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제4주일 강론 - 주님의 성탄을 맞는 우리의 자세

박 안셀모 신부

[복음]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은 이러했다. 그의 어머니 마리아는 요셉과 정혼했는데 그들이 동거하기 전에 몸가진 사실이 드러났다.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었다.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의롭고 또한 마리아의 일을 폭로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남몰래 그를 소박하기로 작정하였다. 요셉이 이런 속셈을 하고 있을 무렵 마침 꿈에 주님의 천사가 나타나서 그에게 말했다. "다윗의 자손 요셉! 마리아를 당신 아내로 데려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시오. 사실 그 몸에 수태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입니다. 그가 아들을 낳을 터이니 당신은 그 이름을 예수라 부르시오. 사실 그는 자기 백성을 그 죄에서 구원할 것입니다."

이 모든 일이 일어난 것은 주님께서 예언자를 시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게 하려는 것이었으니, 이르기를

"보라, 동정녀가 몸가져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부르리라" 하였다. 이는 번역하면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 는 뜻이다.

요셉은 잠에서 깨어나자, 주님의 천사가 그에게 지시한 대로 자기 아내를 데려왔다.

[미사 전]

이제 성탄이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대림 4주일인 오늘 우리는 복음에서 예수님의 탄생 경위에 대해 듣게 됩니다. 성령으로 말미암은 동정녀 마리아의 잉태와 불가능한 혼인을 하느님의 계획으로 받아들인 요셉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요셉의 이 “받아들임”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묵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말로는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일상 안에서 당장 불리한 형편에 놓이면 쉽게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기 보다는 사람의 뜻을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기, 받아들이기 힘든 주변의 사람을 받아들이기

받아들이기 힘든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기

이 모든 것의 근본은 바로 믿음인 듯합니다.

주님께서는 보잘 것 없는 나를 주님께서 받아 주시듯이 하느님과 이웃과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기를 원하십니다.

주님을 온전히 나의 삶의 모든 것으로 받아들이며 주님께 모든 것을 내어 맡길 수 있는 은혜를 청하며 이 미사를 봉헌하도록 합시다.

[강론]

방금 우리는 복음에서 예수님의 탄생 경위에 대해 들었습니다.

구약의 예언대로 사람의 생각으로는 불가능한 탄생이 성령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것을 복음은 말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이셨기 때문에 그 탄생에서부터 인간의 힘이 아니라 하느님의 힘으로 이루어졌던 것입니다.

처녀의 임신을 알고 파혼을 택한 요셉에게 하느님의 천사는 그 모든 것이 하느님의 계획임을 알려 줍니다. 요셉은 이를 전적인 믿음으로 받아들이고 하느님의 계획이 이루어지도록 자신을 내어 맡깁니다.

그리고 요셉과 마리아의 믿음과 순종이 하느님의 아들 예수께서 이 땅에 오시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오늘 우리는 주님의 뜻과 계획을 받아들인 요셉의 믿음을 통해 다가오는 성탄을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함께 묵상해 보도록 합시다.

내가 만약 요셉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 보도록 합시다.

오늘 복음에서 요셉은 “의로운 사람”으로 소개 됩니다. 당신의 관습대로라면 약혼한 여자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경우 돌로 쳐 죽였습니다. 요셉은 모세의 법을 글자 그대로 지키지 않고 사람을 먼저 생각하여 지혜롭게 파혼할 것을 선택하고자 합니다. 요셉의 입장에서 보면 마리아의 임신은 배신감이 느껴지는 참으로 당혹스럽고도 난처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숭고하게 보였던 마리아가 어떻게 그런 일을!’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요셉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에 꿈에 천사가 나타나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하면서 마리아의 임신은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고, 태어날 아기는 인류를 구원하시고 우리와 함께 하실 구세주라고 알려 줍니다.

설령 꿈에 이런 일이 있었다 하더라고 과연 우리라면 그것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가 라는 생각을 해 보지만 요셉은 주님의 말씀을 있는 그대로 믿고 받아들입니다.

믿고 받아들이는 요셉의 순종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전해준다고 생각됩니다.

먼저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 안에서 우리는 “주님 사랑합니다. 주님을 믿습니다”라고 고백하면서도 일상의 편리함이나 이익 앞에서는 주님의 뜻을 찾기 보다는 내 뜻, 사람들의 일상적인 관습을 따른 행동을 더 많이 합니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 인것 같습니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 받아들이기를 우리는 너무도 어려워 합니다. 그 사람을 통해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말씀하시고자 하는 것들을 생각하기 보다는 돌아서 욕하고 비난하고 왕따시키는 것이 우리의 흔한 태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자신의 환경, 자신의 능력, 자신의 성격 등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의 일상은 무수한 관계들로 얽혀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때로는 참 힘들게 살아가는 것이 우리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느님과 이웃, 그리고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하느님께서 주시고자 하는 참다운 사랑과 행복을 찾아 갈 수 있을까요?

첫 번째로 하느님께서 나를 받아 주신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마굿간에서 태어나신 아기 예수님은 더럽고 지저분하고 짐승들이 살아가는 마굿간과 같은 우리의 내면에서도 태어나고자 하신다는 것입니다. 주님께선 우리는 먼저 사랑하시고 제대로 살지 못하는 우리가 되돌아가고자 하면 항상 받아주시는 분이시라는 것입니다. 그분의 말씀과 가르침을 지키며 산다는 것이 지금 당장에는 손해가 오고 불편하다할지라도 언젠가는 그분의 계획이 우리의 믿음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때 우리는 주님이 주시는 행복 속으로 들어 갈 수 있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하느님의 눈으로, 하느님의 마음으로 일상의 모든 사건과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받아들이기 힘든 사람과 사건을 하느님의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할 때 우리는 마음의 평화 가운데 살아갈 수 있습니다. 힘들게 하는 사람과 사건이 하느님께서 우리를 성장시켜 주시고 변화시켜 주시기 위해 주신 성탄 선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세 번째로 이렇게 하느님의 눈을 갖기 위해서 우리는 기도해야 합니다. 기도할 때 우리는 하느님의 크신 마음과 계획을 배우게 됩니다. 당신께서 직접 창조하셨고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유일 무이한 너무도 소중한 나를 사랑으로 감싸 주시는 주님과 대화 나누고 그분 안에 머물며 기도하는 시간을 가질 때 우리는 날마다 새로운 탄생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루 가운데 잠시 나마 조용히 눈을 감고 주님의 현존을 느껴 보십시오.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우리와 늘 함께 하시는 성령의 움직임에 자신을 내어 맡기며 기도하는 시간을 가져 보십시오.

지금 세상은 성탄과 연말을 맞아 분주합니다. 주변의 화려한 성탄 불빛과 캐롤,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고 선물을 주고 받고 구세주의 오심을 기뻐하는 외적인 들뜸은 단지 지나가는 행사로 성탄을 만들어 버릴 수 있습니다. 고요함 가운데 우리 내면에 오시는 주님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합니다. 호렙산에서 조용한 미풍 가운데에서 주님을 체험한 엘리야처럼, 고요한 침묵 가운에 주님께 기도하는 우리의 내면에 주님의 성탄이 이루어 집니다.

2000년 전에 탄생하신 주님께서 우리의 마음 안에서도 탄생하고자 하십니다. 마음의 문을 열고 주님을 받아들이도록 합시다. 고요한 침묵 가운에 나의 나약함을 봉헌하고 주님을 맞을 준비를 할 때 우리 각자가 작은 예수님이 되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