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 말라(연중 제 12주일 가해 강론)

박 안셀모 신부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우리는 현대 과학과 경제 구조가 그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 믿고 열심히 그것을 쫓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현대인들은 많은 것을 누리면서도 삶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 걱정에 휩싸여 있기도 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 가운데 삶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 걱정꺼리가 없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그것은 두려움과 불안이 우리가 인간으로서 살아남기 위한 기본 조건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사실 두려움과 불안의 깊은 곳에는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인간의 기본 욕구와 열정이 깔려있으며, 우리 인류가 진화할 수 있었던 것도 두려움에 대비하는 능력을 발전시켜왔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겁니다.

우리 인간 삶의 여정은 두려움과 그것을 극복하여 행복을 찾고자하는 시간의 연속이기도 합니다. 어머니 자궁을 벗어날 때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젖을 떼면서 어머니와 분리에 대한 두려움/ 부모님과 친구들, 선생님의 사랑을 받지 못할까봐

느끼는 두려움/ 청년 시절에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 중년이 되어서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건강에 대한 염려와 두려움, 그리고 자신만을 믿고 있는 아내와 자식들을 바라보면서 왠지 모를 두려움에 휩싸여 잠 못 이루는 나날들/ 어려서는 아버지에게, 젊어서는 남편에게, 그리고 늙어서는 아들에게 온갖 마음의 상처와 애환을 겪으며 살아온 여인에게 어느 날 문득 찾아온 생에 대한 공허감과 불안, 우울감/ 이제는 늙고 병들어 자신의 얼룩진 생을 돌아볼 때마다 엄습해 오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

하느님 앞에, 사람들 앞에 지은 죄 때문에 그리고 영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늘 같은 자리를 맴도는 자신의 나약하고 초라한 모습 때문에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러한 불안과 두려움을 극복하고 나면 작은 행복감이 밀려오고 삶은 기쁨으로 변합니다. 하지만 더 행복하고자 하는 욕망은 우리를 또 다른 두려움으로 내몰게 됩니다. 때로는 삶의 불안과 두려움을 스스로 직면하는 것이 너무도 힘들기 때문에 그것을 피해 사람들은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합니다. 일에 몰두하기도 하고, TV 드라마나 스포츠에 빠지기도 하고, 술과 사람에 의지하기도 합니다.

하느님께 믿음을 두고 기도와 명상을 통해 마음을 다스려 두려움을 버리고 주님만 의지하며 매 순간 최선을 다해 기쁨으로 살고 싶은데, 생각뿐 타성에 젖은 나의 삶은 변화를 두려워합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 모두는 소박한 행복을 바라는 약하디 약한 존재입니다. 우리 아들, 딸이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좋은 가정을 얻고, 우리 가족이 몸 건강하기를 바라며, 돈 조금 더 모아 노년을 자녀들 신세지지 않고 잘 죽어 예수님 품에 가기를 바라는 그런 소박하고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수도원에서 예수님 위해서 충실히 한생을 바치고 수도복을 입고 주님 곁에 가고 싶은 이들입니다. 하지만 날마다 근심과 불안, 두려움이 우리를 따라 다닙니다. 마음의 평화를 이룰 수가 없습니다.

만약 이 자리에 있는 분들 가운데 그리스도인으로서 사는 것이 참으로 두렵고 힘들게 느껴지는 분이 있다면 자신의 믿음을 점검해 보시길 바랍니다. 나는 일상의 삶 안에서 주님을 얼마나 의식하고 살아가고 있지, 나는 매일 주님 앞에 스스로를 반성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무엇을 결정할 때 주님의 뜻을 먼저 헤아리고 있는지, 그리고 나는 매일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주님을 위해서 진실된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는지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만약 이 자리에 함께 하시는 분들 가운데 그 무엇에 앞서 주님을 사랑하고 또한 주님께서 나를 얼마나 귀하게 여기시고 사랑하시는지를 깨달으며 살아가고 있는 분이 있다면 그분은 진실로 주님을 두려워하며 살아가는 분이실 겁니다.

“육신은 죽여도 영혼을 죽일 수 없는 자들을 겁내지 말고, 영혼도 육신도 지옥에서 멸망시킬 수 있는 분을 두려워하시오.”

하느님께 대한 올바른 두려움을 지닐 때, 삶의 모든 두려움과 걱정도 그분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습니다. 만약 위의 말씀을 듣고 하느님께 벌받을까봐, 지옥이 무서워서 하느님을 믿고 복음을 전하는 사람들은 노예적 두려움을 지닌 사람들입니다.

하느님을 두려워한다는 것은 모든 것을 하실 수 있는 하느님을 하느님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며, 우리를 너무도 사랑하셔서 몸소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오셔서 십자가에 수난과 부활을 통해 우리를 살리신, 우리 인간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그 엄청난 사랑 앞에 승복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오늘 복음의 다음 구절에도 잘 나타납니다.

“그분은 그대들 머리카락까지도 다 세어 놓고 계십니다. 겁내지 마시오. 그대들은 그 많은 참새보다 귀합니다.”

이 얼마나 애정에 찬 말씀입니까! 하느님께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고 귀하게 여기시는지를 깨달을 때, 우리는 하느님을 배반하도록 유혹하는 일상의 두려움과 불안을 물리치고 당당히 주님께서 맡기신 소명을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옥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믿는 이기적인 신앙이 아니라, 자녀로써 받은 그 큰 사랑에 보답하고자 하는 신앙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얼룩진 과거의 시간들과 저질렀던 죄스런 나의 모습 때문에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하느님께서는 나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생각하며 나의 모든 잘못과 죄를 주님께 맡겨 드리십시오.

우리가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미래에 대한 두려움입니까? 삶에 대한 두려움입니까? 아니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입니까? 주님을 배반하도록 유혹하는 세상의 박해자들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가 진정 두려워할 것이 있다면 바로 하느님과의 사랑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분의 사랑에 대한 감탄과 거룩한 떨림, 환희와 사랑의 현기증이 바로 우리를 이곳에 살게 하는 힘인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듯합니다.

“겁내지 말라, 참새들도 귀하게 여기는 내가 너를 얼마나 귀하게 여기고 있는데,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데, 부질없는 것들에 불안해 하며 걱정하느냐.

두려워 말아라. 용기를 내어라,

너의 죄를 나는 잊었다. 너의 불성실을 나는 잊었다.

나는 너를 사랑한단다.

너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나의 아들, 딸이다.

나는 너를 필요로 한다.

이제 너의 삶으로 나를 안다고 세상에 전하여라.

그러면 내 나라가 이미 네 안에 있을 것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