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1주일 강론-좁은문]

박 안셀모 신부

미사전

“여러분은 좁은 문으로 들어가려고 애쓰시오. 여러분에게 말하거니와, 사실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려고 하겠지만 들어가지 못할 것입니다.” 좁은 문은 어떤 문입니까? 궁극적으로 좁은 문은 바로 예수님께서 가신 문이고 하느님 나라의 문입니다.

그 문은 사랑의 문이며, 겸손과 비움, 나눔과 희생의 문입니다. 그리고 바로 우리 옆에 있는 형제, 자매들이 바로 하느님 나라로 인도해 주는 가장 훌륭한 좁은 문입니다. 우리의 매일의 일상은 수많은 문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우리들은 매 순간 어떤 문을 택하며 살아가고 있습니까? 오늘도 미사성제를 통해 우리 모두를 구원의 좁은 문으로 인도하시기 위해 주님께서 오십니다. 좁은 문을 알아 볼 수 있는 눈과 그 문으로 용감히 걸어 들어갈 수 있는 은혜를 청하며 이 미사를 정성껏 거행하도록 합시다.

강론

오늘 복음은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주님, 구원받을 사람이 적겠습니까?"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됩니다. 이 질문과 예수님의 대답 내용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질문한 이는 아마도 '선민사상에 깊숙이 물들어 있는 이스라엘 사람이었으리라'는 짐작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선민사상이란, 하느님께서는 세상의 많은 민족들 중에서도 특별히 이스라엘을 당신의 백성으로 선택하시어 그들의 하느님이 되어 주셨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스라엘 백성들의 이러한 선민사상은 시간이 흐르면서 그 의미가 왜곡되어 갔습니다.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을 택하신 것은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뭇 민족들의 모범이 되라는 뜻이었는데, 이스라엘 사람들은 스스로를 위대한 민족으로 자처하면서 거만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다른 민족들을 멸시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이 사람의 질문도 이처럼 왜곡된 선민사상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이스라엘 사람들 외에는 아무도 구원을 받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구원받을 사람이 적을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하였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주장에 대한 답변으로 집주인의 이야기를 들려주시는데, 바로 이스라엘 사람들의 왜곡된 선민사상을 지적하시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느님에 대해서 먼저, 좀 더 많이 알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자동적으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하나의 "입장권"이 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선택을 받은 민족으로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가장 좋은 조건을 가진 "첫째"였지만, 이방인들을 무시하고 자만심 빠져버려 결국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자신을 하느님 나라로 인도해 주시기 위해 이 세상에 오신 하느님을 알아 뵙지 못하고 자신의 손으로 하느님을 십자가에 매닮으로써 꼴찌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복음 말씀을 통해 드러나는 믿는 이들의 영적 자만심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마찬가지 인듯합니다. 입술로는 그분을 공경한다고 말하지만 그분의 뜻을 행하지 않는 사람들, 예식과 형식만을 중히 여기고 그 근본정신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자기 자신을 위해 선행을 하는 사람들 바로 우리들의 또 다른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말씀을 듣고 그분 앞에서 먹고 마시는 미사에 참예하고 그분의 제자라고 말하지만 좀처럼 삶의 변화가 없는 그릇된 선민의식을 가진 바로 우리들에게 하시는 말씀인 것입니다. 이런 우리들에게 예수님께서는 겸손한 마음으로, 단호한 결단으로 좁은 문을 택하는 삶을 살라고 초대하십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시대를 보면서 좁은 문과 관련하여 몇 가지 느껴지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먼저 사람들은 점점 구원에 이르는 좁은 문에 대한 관심이 없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통한 구원이란 문제는 단순히 한 종파의 교리로만 여깁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자신을 아낌없이 내어 놓은 삶을 사신 예수님을 통해 온 인류가 구원받았다는 것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것입니다. 구원받았다는 세상에 지금도 온갖 폭력과 전쟁, 고통과 시련이 있다고 반문합니다.

둘째로 모든 논리의 가장 위에는 “자신의 이익, 자신이 속한 단체의 이익”만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 이익을 위해서라면 넓은 문이든, 좁은 문이든 상관없이 갑니다. 궁극적 목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눈앞의 이익이 우선인 것입니다.

셋째로 우리 믿는 이들도 자신의 이익 앞에서는 넓은 문을 택합니다. “좁은 문으로 가야한다는 것 알아요. 하지만 지금 저의 사정이, 지금은 바빠서, 이번 한번쯤은 넓은 문을 택해도 괜찮겠죠. 남들도 다 하는데..”라고 말합니다. 또한 ‘좁은 문이 바로 저기다’라고 말은 많이 하지만 정작 자신은 그 문으로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겸손과 사랑, 나눔과 절제, 용서와 인내, 믿음과 친절 등이 모두 좁은 문의 상징들이지만 이런 말들은 공허한 말잔치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더욱 우리 시대에는 실제로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더욱 많이 필요로 하는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바로 예수님을 통해 좁은 문으로 초대된 사람들이고 이미 그 문을 택한 사람들입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구체적인 삶을 통해 세상에 참된 행복을 전해야 하는 사람들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삶에서 좁은 문이란 어떤 것일까요?

먼저 예수님께서 바로 좁은 문일 것입니다. 그분 속에 들어가 그분과 하나 되는 것 그것이 가장 훌륭한 좁은 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 예수님은 바로 우리 가운데, 구체적으로 사람들 안에 계십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측면에서 우리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 위한 가장 훌륭한 문, 그러나 가장 좁은 문은 바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별히 고통 중에 있는 형제들 안에 들어가 그들과 하나 되는 것, 그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지만 우리를 하느님 나라로 인도해 주는 문이 될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우리 가까이에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가장 훌륭하고도 좁은 하느님 나라로 인도해 주는 문이라고 생각할 때 우리는 서로에게 쉽게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둘째로 우리의 삶에서 좁은 문은 수많은 선택과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일상의 수많은 선택 가운데 우리가 예수님의 뜻을 알고 그것을 택할 때가 바로 좁은 문을 선택하는 때이고 우린 바로 그 순간 구원을 맛보게 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그것이 자신에게 손해가 오고 힘들게 느껴질지라도 자꾸 그 좁은 문으로 가다 보면 아주 편안하게 그 문을 택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좁은 문을 택하게 되면 넓은 문을 가던 사람들도 그 좁은 문의 가치를 새롭게 알게 되지 않겠습니까! 이것이 바로 선교요, 구원의 표징이 되지 않겠습니까!

형제, 자매 여러분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과 모든 예언자들은 하느님 나라 안에 있고 여러분은 밖으로 쫓겨난 것을 스스로 보게 될 때에 거기서 울고 이를 갈게 될 것입니다.” 라는 오늘 복음 말씀이 우리 자신의 일이 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잠시 침묵 가운데 지금 우리는 과연 일상 안에서 좁은 문을 주로 택하고 있는지, 영적인 자만심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 구원에 이르는 문인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용서하고 있는지 그리고 주님의 뜻을 얼마나 실천에 옮기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합시다.

그리고 우리를 하느님께로 인도하는 좁은 문은 자신을 감추고 있어 마음을 닫고 있는 이기적인 우리가 쉽게 찾을 수 없을 때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