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31주일 강론(자캐오 이야기)

박 안셀모 신부

미사 전

우리는 날마다 누군가를 만나며 살아갑니다. 우리의 다양한 만남 가운데에는 그냥 스쳐 지나가는 만남이 있는가 하면, 보고 싶은 마음과 그리운 마음이 가득했다가 이루어지는 만남도 있습니다.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만남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삶을 바꿔 놓는 중대한 만남도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자캐오라는 인물이 예수님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변화하게 되는 [감동적인 만남]을 보게 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만남은 바로 “하느님과의 만남”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하느님과의 만남을 소홀히 할 때가 참 많습니다.

오늘 복음의 자캐오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주님과 이웃을 어떻게 만나야 하는데 배울 수 있었으면 합니다.

지금도 이 미사성제를 통해 주님께서는 우리를 만나러 오십니다. 먼저 다가오시는 그분을 기쁜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도록 잠시 우리 자신을 준비하고 주님의 자비를 청하도록 합시다.

강론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의 모든 삶은 하느님과의 만남을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우리가 성당에 나와 이렇게 기도하고 미사를 드리는 것도 모두 주님을 만나기 위한 방법인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주님과 이웃과의 만남이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음을 느낍니다. 진실된 만남이 이루어지기가 참으로 힘들다는 것을 체험합니다. 주님과의 참된 만남을 열망하면서도 몸 따로 마음 따로인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주님을 잊고 살아갈 때도 많습니다. 서로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 부부들 사이에도, 부모와 자식 간에도, 성당의 교우들 사이에도, 수도 형제들 사이에도 아직 우리 각자 안에 정화되어야 할 것이 많아서인지, 욕심이 많아서 인지, 자신의 방식만을 고집해서인지.. 참 가깝고도 멀게만 느껴지는 때를 경험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우리는 자캐오와 예수님의 만남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이 복음을 묵상하면서 예수님과의 진실된 만남을 통해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킨 자캐오의 이야기는 우리가 주님과 이웃을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를 잘 보여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자캐오에게서 배우는 참된 만남과 그 방법들”라는 주제로 묵상한 것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먼저 자캐오와 예수님의 만남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주님과 이웃을 참되게 만나기 위해서는 “그 만남을 진실되게 그리고 간절하게 열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과의 [진실 된 만남]은 바로 우리에게 있어서는 구원입니다. 예수님 시대에도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바리사이파 사람들, 율법학자들, 헤로데 왕도 예수님을 만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예수님을 만났지만 참다운 구원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왜 일까요? 주님과의 진실 된 만남이 구원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자신의 ‘고정관념’을 버리고, 그분을 구원자로 여기는 ‘굳은 믿음’과 ‘어린이와 같은 마음으로 그분을 뵙고자 하는 순수하고 간절한 열망’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주님은 우리의 마음을 꿰뚫어 보시는 분입니다. 끊임없이 인간을 만나시기를 바라시고 한결같은 사랑으로 다가 오시는 분이십니다. 구약성서에서 구원과는 거리가 먼 창녀의 구원을 가능하게 했던 도시 예리고에 살았던, 부자요 세리인 자캐오 역시, 당시 사람들의 눈에는 구원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였습니다. 주님을 만날 자격이 없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자캐오는 예수님이 누구인지 보기를 순수하고도 간절히 원했으며, 실제로 용기 있게 그분을 향해 발을 떼어 놓은 인물인 것입니다. 참된 해방을 가져다 줄 분을 찾았으며, 삶의 변화를 추구하던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캐오가 주님을 만나기 위해서 가졌던 내적인 열정만으로는 주님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주님을 뵙고자 하는 내적인 열망과 함께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자신의 한계성은 자캐오의 “작은 키”를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납니다. 자캐오의 작은 키는 예수님을 볼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자캐오는 단지 자신 앞에 가로 놓인 사람들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사람들”은 예수님을 만나는 것을 가로 막는 장애물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생각만으로, 열망만으로, 입술만으로는 주님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합니다. 자캐오는 주님이 지나갈 장소, 주님을 볼 수 있는 장소를 찾아갑니다. 돌무화가 나무 위에 올라간 이유는 주님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자캐오는 우리에게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고, 장애물을 상징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그것을 넘어서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 줍니다.

주님을 만난다는 것은 생각과 입술으로만 되지 않습니다. 그분을 만날 수 있는 길목에 서 있어야 합니다. 교회에서는 주님을 만날 수 있는 수많은 길목을 알려 주었습니다. 우리의 기도와 피정, 사랑의 실천 등은 모두 주님을 보기 위해 나무 위에 올라가는 것에 비길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길목으로 가지 않습니다. 나무 위에 올라가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참된 만남을 위해서는 내적인 열망에 이어 두 번째로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만남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넘어서는 작업이 필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우리가 주님과의 참된 만남을 위해서 생각해야 할 것은 “주님께서 우리의 연약함을 모두 받아 주시고 먼저 찾아오신다.”는 것입니다. 완벽한 인간이 아니라 약함을 모두 지닌 채로, 있는 그대로의 우리를 받아 주신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주님을 만나기 위해 자캐오는 나무 위에 올라갔지만, 그 순간 자캐오가 그분을 본 것이 아니라 바로 예수님께서 자캐오를 보셨다는 것에서 잘 드러납니다. 자캐오는 그분에게 보여졌습니다. 그분을 뵙고자 하는 열망과 마음 속 간절한 바램을 예수님께서 보신 것입니다.

“자캐오, 얼른 내려오시오. 오늘은 내가 당신 집에 머물러야 하겠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캐오와 함께 주님을 만나기를 간절히 원하는 우리들도 초대해 주십니다. 두려움 없이 나무에서 내려와 집에 머무시기를 원하십니다. 길이 아니라 집에 머무시길 원하십니다. 집이 우리의 참된 내면을 상징한다면 길은 우리 자신의 밖, 우리의 가면을 상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각자의 허상의 길 위에서의 만남을 원하시는 것이 아니라, 주님 앞에 밝히 드러나 있는 우리의 참다운 내면에서 만나기를 원하시는 것입니다. 우리가 먹고 자고, 쉬는 장소, 행복함, 단란함과 함께, 갈등과 고민, 걱정과 번민이 있는 바로 우리 내면의 집에 머무시고자 합니다.

그리고 내일이 아니고 바로 [오늘], 지금 우리 안에 머무시고자 하십니다. 지금 주님께서 우리 각자의 내면의 집에 오시겠다고 하신다면 우리는 어떤 마음이 먼저 드십니까? 그분을 멀리하고, 잊고, 죄 가운데 살았던 사람들은 지저분한 집을 청소하며, “내일 오시면 안될까요, 주님! 지금 너무 지저분해서요.”라고 미룰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그분을 날마다 찾으며 준비하고 있었다면 ‘환영합니다, 주님, 어서 오십시오’라고 말하며 기뻐할 것입니다.

죄 많은 자캐오는 주저하지 않고 나무에서 내려와 그분과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예수님과 함께, 예수님 앞에서 집 안 정리를 합니다. 그는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과 나누고 새롭게 살기를 다짐하는 서약을 하게 됩니다. 그분과의 참다운 만남을 기뻐하며 자유롭게 그동안 짊어진 죄의 멍에를 벗어 버리고 주님의 사람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순간인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회개입니다. 이것이 바로 참된 만남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마지막으로 참된 만남은 우리를 변화시켜 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참된 만남의 향기는 세상에 사랑의 열매를 낸다는 것입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어쩌면 지금 우리 각자는 자캐오와 같은 주님을 만나려는 열정도, 자신의 한계를 극복할 노력도, 주님을 만나기 위해 장애되는 것을 과감히 치우고, 내면의 집을 정리할 용기도 갖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주님과의 만남이 우리 인생 삶의 궁극적인 목적지임을 안다면 주님을 만나기 위한 작은 노력들을 지금부터 시작했으면 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에 충실하고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을 사랑하며, 화해와 용서의 길을 가는 것이 참된 만남의 첫걸음일 것입니다.

우리가 새로운 마음으로 나무 위에 올라가는 작은 노력들을 해 나갈 때 어느 틈엔가 모르게 이미 우리를 바라보고 계시는 예수님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의 마음을 꿰뚫어 보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지금 나무 위에 올라 가 있는 우리 각자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면 참 좋겠습니다.

“얼른 내려오시오. 오늘은 내가 당신 집에 머물러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