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2주일 - 영광스런 변모 - 진짜 변화는 가능한가!

박 안셀모 신부

신언회의 신부 존 퓔렌바흐는 이런 제목의 영성서적을 저술했습니다.

󰡔정말 변화는 가능한가󰡕

주위를 둘러보면 눈에 보이는 많은 것들이 급속도로 변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내면은 정말 변화될 수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늘 하고 있는 것, 그것을 하고 싶어합니다. 변화는 모험과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우리 내면의 변화에 있어 그 목적지가 어디인지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처럼 변화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방법도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우리에 대한 사랑 때문에 십자가를 기꺼이 지셨듯이 매일의 삶 안에서 사랑을 실천하며 기꺼운 맘으로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따르는 것일 겁니다.

그러나 실제 삶에서 예수님처럼 변화된 삶을 살기란 쉽지 않음을 우리는 이미 체험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늘 범하는 잘못을 또 다시 범하고, 다른 사람보다는 자신과 자신의 가정만을 생각하기도 일수이고, 때로는 선행조차 자신을 드러내기 위함일 때가 많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기도 생활에 소홀하기도 하고, 자신의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쉽게 화내고 비난하고 맙니다. 계절이 변하듯이 우리의 내면도 시간이 흐르기만 하면 그렇게 변화될 수 있는 것이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나이가 들고 경륜이 쌓이면 쌓일수록 자신이 만들어 놓은 장벽이 높아만 가는 모습을 볼 때면 서글픈 생각마저 듭니다. ) 󰡔정말 실제로 변화는 가능한 걸까요?󰡕

회개와 참회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예수 그리스도의 빠스카의 신비에 참여하기 위해 준비하는 기간인 사순절을 보내고 있는 우리에게 있어 참다운 삶의 변화란 무엇이며, 그분의 부활의 영광에 참여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겠습니까?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다볼산에서의 예수님의 영광스런 변모에 관한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을 따르는 삶을 살고자 하는 우리에게 있어 예수님의 변화된 모습과 우리의 변화는 어떤 관계가 있겠습니까?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사랑하시는 제자들을 데리고 기도하러 산으로 오르십니다. 그리고 기도하시는 중에, 이 세상에서의 모습과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여 얼굴이 해와 같이 빛나고, 옷은 새하얗게 번쩍입니다. 그분의 변화된 영광스런 모습은 그분이 “하느님의 세계에 속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광 중에 구약 성서 전체를 나타내는 모세와 엘리야를 만나 예루살렘에서 일어날 일들, 즉 그분의 수난과 십자가상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서로 상반되는 개념인 “영광과 수난”이 함께 나타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영광과 수난의 대조는 오늘 복음이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에 대한 첫 번째 예고와

두 번째 예고 사이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에서 더욱 분명히 나타납니다. 물론 예수님의 십자가 수난과 부활의 영광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 그리 낯선 대목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영광은 십자가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고 십자가를 지심은 곧, 하느님의 인간에 대한 사랑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사랑으로 말미암아 구원되어 오늘 제2독서에서처럼 ｢하늘의 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늘 나라 시민으로서의 영광스런 변모는, 오늘 복음 바로 앞부분에서 예수께서 “누구든지 나를 따르려면(즉 누구든지 하늘 나라의 시민이라면) 자기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합니다”라고 말씀하시고 계신 듯이 십자가와 결부되어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을 포기하고, 날마다 주어진 삶의 여정을 하느님의 뜻에 맞게 충실히 살아간다는 것이 말처럼 그리 쉽지 않음을 절감합니다. 그렇다고 희망을 버려서는 안될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함께 기도하기 위해 산으로 데리고 가셨던 제자들, 특히 베드로의 삶을 보면 우리는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베드로는 비록 예수님께서 기도하시는 동안 깊은 잠에 빠져 있었으나, 예수님의 영광스런 변모를 보자, 너무나 놀라 하며, 자신이 원하는 메시아를 만난 듯이 황홀경에 빠져 계속 그곳에 머물고 싶어합니다. 기도하는 가운데 일어난 예수님의 영광은 수난을 준비하는 것이며, 하느님의 아들이신 그분의 수난으로 말미암은 신약의 새로운 영광 곧 부활의 전조인 것입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분 수난에 대한 예고를 잊은 채 말입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저는 제자들 중 베드로의 모습은 오늘날의 우리 신앙인들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이 특별히 당신의 일을 하시기 위해 제자로 뽑힌 사람입니다. 우리 역시 하느님의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 주님의 부르심을 받아 뽑힌 이들입니다.

베드로는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그분과 함께 지내며, 그분의 모든 가르침을 듣고 보았습니다. 우리 역시 모든 것을 버리고 형제들과 함께 수도원에 살면서 매일 기도와 노동 가운데 그분의 가르침을 듣고 그분을 닮기 위해 애쓰며 살고 있습니다.

베드로는 오늘 예수님이 기도하시는 동안 깊은 잠에 빠져 있었습니다. 우리 역시 일상의 많은 일에 쫓기며 그분을 잊은 채 마치 잠자는 사람처럼 살 때가 있습니다.

베드로는 오늘 예수님의 영광스런 모습을 체험합니다. 그리고 그 황홀경 가운데 머물기를 원합니다. 우리 역시 성령을 통해 우리에게 찾아오시는 예수님을 체험합니다. 기도하는 가운데서 혹은 일상의 단조로운 삶 가운데서, 혹은 형제들의 모습 가운데서, 때로는 자신의 죄 가운데서 살아계신 하느님을 체험합니다.

그러나 베드로가 주님의 영광만을 생각하며 수난 받으시는 예수님을 보자 3번씩이나 그분을 모른다고 부인했듯이, 우리 역시 주님을 체험하고, 그분의 크신 사랑에 놀라워하며 감사하기도 하지만, 3번만이 아니라 그 보다 훨씬 많이 그분의 자녀답지 못한 모습으로 살아가곤 합니다.

그분보다는 우리 자신을, 그분의 일보다는 우리의 일을, 고통이나 수난보다는 편안함과 안락을 바라며, 서로 사랑하라는 그분의 호소를 잊은 채 살아가곤 합니다.

베드로는 예수님께서 수난을 거쳐 부활하신 후에야 ‘그분 영광’의 참된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예수님의 영광은 우리를 너무나도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뜻에 자신을 온전히 내맡기시어 목숨까지 내어놓으신 바로 그 수난에 있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베드로는 깊은 참회를 거쳐, 그분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 그분이 명하신 바에 충실하며 목숨을 바쳐 예수님의 복음을 전파하게 됩니다. 그리고 십자가에 거꾸로 달려 순교함으로써 자신의 전존재를 바쳐 그분의 영광을 드러냅니다.

우리는 베드로 성인을 통해 우리 자신의 변화에 대해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분명 변화의 삶을 사셨고, 자신의 모범과 말씀을 통해 제자들을 변화의 길로 인도하십니다. 베드로는 그분과 함께 하는 긴 여정을 통해 때로는 실수도 하고, 때로는 넘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그분을 반대하기도 하면서, 그분을 알게 되었고, 그분의 사랑을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분과 같은 모습으로 변화되었고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베드로를 인도하셨듯이 우리도 인도하실 것입니다.

하늘의 시민 여러분, 우리는 오늘 그분의 영광스런 변모 축일을 지내면서, 우리 자신은 얼마나 그분의 영광을 위해 변화의 삶을 살고 있는지 반성해 보아야하겠습니다. 수난을 통한 영광을 말씀하시는 그분의 목소리에 얼마나 귀 기울여 듣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자신의 목소리에만 귀 기울일 때 예수님과 같은 모습으로 변화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사순절을 보내고 있는 우리는 얼마나 그 모습이 변하고 있습니까? 베드로도 결국은 하느님의 뜻을 알아듣고 그분과 같은 모습으로 변모되었듯이 우리도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그분 곁에서 그분의 말씀을 들으며, 일상의 작은 일에서부터 그분의 뜻을 찾고 사랑을 나누는 삶을 살 때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당신 닮은 모습으로 변화시켜 주실 것입니다. 이러한 우리의 변화의 열쇠는 무엇보다 사랑일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향한 당신 사랑의 열쇠인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우리를 무한한 변모의 가능성에로 초대하셨습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내어 주는 사랑은 우리를 예수님과 같은 모습으로 변모시켜 줄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 자신이 사랑 가득한 모습으로 변할 때, 공동체가 변하고, 세상이 변하고, 그로인해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확실히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변화는 가능합니다.”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베드로와 같이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고 주님만이 희망이심을 고백하는 참회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기 우리를 당신 닮은 모습으로 변화시켜 주시리라는 깊은 신뢰를 버려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영광스런 변모가 바로 우리의 변모가 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