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미사 전 도입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은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입니다.

교회의 수장인 베드로와 이방인의 사도 바오로 성인의 삶을 보면 하느님의 섭리는 참으로 기묘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세 번이나 주님을 배반한 베드로, 주님을 박해한 바오로 성인이 오히려 교회의 기초가 되셨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평범하고 나약하며, 부족한 점이 많지만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주님께 자신을 온전히 내어 놓을 수 있는 이들을 통해 더 큰 일을 하십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역시 베드로요, 바오로입니다.

늘 반복되는 죄와 배반, 박해가 우리 가운데 있지만, 용기를 내어 주님의 섭리에 자신을 내어 맡기며, 그분을 우리 삶의 주인으로 모시고 살아갈 수 있기를 청하며 이 미사를 정성껏 봉헌하도록 합시다.

아울러 교황님과 오늘 축일을 맞으시는 베드로 바오로 형제님을 위해서도 이 미사 중에 함께 기도하도록 합시다.

강론

찬미 예수님! 저의 부모님도 성주에서 참외농사를 지으며 살고 계셔서 그런지, 이렇게 가실 본당에 올 때 마다, 고향에 온 것처럼 편안함을 느끼게 됩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님과 떨어져서 대구에서 공부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주 부모님을 뵐 수 없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저의 아버지 교육 방침이셨는지,

어려서부터 아버지께서는 자주 “네 인생은 네 것이니깐 네가 알아서 살아라.”라고 말씀하시면서, 거의 제 생활에 간섭하지 않으셨습니다.

스스로 살아가도록 책임감을 갖게 하신 거죠!

대신 부모님께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시고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나름대로 성실하게 사셨기 때문에 삶으로 좋은 모범을 보여 주셔서 인지

저도 저의 동생들도 나름대로 지금까지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마치자마자 수도원 들어와서 공동체 안에 살아가면서

실수도 하고, 잘못도 하며 자신의 한계를 체험하면서

유달리 스스로 많이 힘들어하는 자신을 보게 되었습니다.

완벽하지도 못하면서 조그만 실수를 해도 스스로 못 견디어 하고, 힘들어하며 자학하는 자신을 보면서 많은 고민도 하게 되었습니다.

“완벽하려고 하고, 잘하려고 하고, 다른 사람이 나 때문에 힘들어 하거나 나를 싫어하는 내색을 보이면 혼자서 끙끙 앓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되고,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잘 고쳐지지 않아 참 많이 힘든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신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다시 심리학을 배우던 때에

그동안 자라 온 시간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왜 제가 다른 사람에 대해 많이 의식을 하며 사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서 장남인 저에게 거는 기대가 커셨고, 주로 혼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스스로 “부모님을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수도원 들어와서는 그런 생각이 다른 형제들에게 투사가 되었나 봅니다.

“나로 인해서 다른 사람이 실망해서는 안 된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이 제 마음속에 가득해서인지, 스스로 자신의 감옥을 만들어 놓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자신에게 말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다른 사람을 실망시켜도 된다. 하느님께서는 내 마음을 아신다. 그리고 하느님께 모두 내어 맡겨 드리고 오늘 하루 하루를 힘껏 사랑하며 살자!”

이런 생각을 하면서부터 차츰 마음속에는 평화가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실수도, 다른 사람의 실수에도 예전 보다는 더 너그러워지고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베드로 성인도, 바오로 성인도 처음부터 완벽한 분들이 아니라 우리처럼 실수와 잘못을 많이 하셨던 분이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라고 고백한 베드로 성인도 자신의 위기 앞에 세 번이나 주님을 모른다고 배반하였으며,

바오로 성인도 처음에는 예수님을 박해하던 바리사이였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완벽한 사람을 원하시는 것이 아니라,

겸손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하느님 앞에 아무 것도 아닌 자신을 받아들이고 그분의 힘으로 살아가기를 원하십니다.

베드로 성인도 바오로 성인도 나약한 인간이었지만, 주님의 은총의 소리를 듣고 그 소리에 응답할 줄 아는 분이셨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통해 오히려 그분께서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시는지를 깨닫고, 그분께로 되돌아갈 줄 아는 분이셨습니다. 배반한 유다와 다른 점이 바로 이런 면입니다.

오늘 베드로와 바오로 성인의 축일을 지내면서 우리 각자의 삶 속에 하느님께서 다양한 방법으로 사랑과 은총을 베풀며 늘 우리와 함께 하심을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우리 인간은 처음부터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 죄와 잘못과 실수를 통해서 오히려 더욱 성장하는 존재이며 따라서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하느님의 눈으로 바라보며 용서와 화해를 이루었으면 합니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틀에 자신과 사람들을 가두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목숨 바쳐서 예수님을 증언한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처럼 우리도 각자의 삶 안에서 주님을 증거하고 주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삶을 살았으면 합니다.

그래서 오늘 2독서의 바오로 사도처럼 우리 생애의 마지막에 다음과 같이 기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이제 의로움의 화관이 나를 위하여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분께 영광이 영원무궁하기를 빕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