 사랑을 완성하셨듯이, 우리 역시 참된 생명으로 건너가기 위해 자기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지고 사랑의 길을 걸으라 하십니다. 사랑의 길과 십자가의 길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입니다.

오늘 주님께서 당신 희생을 통해 완성된 이 신비로운 잔치에서 당신께서 몸과 피를 나누어 주시듯 우리 역시 주님께서 걸어라 하신 참된 사랑을 위한 십자가의 길을 잘 걸어가고 있는지 잠시 반성하며 주님의 자비를 청하도록 합시다.

강론

"사탄아! 물러가라! 너는 나에게 걸림돌이다.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들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아마 오늘 복음을 접한 많은 분들이 이 대목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세상의 일에 쫓기며 하느님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반성하기도 하고, 또 어떤 분들은 그 말씀이 듣기는 좋은데 실천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도 할 것입니다. 실재로 하느님의 일만 생각하며 세상살이 하다가는 망하기 십상이라고, 그래서 적당히 타협하며 살 수밖에 없는 게 어쩔 수 없는 인생이라고 느끼는 분도 계실 겁니다. 열심하다는 신자들은 수도 없이 “나 중심에서 하느님 중심으로 건너가는 삶을 살아야 하고, 자신을 버리고 십자가를 지고 가야한다”고 듣고 배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막상 자신에게 시련이 닥치면 “왜 하필 나에게 이런 고통이 주어지는 걸까? 열심히 성당 다녔는데! 교회를 위해 봉사하고, 기도도 많이 하고, 교무금도 잘 내고 했는데, 왜 우리 가정에 이런 불행이 계속 닥치는 걸까? 하느님이 계시지 않은 것은 아닐까?”라고 말하며 하느님을 떠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성당에 다니면 좋은 일이 많이 생기고 마음의 평화를 얻고 우리 가족이 모두 평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그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마음 안에 자리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오늘 복음의 베드로 사도도 함께 동거 동락하던 자신의 스승이, 그리고 얼마 전에 그리스도이며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고백했던 그분이, 로마의 압제에서 해방시켜 주고 새로운 나라를 세워 자신에게 그 나라의 열쇠를 주시겠다는 그분이, ‘돌아가신다’고, 그것도 ‘많은 고난과 시련을 겪고 돌아가신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이를 말리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말해, 만약 자신이 가장 믿고 따르는 분이 조금 있으면 고통을 겪다가 죽을 것이라고 말하면, “예 그러십시오. 당신의 죽음이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라고 말할 사람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안됩니다. 결코 그런 일이 닥치지 않도록 제가 돕겠습니다.”라고 베드로처럼 말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베드로 나름대로 예수님을 위하는 그 마음을 조금도 배려하지 않으시는 듯, 단호하게 질책하십니다. “사탄아 물러가라” 라고 말입니다. 얼마나 놀랐을까요? 만약 우리보고 예수님께서 “사탄아 물러가라” 한다면 “어찌 스승님께서 저런 심한 말을 할 수 있을까! 남을 배려할 줄도 모르고 이토록 자비가 없는 사람을 내가 더 이상 따라 다닐 필요가 있을까!”하며, 너무 실망스러워 수도원을 떠나거나, 냉담하게 될 것 같습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사실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면서 ‘하느님의 일’과 ‘사람의 일’ 사이에서 자주 긴장과 갈등을 하며 살아갑니다. 심지어 ‘하느님의 일’을 가장해 ‘사람의 일’을 하는 경우도 보게 됩니다. 때때로 어느 것이 ‘하느님의 일’이고 어느 것이 ‘사람의 일’인지 분간하지 못할 경우도 많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인간적으로 볼 때, 스승의 죽음을 염려하고 걱정하는 베드로 사도의 모습은 지극히 평범한 우리의 일상 안에서 쉽게 벌어지고 있는 일일 것입니다. 사람이 살기를 바라고, 우리 가정, 우리 수도원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예수님께서는 이런 우리에게 새로운 하느님 나라의 삶을 소개해 주십니다. 더 큰 사랑을 위해, 자기 자신을 희생하는 ‘고통과 십자가’를 거칠 때 오히려 ‘새로운 참된 생명’에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가르쳐 주십니다. 그리고 그것이 하느님의 사랑방법이고 그 길을 따르고자 하는데, 방해하는 것이 바로 사람의 일이라고 질책하시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사탄아 물러가라”라고 말씀하시는 베드로를 향한 질책을 가만히 묵상하다보면 어쩌면 그 말씀이 베드로를 향하기보다는 당신 내면을 향해 소리치는 유혹자, 사탄에게 하는 말씀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은 당신의 수난 앞에 “아버지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소서.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 뜻대로 하소서.”라고 게세마니 동산에서 밤을 새워 피땀 흘리며 기도하시는 모습을 통해서도 엿 볼 수 있습니다. 당신 안에 있는 유혹자의 손길이 베드로를 통해 표현되었고, 인간적으로 볼 때는 참 알아듣기 힘들지만, 사람의 생각을 뛰어 넘어서는 하느님 아버지께 자신을 맡기고자 하는 원의가 “사탄아 물러가라”라고 강하게 표현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오히려 베드로의 평범한 인간적인 염려를 통해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의 의지를 더욱 확고히 하시고 “하느님 나라를 향한 십자가의 삶과 마지막 날의 상급”을 이야기하심으로써 베드로를 비롯한 당신 제자들을 세상의 논리를 초월하는 하느님의 나라의 삶의 방식을 가르치고 계신 듯 합니다. 베드로의 머리 속에 있는 물리적인 새로운 나라가 아니라, 영적인 새로운 나라와 메시아관을 심어주시고 계신 것입니다. 그리고 베드로 사도도 부활한 주님을 체험한 후 오늘 들은 진정한 이 새로운 나라의 의미를 깨닫고 예수님처럼 목숨 받쳐 그 나라를 증거 하게 됩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 가운데에는 십자가를 거쳐 부활한 주님을 몸소 삶에서 체험하여 이미 그분 나라에서 그분의 일을 중심에 두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아직 십자가의 두려움 앞에 사람의 일을 찾으며 자신이 보기에 좋은 것들만 바라며 우물 안에 갇혀 살아가는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신앙인들은 하느님의 일과 사람의 일 사이를 오고 가며, 나약한 자신에게 실망하고 하느님의 자비와 도움을 청하며 살아가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그래서 마음속에는 하느님을 중심으로 살고 싶은데, 현실의 십자가 앞에 쉽게 타협하는 이런 우리에게 용기와 힘을 주시기 위해 오늘 주님께서는 강한 처방을 하신 듯합니다. 우리에게 유혹이 찾아올 때 우리도 주님처럼 단호하게 “사탄아 물러가라! 나는 하느님의 일을 선택하겠다. 그리고 이제 내가 주님을 대신해서 십자가를 지겠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작은 악습에서부터, 일상의 작은 유혹들에서부터 우리의 단호한 결단들이 이어질 때, 우리 삶의 십자가는 하느님 나라로 건너가는 디딤목이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의 권고를 받아들여 “주님 이제 저희가 현세에 동화되지 않고 정신을 새롭게 하여 저희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힘을 주소서.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지,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하느님 마음에 들며 무엇이 완전한 것인지 분별할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라고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복음을 통해 우리는 예수님께서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셔서 우리에게 당신 나라에서 사는 법을 알려 주심을 깨닫게 됩니다. 때때로 베드로에게서처럼 그것은 자신의 메시아관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고통과 시련으로 다가 오기도 하지만, 주님의 더 크고 깊은 사랑을 믿으며 그분께 우리의 나약함을 맡겨 드리고, 있는 그대로의 우리를 주님께 내어 드릴 때 그분 나라의 참된 의미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또한 살아가면서 베드로 사도처럼 아무 것도 모르고 인간적이고 어설프게 주님께 말해 혼나기도 하고 실수도하고, 죄도 짓고 하지만, 주님께서는 우리의 약함을 통해 더 큰 일을 하심을 굳게 믿고 그분 곁에서 그분을 떠나지 않고 순박한 믿음의 마음으로 십자가를 지고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하느님의 더 큰 사랑을 믿으며, 일상의 십자가를 지고 굳건히 그분을 따라 갈 때, 그리고 우리 곁에서 자신의 십자가에 겨워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주님을 대신해 다가가 함께 그 십자가를 져 줄 때, 주님께서 당신 나라의 더 큰 행복과 기쁨을 지금 여기에서부터 맛보게 해 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