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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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연중 제25주일 (2007.9.23) - 하느님과 재물: 인 끌레멘스 신부 07-10-14 23:00:1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463   
저는 우리 수도원을 방문하는 신자들이나 피정 지도를 할 때 신자들에게 우리 수도자의 청빈을 설명할 때 이런 농담을 합니다. “제 꿈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물론 아무도 대답하지 못합니다. 그 답은 “나도 한번 긁고 싶다라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무슨 뜻인가 하고 의아해합니다. 바로 ‘카드’를 긁고 싶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세상에 태어나서 신용 카드를 한 번도 긁어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수도자들은 사유 재산을 포기한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사막 수도 교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위대한 수도 스승들은 수도자가 재산을 소유하지 않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성 베네딕도는 수도자가 개인 소유를 탐하는 것을 ‘악습’이라고 말하고, 또 이런 악습은 ‘뿌리째 뽑아 버려야 한다’고 아주 강한 표현을 쓰면서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평신도들은 수도자하면 재물과 담을 쌓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사실 재물이란 것 좋은 것입니다. 어느 정도 재물이 있어야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도 갖춥니다. 사람 노릇도 할 수 있습니다. 봉사도 하고 자선도 베풀 수 있습니다. 우리 수도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도자도 재물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합니다. 저는 요즘에 농담으로 “머니 머니해도 돈이 최고야” 하는 소리를 많이 합니다. 왜냐하면 화재로 붕괴되어 버린 수도원을 다시 지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재물의 소유에 관해 경고하고 계십니다. “어느 종도 두 주인을 섬길 수는 없습니다. 한쪽을 미워하고 다른 쪽을 사랑하거나, 한쪽을 떠받들고 다른 쪽을 업신여길 것입니다. 하느님과 마몬을 함께 섬길 수는 없습니다.” 여기서 마몬이란 재물 혹은 부의 마력을 뜻하는 아람어입니다.

사실 재물은 힘입니다. 이 재물의 힘은 분명 하느님을 멀리하게 하고 이웃 사람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마력으로 변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오늘 복음을 해석해주는 제1독서 아모스서를 보면, 예언자 아모스는 가난하고 약한 이들은 착취하고 속이는 부자들을 향하여 야훼 하느님의 이름으로 아주 무서운 경고를 합니다. “나는 그들의 모든 행동을 결코 잊지 않으리라.” 이 얼마나 무서운 경고입니까. 베네딕도 16세 교황님도 지난 8월5일 주일 삼종기도 강론에서 부(富)의 위험성을 단호하게 경고하시고 또 부와구원의 관계에 관해서 말씀하셨습니다. 교황님은 말씀하시길, “물질적인 부와 재화는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지만, 절대적으로 좋은 것으로 여겨서는 안된다”고 하시며, “부의 많음이 구원을 보장해주지 않고, 오히려 구원을 심각하게 해칠 수도 있다”고 경고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지나친 부는 분명 구원에 심각한 걸림돌이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부와 재물에 대해 어떻게 처신해야 되겠습니까? 사실 문제는 늘 지나침이 문제입니다. 재물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재물의 노예로 전락하고, 재물을 하느님 섬기듯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재물이 하느님을 대치하면 그것은 큰 죄이고 이 죄는 자신 뿐 아니라 이웃에게도 큰 해악을 끼칩니다.

이 말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재물로도 구원을 살 수 있습니다. 이 말을 다르게 표현하면, 재물은 우리 구원에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니 분명 우리 구원에 훌륭한 도구입니다. 본기도에서 우리는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주 하느님,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법의 근본이 된다고 하셨으니, 저희가 그 사랑의 정신으로 주님의 계명을 지켜, 영원한 생명에 이르게 하소서.” 여기서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법의 근본이고 사랑의 정신으로 계명을 지킨다고 본기도는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랑의 정신, 사랑의 마음을 지닌 사람에게는 재물은 영원한 생명을 얻는데 큰 몫을 담당합니다. 우리가 정직하게 모은 재물로 우리보다 가난하고 힘들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웃을 돕고 그들이 다시 일어나는데 봉사한다면 재물은 참으로 우리 구원에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

형제여러분, 이 세상에는 마몬의 노예가 되어 재산을 하느님으로 섬기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재산 때문에 재물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소중한 생명을 잃고, 한 부모 밑에 태어난 형제가 갈라지고 싸우고 있습니까. 그렇지만 이 세상에는 우리 주위에는 재산을 통하여 참다운 사랑을 실천하는 분들도 참으로 많습니다. 요즈음 화재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우리 공동체를 위해서 많은 분들이 애써 모은 재물을 보내주고 계십니다. 특히 가난하고 힘든 가운데서도 자신의 것을 아껴서 우리를 도와주시는 분들이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하느님의 축복인 재물을 사랑을 실천하는 도구로 사용합시다. 더 많이 베풀면 하느님께서는 우리 손에 더 많이 담아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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