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중독 일반에 관하여

강사 : 이우갑 신부님(원주교구)

들어가는 말

"나는 내가 해야 하겠다고 생각하는 선은 행하지 않고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악을 행하고 있습니다. 그런 일을 하면서도 그것을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결국 그런 일을 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내 속에 들어 있는 죄입니다. (로마서 7,19~20)”

<이야기 1>

"신부님 도와주세요, 제 안에 괴물이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도박 때문에 가산을 탕진하고 그것도 모자라 빚더미에 올라 결국 이혼까지 한 어떤 분이 전화로 하소연 하면서 하시던 말씀입니다. <제 안에 괴물이 살고 있어요>. 중독, 바로 우리 안에 자리잡고 있는 괴물입니다.

<이야기 2>

"오늘도 아버지는 술을 마시고 들어와 어머니를 때립니다.", "어느 날 저도 아버지와 똑 같은 모습인 것을 알았습니다.", 알코올중독의 아버지를 두었던 어떤 신학생. 천성은 순박하고 성실하며 신앙도 깊고, 이웃에 대한 사랑도 한없이 깊었지만 술만 마시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변합니다. 결국 정학에 정학을 반복하다가 신학교에서 쫓겨났고 성소에 대한 열망으로 수도회를 전전했지만 번번이 같은 문제로 중도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그 신학생이 오랜만에 전화를 하였습니다. "신부님, 저 서품 받게 되었습니다. 물론, 술, 완전히 끊었고요. 옛 고향 본당에서 첫 미사를 드리며 고백합니다. 예전의 저는 죽었습니다, 저는 이제 다른 사람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극단적인 사례라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한국사회는 단적으로 <중독의 사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06년 기준으로 알코올 중독자는 거의 400만으로 추산하고 카지노와 로또, 경마의 열풍을 타고 도박중독자 역시 300만에 달하고 있습니다. 약물 중독자 100만 명, 그리고 카드신용 불량자가 400만 명중 대부분은 쇼핑중독과 소비중독에 빠져있는 사람들이다. 심지어 웰빙 열풍으로 건강과 운동에 대해 관심이 늘어가고 있는 사람들 중에 운동중독이 7%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바야흐로 중독자 1000만 시대에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인터넷 중독, 게임 중독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라 아예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이제 중독의 물결, <괴물>은 교회 안에도, 심지어 사제들과 수도자들 안에도 깊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연수회건 피정이건 자리에 앉기만 하면 화투판을 펼치거나 카드를 꺼내는 모습, 대화의 자리는 무조건 술자리여야 하고 저녁이면 습관처럼 술을 마셔야만 하루를 마칠 수 있는 사람들, 독방의 고독이 오히려 방해 없이 인터넷에 몰입하는 피난처가 되는 사람들. 그뿐 아니라 자신이 무조건 중심이 되어야 하는 과도한 책임감의 중독. 인정받지 못하면 불안해하는 애정 중독. 심지어 자신을 찾는 신앙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종교중독 까지 오늘날 우리들의 일상과 관계, 교회의 생활 안에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중독의 괴물이 너무도 크게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오늘 이 시간이 우리 안에 그리고 공동체 안에 자리잡고 있는 중독이라는 <괴물>의 실체를 알아보고 여러 다른 도움을 통해 건강한 내 자신을 다시 찾고 사랑의 공동체로 다시 회복되기를 바라는 회개의 과정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하느님께서 저희와 함께하시면서 저희를 도와주시기를 청합니다.

* 중독(中毒)은 입장 혹은 정도나 상황에 따라 몰입, 의존증 등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몰입은 그 결과가 보다 긍정적인 경우에, 그리고 의존증은 증상자체를 말할 때의 표현이며 통칭 통제 불능과 의존의 증상이 함께 합쳐진 병리적인 상태를 중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의견에 따라 <긍정적인 중독>도 있다고 말할 수 있는데, 그런 경우를 흔히 <몰입>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늘 주제는 긍정적인 중독에 대한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중독으로만 국한합니다.

** 오늘 우리의 주제인 <중독>은 '끊지 못하게 되는 일'인 중독에 관한 것입니다. 생체가 음식물이나 약물, 기타 물질의 독성에 의하여 생체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현상도 '중독'이라 부르며 예를 들면 식중독, 연탄가스 중독, 수은 중독 등 중금속 중독, 가스중독, (조금 다르지만) 임신 중독 등이 있습니다.

A. 중독과 그 회복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

1. 중독의 사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중독자>라고 하면 마약 중독자, 도박 중독자를 쉽게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전문가들은 인간은 그 무엇에도 ‘중독’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터넷 중독, 게임 중독은 예전의 알코올 중독보다 더 흔한 일이 되었고 그 외에도 예를 들면 흔하게 보는 운동중독, 골프나 마라톤, 헬스 중독의 예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만이 아니다. 일 중독, 책임감 중독, 성(性) 중독, 쇼핑 중독, 애정 중독, 종교 중독 등 인간의 거의 모든 활동에는 중독의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이른바 마니아라고 하는 분들의 모습, 오디오, 카메라, 자동차 튜닝, 명품 등에 집착하는 것도 엄격하게 보면 중독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긍정적으로는 <몰입>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그 외에도 글쓰기 중독, 미인대회 중독, 고시중독, 드라마 중독, 운세중독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중독 증후군이 있다)

이렇게 보면 중독은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문제이다. 그러나 사회는 중독 문제에 관하여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중독에 대한 의문점은 많다. 중독은 모두 해로운 것인지, 혹은 중독을 이롭다고도 말할 수도 있는 것인지, 또 중독은 개인적인 문제인지 아니면 사회적인 문제인지, 질병인지 아니면 도덕적인 문제인지 등에 대한 의문들이 있다. 물론 그 어느 것도 단순하게 정의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애당초 중독이라는 것이 단순하게 한가지 원인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중독은 심리학적, 생화학적, 신경학적, 영적 요인들의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일어나고 그에 따른 부작용도 그만큼 다양하며 따라서 그 치유 방법 역시 한가지로만 국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의학, 심리학 분야가 가장 우선되는 치료의 방법이겠지만 인지치료, 자조 프로그램에의 참여 등 여러 다른 효과적인 방법들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가장 근본적인 치유는 <영적인 치유>임을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말한다.

1) 중독에 대한 여러 정의들

‘When Society Becomes an Addicts (사회가 중독자가 될 때)’ 라는 책을 쓴 앤 샤프(Anne Schaef)는 중독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약간은 길지만 중독의 본질들을 이렇게 나열한다. "중독은 우리가 무기력해지는 어떤 과정이다. / 그것은 개인적 가치와 맞지 않는 것들을 행하고 생각하게 하며, 우리가 점진적으로 더 충동적이며 강박적이 되도록 하면서 우리를 통제한다. / 중독의 확실한 징후는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속이고 거짓말하며, 부정하고 은폐하려는 긴급한 필요에서 나타난다. / 중독은 우리가 포기하기를 원하지 않는 어떤 것이다"이 언급에 중독에 대한 적절한 정의이고 그 증상 대부분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물론 완전한 정의는 아닐 것이다. 이런 정의 외에 중독에 대한 여러 가지 정의들이 있다.

* 중독, 그것이 무엇이던 간에 상관없이 한 가지 일을 반복해서 하는 충동

* 중독이란 그것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이다

* 어떤 사상이나 사물에 젖어 버려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

* 불확실한 것을 얻기 위해 확실한 것을 내어 주는 것.

* 정당한 고통을 회피하기 위해 다른 것에 의지하는 것(칼 융)

* 살기 위해 하면서 죽음으로 치 닿는 것

 2) 중독의 어원

* 영어 Addiction (어원은 라틴어 addicene ‘동의하는 것, 양도하는 것, 굴복하는 것’)

중독의 라틴어 어원은 addicene으로 "동의하는 것, 양도하거나 굴복하는 것"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고대 로마 법정에서 중독자(addict)는 잡혀서 감금된 노예나 주인에게 넘겨진 사람을 뜻하였다. 노예들은 어떤 <사물>에 대한 소유권을 잃어버린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소유권을 상실한 사람들이다. 현대적인 의미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모든 경우는 아닐지라도 대부분의 경우 중독자들은 의식적으로 그렇게 하려는 의도 없이 또한 그들의 통제를 넘어 유전적이고 환경적인 요인들의 결과로서 "스스로", "다른 무엇"에 노예가 된다. 중독적 예속이 그들 자신의 선택과 행동들을 통하여 일어나기 때문에 그것은 자기 노예화(self-enslavement)의 형태를 취한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는다 해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사람의 목숨을 무엇과 바꾸겠느냐!”(마태오 16,26)

  2. 중독의 원인

1) 충동성

그런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오늘날 성실한 개인이, 화목한 가정이, 온 사회가 이토록 다른 무엇인가에 몰입되고 끌려가고 있을까? 많은 전문가들 특히 의학자,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증상을 첫 원인을 "충동성" 때문 이라고 말한다. ‘충동성(compulsivity)은 개인의 정상적인 바람과 기준에 역행하는 어떤 것을 행동으로 옮기고 싶은 순간적 감정이고, 이 충동이 반복, 지속되면서, 중독 (addiction) 으로 자리 잡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충동적인 행동이나 중독에 빠지면 심각한 문제가 계속 초래되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만족을 위해 어떤 물질이나 행위에 반복적으로 빠지게 된다. 처음에는 충동으로 일어난 행동들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한 잔의 술, 재미있는 게임, 운동들.. 그런데 그 좋은 것들이 왜 그 본래의 목적을 잃고 남용되고 자신을 파괴하는 결과는 낳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몰입하게 되는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2) 충동에서 중독으로 - 중독적 몰입의 원인

충동의 노예가 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럼에도 많은 중독 전문가들은 충동적인 삶이나 중독에 몰입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 있다고 말한다.

첫 번째 원인은 낮은 자존감, 깊은 거절감, 죄책감과 수치감, 깊은 분노, 외로움 등 역기능적인 원가족(family of origin: 성장배경이 되는 출생가정)에서 비롯된 정서적 고통이다. 그들은 신체적, 사회적, 직업적으로는 어른이지만 정서적으로는 여전히 미숙한 어린아이인 경우가 많다. 의사소통 기술이 부족하고 감정조절 능력이 결핍되어 있으며 어린 시절에서 비롯된 감정적 고통을 해결하지 못한 채 성인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오늘날 한국의 많은 남성들은 그러한 정서적 공황 상태로 가까스로 삶을 지탱하는 사람들이 많다. 울어서는 안 되는 남자로서, 강해져야 하는 남자로서, 그들은 이 세상에서 남성으로 생존해 가기 위해 어느덧 감정을 묻어버리고 정서적 고통을 삼키는데 익숙해진다. 그리고 억압된 고통을 잊는 방법으로 가장 좋은 것이 바로 어디엔가 몰입하는 것이라는 점을 습득하게 된다. 둘째로, 현대생활에서의 과도한 스트레스와 긴장이 몰입과 중독의 원인이 된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생활의 긴장과 인정추구와 성취욕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스트레스는 우리 몸을 쉬지 못하게 하며 무리하게 돌아가게 한다. 어느새 우리 몸은 쉼과 휴식을 알지 못하는 전시 체제로 바뀌어버려서 끊임없이 아드레날린을 분비하게 된다. 그런 스트레스를 중독적인 몰입을 통해 풀려고 한다. 알코올, 도박, 섹스와 같은 중독성 매개체(addictive agent)를 사용하게 될 때 뇌에서는 도파민이라고 하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 신경전달물질은 내면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잠재우고 쾌감을 느끼게 하는 기능을 한다. 문제는 횟수가 거듭될수록 예전과 같은 효과를 느끼려면 이전보다 그 강도나 빈도를 더 늘려야 한다는데 있다. 이렇게 되면 나중에는 늪처럼 벗어날 수 없는 중독으로 발전된다. 세 번째로는 충동적인 생활양식을 부추기는 중독적 사회분위기를 원인으로 들 수 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대부분의 한국 남성들은 술과 성, 도박 등 향락적인 생활방식과 성취 지향적이고 성과중심적인 직장 분위기를 경험한다. 중독적 사회에 소속된 남성들은 그런 분위기에 편승하지 못하면 남성답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여기고, 잃어버린 남성다움을 그런 왜곡된 방법으로 찾으려고 한다.

사실 많은 사제들 그리고 현장에서 일하는 수도자들 역시 이러한 사회 분위기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아니 어쩌면 더욱 더 자신의 위치에 따른 자존심과 체면으로 더욱 과중한 긴장감을 느끼기도 하고 한국 사회의 다른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책임감과 과중한 경쟁심에 시달리기도 한다. 문제는 그 지향이 사회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고, 내면의 긴장감과 책임감을 해소하는 방식을 신앙에서 찾기 보다는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방법과 똑같은 방법으로 찾기도 한다.

3) 중독과 우리

가장 독립적으로 보이는 사람, 겉으로 보기에 성숙하고 원숙한 사람, 신앙이 굳건한 사람, 이런 사람들조차도 온전히 하느님께만 자신을 의탁하기란 쉽지 않다. 그것은 인간의 약점이기도 하고 한편 그러한 약점 때문에 상호 의존하며 사는 것이 인간의 아름다움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떤 경우 그 방법은 건강한 상호의존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병리적인 의존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고통을 직면하기 싫어하고 가능한 그것을 피하려고 하는 인간의 속성, 좀 더 쉬운, 좀 더 즐거운 만남을 찾아가는 마음들이 몰입의 심리 배후에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순간적인 쾌락(쾌락까지는 아니라 즐거움이라 하더라도)에 몰입함으로써 내면의 본질적인 고통을 잊고자 하는 생활양식, 습관을 부추긴다. 스콧 펙(Scott Peck)이라는 심리학자는 에서 정신질환이 생기는 근본 이유는 자신의 삶에 일어난 <고통 때문이 아니라> 그 <고통을 회피하고 잊으려고 선택한 노력에 의해 생긴 고통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직도 가야할 길"(열음사)

충동적이고 중독적인 삶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맛보고자 한다면 병리적인 의존성을 지니고 있는 자신의 본성을 철저하게 다루며, 내면의 정서적 고통을 직면하고 다루는 법을 배우고, 한쪽으로 치우치는 습관을 다스리고 훈련시키며, 자라지 못한 미숙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내면의 자아를 성숙하게 자라도록 다시 일으켜 세우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3. 중독의 종류와 회복

1) 중독의 메커니즘과 종류

가) 중독의 메커니즘

흔히 중독 전문가들은 중독을 표현하면서 <총론에서는 같고 각론에서는 다르다>라는 말로 중독의 종류를 표현한다. 이는 중독의 결과, 혹은 대가가 어떤 형태로든 우리에게 만족이나 성취감, 혹은 쾌락을 불러일으키는데, 그 쾌락의 메커니즘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 속에 존재하는 쾌락중추는 성취감이나 행복, 기쁨 등과 관련돼있다. 그리고 쾌락중추는 보상회로(rewarding system)를 구성한다. 즉, 어떤 일을 했을 때 그에 따른 보상을 경험하게 되고, 이러한 경험은 다시 그 행동을 반복하게 하고 이는 다시 보상으로 연결된다. 보상회로는 이런 과정을 통해 구성된다. 모든 중독은 다름 아닌 이 ‘보상회로 자극’ 과정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중독은 이러한 보상회로가 비정상적으로 극대화돼, 병적인 증상으로 발전되는 현상을 말한다. 보상회로에는 중격측 좌핵(Nucleus accumbens)과 복측피개영역(VTA)이있다. 이 중 특히 중격측 좌핵은 도파민(dopamine)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을 분비한다. 도파민은 즐거움이나 만족과 같은 쾌락을 느끼게 해주는 물질로, 중독은 도파민이 과도하게 분비되는 것과 관련이 있다.

흔히 중독이라는 단어 앞에 붙는 인터넷이나 쇼핑, 도박, 게임, 약물 등은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보상회로를 자극하여 도파민을 분비시키기는 일종의 자극물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사람들은 각기 다른 대상에 중독되고 남용하지만 이런 현상은 모두 ‘뇌 속 보상회로 자극’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결국, 중독의 원인은 일정한 행동자극이나 물질에서 얻을 수 있는 쾌락 그 이상의 것을 즉각적으로 얻으려는 시도에서 비롯된다(이러한 이유로 의학적으로는 중독은 <충동조절 장애>라고 하는 질환으로 분류된다).

나) 중독의 종류

중독의 메커니즘은 같다고 하더라도 중독의 원인과 그 증상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 증상에 따라 일반적으로 중독은 물질중독과 행위 중독으로 나눌 수 있으며 행위 중독은 다시 유형의 행위 중독과 무형의 행위 중독으로 나눌 수 있다.

 (1) 물질 중독 : 알코올 중독, 약물 중독(흔히 마약 중독), 담배 중독(니코틴)

(2) 행위 중독 :

ㄱ) 유형의 행위 중독 : 도박, 사이버(인터넷,게임), 성 중독, 쇼핑, 운동, 일 중독

ㄴ) 무형의 행위 중독(관계 중독, 과정 중독) : 책임감, 분노, 연애, 종교 중독

유형의 행위중독은 중독 행동 자체를 즐기는 경우를 말하고 무형의 행위중독은 중독에 이르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경우를 말한다. 무형의 행위 중독은 과정중독, 관계 중독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2) 중독의 증상과 회복

가) 중독의 증상

어떤 사물이나 행동에 몰입할 때 초기에는 자신이 스스로 중독 대상을 통제하고 그것을 통해 행복감을 느끼며 자신의 삶을 향상시켜 나갈 수 있으나, 중독에 빠지게 되면 이후엔 중독 대상이 자신을 통제하며 자신의 삶을 파괴시켜 나간다. 중독의 구체적인 진단 기준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다음 중에 어느 한 가지라도 문제를 보이면 우리는 중독을 의심해 볼 수 있다.

1) 내성: 똑같은 시간이나 동일한 양으로 만족되지 않는다. 점점 더 많은 시간, 많은 돈, 많은 노력을 투입하게 된다.

2) 금단 현상: 끊으면 불안하다.

3) 의존: 하지 않으면 못 배긴다.

4) 사회적 문제: 지각, 결근, 책임을 회피하는 일이 생긴다. 특히 전형적인 증상으로는 손쉽게 거짓말을 한다.

5) 금전적 손실, 건강 파괴 등 부정적 결과가 있을 줄 뻔히 알면서도 하게 된다.

6) 인간관계 갈등: 주변 사람이 비난하거나 심한 잔소리를 해도 아랑곳없다.

7) 부정: 자신의 상태를 스스로 파악하지 못하고 인정하지도 않는다.

(말로는 스스로 알아서 한다고 하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끊을 수 있다고 한다)

8) 기능의 감소: 집중력 감소, 산만함 등으로 인해 예전에 잘 하던 일들을 잘 하지 못한다.

9) 법적 문제: 음주 운전, 폭력, 횡령, 사기, 간음 등.

10) 인간관계 파괴: 가족, 친구, 직장 동료 등 대인 관계가 파괴된다.

나) 중독의 회복

내 자신이 중독에 빠졌을 대 혹은 다른 이들이 중독으로 고통 받을 때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어떻게 도와 줄 수 있을까?

중독으로부터 치료되고 치유, 회복하는 것은 분명 쉬운 것은 아니다. 그래서 심지어 알코올 중독자 모임, 도박 중독자 모임에서는 중독은 <중단할 수는 있지만 끊을 수는 없다>라고 까지 말한다.(이런 이유로 알코올 중독자 모임, 도박 중독자 모임의 가장 중요한 구호는 <오늘 하루만>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것을 외부적으로 중단하거나 끊느냐의 문제라기보다는 자신이 얼마나 성숙하게 회복되는가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도박 중독 회복의 과정은 일반적으로 의학적인 치료와 심리학적인 상담의 과정을 거쳐 자조 모임 등에 참가하면서 중단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인 치유, 회복은 영적인 치유를 통한 온전한 자기 회복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회복의 과정>

중독으로부터 회복되는 것은 다른 어떤 질병보다도 어렵다. 그 이유는 질환에 대하여 외부로부터의 진단 이외에 스스로의 인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문제, 중독의 상황에 대하여 인정하는 것이 치유의 가장 첫 걸음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과정을 통해 회복을 도와 줄 수 있다(아래에서는 일반적인 경우보다는 사제나 수도자들에 해당되는 신앙 상담과정을 예로 든다).

첫째, 자신이 무엇에 중독돼 있는지, 어느 정도 중독돼 있는지를 검토하고 받아들이게 한다(중독 정도 평가).

☞ 이 단계에서는

상담자는 가장 먼저 내담자를 격려하며 내면으로 이끌어 자신이 중독자임을 인정하도록 한 후에 중독자와 더불어 깊은 신뢰의 관계를 마련해 일차적으로 중독자의 외로움, 고통을 함께 나눈다.

둘째, 그들을 현실 생활에서 접근 가능한 중독 대상으로부터 격리시킨다.

(중독 대상으로부터의 격리)

☞ 이 단계에서는

중독 대상과 가능하면 완전히 차단한다.(단약, 단주, 단인터넷, 단도박 등) 예를 들어 알코올 중독의 경우 점차 줄여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다고 해서 술을 준다거나, 조금씩 줄여가겠다고 도박장 출입을 허용하거나 돈을 주는 것은 금물이다. 도 빚을 대신 갚아주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셋째, 중독 대상에 의존하지 않고, 어떻게 이전과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대안을 함께 계획한다(삶의 대안 탐색).

☞ 이 단계에서는

필요한 경우 중독 대상과 완전히 차단된 곳에서 스스로를 성찰 할 수 있는 피정이나 교육 프로그램, 병원에의 입원, 상담 등도 바람직할 것이다. 보다 심한 경우 병원에의 입원치료, 심리 상담사와의 정기적 만남을 주선할 필요가 있다

넷째, 자신에 대한 솔직한 성찰 기회를 마련한다

☞ 이 단계에서는

진정한 영적 체험, 기도의 도움을 청한다. 그 안에서 근본적인 인간의 한계 – 나만이 아닌 모든 인간의 부족함을 느끼고 구체적으로는, 사실은 자신이 썩 괜찮거나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 부족하고 모자라며 죄를 지을 수 있고 실수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 신앙적으로는 죄라고 느끼지 못했던 것에 대한 인지하도록 한다(양심의 성찰, 죄인인 자신을 인정하기).

다섯째, 부족한 자기 자신은 결국 하느님께 의탁할 수 밖에 없고 하느님 안에서는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신앙의 확신. 하느님 안에서는 얼마나 반가운 아들인지에 대한 진정한 자각(영적 지도와 연습).

☞ 이 단계에서는

인간관계 맺기가 어려운 사람들에겐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쉽게 전달하는 방법을 훈련시킨다. 의외로 사제들, 수도자들의 경우에도 대화에 익숙하지 않고 자신을 표현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런 성격이나 부족함이 중독에 빠지게 하기도 한다. 생활, 습관의 변화를 돕는다.

여섯째, ‘괜찮은 자신’이 하느님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삶의 계획을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하나씩 익힌다(대안에 적응시키기).

☞ 이 단계에서는

* 자신의 진로에 대해 방향과 자신감을 잃고 헤매던 사람들에겐 삶의 뚜렷한 계획과 그 계획을 실현시키기 위한 여러 가지 작전(시간 계획, 금전 계획, 자질 획득 등)을 짜고 실천하도록 한다. 구체적으로는 중독의 대상과 마주치지 않으면서 자신을 성찰 할 수 있고 자신을 겸손하게 낮출 수 있는 직무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일곱째, 상담자를 떠나 독립해 새로운 삶에 계속 임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누리며, 그 안에서 하나님을 위한 삶에 자신을 매일 내어드린다(하나님께 온전히 기대기).

☞ 이 단계에서는

* 필요한 경우 자조 모임(단주 모임, 단도박 모임)에의 참여를 권한다. 아울러 이 마지막 단계에서는 중독자들이 상담자와 맺고 있던 의존 관계를 청산하도록 한다. 즉 중독자들이 중독의 대상은 물론이고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의존해 온 상담자와의 관계에서도 독립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로 하여금 삶을 통해 하느님께 온전히 의존하는 방법을 익히게 한다.

B. 중독 자가진단

1. 알코올 중독 자가진단

1. 자기 연민에 잘 빠지며 술로 이를 해결하려 한다.

2. 혼자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3. 술 마신 다음 날 해장술을 마신다.

4. 취기가 오르면 술을 계속 마시고 싶은 생각이 지배적이다.

5. 술을 마시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면 거의 참을 수가 없다.

6. 최근 취중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7.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에 술이 해로웠다고 느낀다.

8. 술로 인해 직업기능에 상당한 손상이 있다.

9. 술로 인해 배우자가 나를 떠났거나 떠난다고 위협한다.

10. 술이 깨면 진땀, 손 떨림, 불안이나 좌절 혹은 불면을 경험한다.

11. 술이 깨면서 공포나 몸이 심하게 떨리거나, 헛것을 보거나 헛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12. 술로 인해 생긴 문제로 치료받은 적이 있다.

※ 문항에서 4개 이상이 ‘그렇다’고 판정됐을 때 알코올중독으로 병원에서 치료 받아야 할 수준이다. 3개 이상이면 입원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알코올 중독자로 인정된다. 마지막 2개 항목에 해당되는 사람은 다른 항목의 결과와 상관없이 중독자로 진단할 수 있다.

2. 인터넷 중독 자가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