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 30일 사순절 참회 예식 강론

『성 암브로시오 교부의 진복 팔단 풀이』참조

고 이사악 신부

경애하는 형제 여러분, 사순시기의 막바지에 이르러 우리는 삶을 되돌아보고 범한 잘못에 대하여 뉘우치며 다가올 주님의 파스카 축일을 합당하게 맞이하기 위하여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오늘 이 참회의 자리에 모인 모든 형제들은 마음이 착한 사람들입니다. 왜냐하면 죄의 아픔을 느낀다는 것은 착한 영혼의 표시이기 때문입니다. 병이 들었는데도 고통을 못 느끼는 사람은 그 상태의 위중함을 모르기 때문에 그의 병이 치유될 가망이 없습니다. 고통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아직 생명체로서 살아있다는 표시이고 생명의 힘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죄를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은 제멋대로 날뛰고 걷잡을 수 없는 행동을 하지만, 죄를 깨닫는 사람은 자신 안으로 돌아와, 모든 그릇된 병의 원인에서 자신을 해방시키고자 죄를 보속하여 늘 자신의 잘못을 생각하며 자신을 탓 합니다(다윗의 변론 1,9,47; 통회 2,10,92).

이렇게 용서와 보속의 전제 조건은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고백하는 일입니다(시편 주해서 37,11; 시편 118편 주해서4). 죄를 고백하는 일은 참으로 고통스럽고 부끄러운 일입니다만 이를 통하여 우리 마음 밭에 자꾸만 솟아나는 가시가 제거되고 잡초들이 뽑혀지며, 다 죽어가던 사랑의 씨앗에 새로운 생명의 향기를 넣어주게 됩니다.(통회 2,1,5). 덕행의 길에 올라선 사람은 겸손한 마음으로 자신의 죄가 크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는 자신이 강하다고 믿었던 과거의 잘못된 생각을 버리고 주님께로 더 가까이 나아가게 됩니다(낙원 14,71). 우리는 압니다. 우리 인간은 연약하고 죄의 힘은 강합니다(카인 1,3,10). 죄를 안 짓는 분은 홀로 하느님뿐이십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지은 죄를 속죄하고 저지른 잘못을 개선하여 고쳐 나가는 것입니다(서간 3(67),4). 통회의 눈물이 죄의 상처를 덮을 때, 인간을 불쌍히 여기시는 하느님의 자비가 우리를 감쌀 것 이고, 우리의 어떠한 죄도 용서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나흘간이나 무덤 속에 들어 있어 썩는 냄새가 풍겨 나오던 라자로가 주님의 말씀 한 마디로 다시 부활하여 무덤 밖으로 나왔듯이, 죄 속에 묻혀 죽어 있던 사람도 죄를 용서 받을 때 다시 살아서 일어나게 됩니다(통회 2,7,58).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우리의 모든 죄를 용서하듯이 우리도 우리에게 잘못한 모든 이들을 용서해야만 합니다. 머리에 재를 얹고 사순절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너 인간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명심하여라”. 이 말은 인간이 흙먼지처럼 허무하고 미약한 존재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흙이란 라틴어 humus에서 유래한 인간을 일컫는 호모(homo)라는 말마디는 인간이 서로 자비를 베풀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우쳐 줍니다. 흙은 땅을 이루는 바탕입니다. 땅은 자연의 보금자리입니다. 아무것도 빼앗지 않고 오히려 어머니처럼 모든 것을 창생에게 내어줍니다. 땅 위에서 모든 생명이 깃들고 자라납니다. 그러므로 앞서 들은 말은 “사람아 너는 어머니의 품과 같은 땅에서 나왔으니 자비로이 다른 이를 품어주는 땅과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함을 명심하여라!” 라고 풀이 할 수 있습니다. 이웃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이야말로 바로 인간이 간직한 고유한 아름다움인 인간미(humanitas)라고 볼 수 있습니다(성직자의 직무 3,3,16).

자비를 베푸는 사람은 남의 잘못을 캐묻지 않고 늘 화해함으로써 자비를 실천합니다. 그는 이웃의 허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웃을 판단하거나 비판하지 않고 오히려 용서해주려고 노력하고 도움을 줍니다(죽음의 선익 1,1). 남을 용서하는 가운데 그는 십자가 위에서 인간의 죄를 사하시고 당신 피로 깨끗이 씻어주신 주님을 닮게 되며 하느님의 자비를 그대로 본받아 실천하게 됩니다(시편 118편 주해서 8,23). 반면에 이웃의 잘못을 용서해 줄 마음이 없는 사람들은 자비를 베푸시는 하느님의 원수이며 적들입니다. 하느님께서 죄를 용서해 주고자 원하시는데 그들은 오히려 용서치 않으려고 하니, 이보다 더 교만한 사람들이 어디 있겠습니까!(통회 1,2,9) 이들은 죄를 범한 이웃을 용서 하기는 커녕 불의한 이라고 몰아세우고 죄의 값을 치르게 합니다. 이것을 소위 정의라고 떠듭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몸소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불의를 쓸어 없애고 정의와 평화가 강물처럼 넘실대게 하고자 투지를 불태웁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정의는 모든 이를 살리시는 자비이지 단죄의 칼날이 아닙니다. 그분은 죄인의 죽음을 원하지 않고 회개하여 살기를 바라는데 그분 안에는 언제나 자비와 생명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죄에 빠져 사실상 구원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도 하느님의 자비를 의심하거나 좌절치 말아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크신 자비로 죄인들을 불쌍히 여기시기 때문입니다(시편 118편 주해서 20,29). 반면에 자신을 의롭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다른 이의 죄를 볼 때 아픔을 느끼고, 다른 이의 덕행을 볼 때 기쁨을 느껴야 합니다. 자신이 죄를 피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즐거운 일이기에 다른 이의 죄를 풀어주고 잘못을 피하게 해주는 일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의 정의와 자비가 서로 결합되어 있습니다(시편 118편 주해서 20,40). 그리스도는 공의로우신 심판관일 뿐만 아니라 좋고 선하신 심판관이십니다. 주님의 구원 사업은 죄인에 대하여 하느님께서 자비를 베푸신다는 것을 보여줍니다(시편 주해서 47,17). 하느님의 극진한 자비가 예수님의 십자가 희생을 통해서 인류에게 드러났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오시어 수난하심으로써 자비가 승리하도록 섭리하셨습니다(시편 주해서 1,19). 하지만 주님 파스카의 빛이 세상을 비춘지가 2000년이 다되어가는데도 아직도 세상에는 생명의 기운이 미약하기만 합니다. 이제 가슴에 손을 얹고 우리를 살펴봅시다. 우리 공동체 안에서는 과연 하느님의 자비를 찾을 수 있습니까? 참으로 주님 부활의 생명력이 우리 공동체를 이끌고 있습니까? 우리 자신은 자비의 화신이 되어 형제들을 대하고 있습니까? 우리가 정말로 예수님의 길을 따라 더욱 철저하게 하느님을 찾는 이라면 매순간 하느님 앞에 엎디어 눈물로써 우리의 죄를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형제를 죽도록 사랑하지 못하는 우리 죄를 말입니다.

암브로시오 교부의 저서

낙원 - De paradiso (CSEL 32, 1, 265-336)

다윗의 변론 1 - Apologia prophetae David I (CSEL 32, 2, 299-355)

서간 - Epistulae (CSEL 82, 1-3; PL 16)

성직자의 직무 - De officiis ministrorum libri III (SAEMO 13, 22-358)

시편 118편 주해서 - Explanatio psalmi CXVIII (CSEL 62,1-510)

시편 주해서 - Explanatio psalmorum XII (CSEL 64,1-397)

죽음의 선익 - De bono mortis (CSEL 32, 1, 703-753)

카인 - De Cain et Abel libri II (CSEL 32,1 339-409)

통회 - De paenitentia libri III (CSEL 13, 22-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