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위일체 대축일 강론

박 안셀모 신부

오늘은 삼위일체 대축일입니다. 우리는 매일 여러 차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기도를 바칩니다. 우리가 매일 십자가를 그으며, 성호경을 바칠 때 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루어진 구원과, 삼위일체 하느님께 대한 신앙을 고백하는 것이 됩니다.

그런데, 이 “삼위일체”란 말을 자세히 따지고 보면 이해하기가 보통 어려운 말이 아닙니다. 하느님이 세 분이 아니시고, 한 분이신데, 성부, 성자, 성령 세 이름을 갖고 계시고, 세 분 인가 싶은데, 유일하신 한 분 하느님이시라는 것입니다. 구분을 할 수 있으되 분리될 수는 없는 하느님에 대한 이 신비가 바로 삼위일체의 신비입니다.

전례나, 교회 안에서는 성부, 성자, 성령을 구별하여 조금씩 다르게 표현을 합니다. 즉, 사랑을 베푸시는 성부, 은총을 내리시는 성자, 친교를 이루시는 성령; 혹은 창조의 업적은 성부에게, 구원의 업적은 성자에게, 성화를 이루는 업적은 성령에게 돌리기도 합니다. /또 다른 식으로 구분하여, 아버지는 우리 ‘위에’ 계시는 하느님, 아들은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 성령은 우리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이라고도 합니다.

어떻게 구별하든 간에, 하느님은 한 신적 실체 안에 ‘아버지’와 ‘아들’과 ‘영’으로 구별되시는 분이라는 것이 오늘 우리가 거행하는 삼위일체 교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르게 삼위일체론에 대해 설명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구원경륜적 삼위일체론입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드러내는 만큼만 하느님을 알 수 있는데, 한분이신 하느님께서는 말씀이신 성자를 통해 세상을 창조하셨고, 성령인 당신 입김으로 생명을 주셨으며, 우리 인간을 사랑하사 당신 아드님을 우리에게 보내 주셨고, 그 아드님은 아버지의 뜻에 따라 영의 인도아래에서 십자가에 죽기까지 순종하심으로써 우리를 구원해 주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성령의 모습으로 사도들을 통해 교회 안에서 우리를 당신께로 인도해주시기 위해 지금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한분이신 하느님께서 구원역사 안에서 성부 성자 성령의 모습으로 함께 하고 계시기에 우리는 하느님을 삼위일체이신 분으로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하느님께서는 한분이시지만 우리 모두를, 바로 나를 사랑하셔서 날마다 우리를 새롭게 창조하시고, 구원으로 초대하시며, 늘 우리와 함께 하시는 분이십니다.

이런 삼위일체 대축일을 맞아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저는 먼저 사랑이란 말을 하고 싶습니다. 성부, 성자, 성령께서 사랑으로 끈으로 서로 하나로 계시기 때문입니다. 우리 본당 공동체가, 우리 가정이 그 무엇에 앞서 주님을 사랑하기 위해 기도하고, 서로 믿고 이해하고 감싸주는 사랑을 나누는 공동체가 될 때 바로 삼위일체적 친교를 나누는 것입니다. 성부, 성자, 성령의 서로의 그 엄청난 사랑은 흘러 넘쳐 우리 인간에게 도달합니다. 우리도 주님께 대한 사랑으로 공동체가 하나로 뭉칠 때 이 세상으로 그 사랑이 흘러 넘칠 수 있습니다. 성당 다니면서 서로 갈라지고, 분열을 만들어 간다면 올바르지 못한 것일 겁니다.

두번째로 만약 자신이 교회에서의 나, 가정에서의 나, 직장에서의 나가 서로 너무도 다르다면, 오늘 삼위일체 대축일을 맞아 두 얼굴, 세 얼굴을 가진 내가 아니라, 진정 주님을 통해 하나인 내가 되었으면 합니다. 주님의 뜻을 실천해 나갈 때 이 모든 것이 하나로 묶어 집니다.

또한 오늘 내가 만일 분리된 사랑, 곧 하느님께 대한 나의 사랑, 이웃에 대한 나의 사랑, 나 자신에 대한 나의 사랑이 분리되어 있다면, 기도를 통해 하나로 묶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조금 더 참고, 조금 더 이해하고, 조금 더 감싸 주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남의 허물을 드러내고, 돈 욕심, 자리 욕심, 갖고 싶은 것에 대한 욕심이 우리를 분열시킵니다.

늘 우리를 새롭게 사랑으로 창조해 주시는 아버지 하느님, 그 사랑을 전해 주시는 예수님, 그 사랑을 실천할 수 있게 해 주시는 성령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그러니 슬퍼할 일도, 걱정할 일도, 없습니다. 용서하지 못할 일도 사랑하지 못할 일도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그 넘치시는 성부, 성자, 성령의 사랑으로 우리를 사랑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아버지 하느님

이기적인 욕심과 옹졸한 마음으로 인해 썩어가고 있는 제 마음을 날마다 새롭게 창조해 주소서.

구원자 예수님,

희생과 순명, 사랑과 실천으로 저희가 당신 닮은 삶을 살게 하소서

우리를 거룩하게 하시는 성령님

날마다 당신을 잊고 지내는 저희를 깨우쳐 주시어 저희 안에 사랑의 불을 놓아 주소서.

저희가 당신 사랑 안에서 모든 삶을 일치시킬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