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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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성체성혈 대축일 (2007년 6월10일): 인 끌레멘스 신부 07-10-14 22:54:4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261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너무나도 친숙한 오천 명을 먹이신 빵의 기적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기적이 진짜 일어난 것인가 아닌가 하는 것에 관심을 둡니다. 그러나 마태오 복음, 마르코 복음, 요한 복음도 다 전하는 이 이야기는 다른 곳에 중요성이 있는 듯 보입니다. 이상하게도 모든 복음사가는 예수님께서 직접 행하신 3가지 동작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습니다. “들고, 하늘을 우러러 축복하시고, 떼어서 제자들에게 주셨다.” 이것은 바로 최후만찬에서 예수님께서 빵과 포도주를 들고 하신 동작과 동일합니다. 최후만찬 이야기는 오늘 제2독서로 들은 코린토 전서 11장에서 잘 나옵니다. 예수님은 최후만찬을 하시면서 빵과 포도주 잔을 들고, 사례하시고, 떼어 주고 돌리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천 명을 먹이신 빵의 기적과 최후만찬은 서로 내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왜 당신 죽음을 앞두고 제자들과 함께 최후만찬을 하신 것입니까. 사실 예수님의 전 생애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가장 위대한 사건은 바로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입니다. 곧 파스카 사건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중요한 십자가 죽음에 제자들은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약하디 약한 제자들 가운데 한명은 주님을 팔아넘기고, 한명은 예수님을 모른다고 부인하고, 또 나머지 제자들은 모두 스승을 죽음에 버려두고 도망쳐버렸습니다. 이처럼 주님은 제자들의 버림을 받고 십자가에서 외로이 돌아가셨습니다. 그렇지만 예수님은 제자들과는 다른 분이셨습니다. 제자들은 당신을 버렸지만 예수님은 제자들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십자가 사건에 죽기까지 사랑하신 제자들을 참여시키기 위해서 하루 전 날 예수님은 최후만찬을 거행하신 것입니다. 십자가의 죽음에, 그리고 더 나아가 주님의 부활에 제자들을 미리 참여케 하는 예식입니다. 최후만찬에서 예수님은 빵을 떼어 주시면서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줄 내 몸이다”, 그리고 포도주 잔을 주시면서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셔라. 이는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흘릴 내 피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최후만찬의 빵은 바로 다음날 십자가에서 우리 모두를 위하여 내어줄 당신의 몸이고, 최후만찬의 포도주는 다음날 십자가에서 우리 모두를 위하여 흘릴 당신의 피였습니다. 이로써 제자들은 최후만찬 석상에서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하루 전날 이미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십자가에서 이루실 주님의 죽음과 더 나아가 주님의 부활에 참여하게 된 것입니다. 그후 예수님이 부활하신 지 50일째 되는 날인 성령강림 때,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하신 주님의 명령에 따라, 제자들은 진리의 성령을 가득히 받은 후 주님이 부활하신 날, 곧 안식일 다음날인 주간 첫날, 주일마다 성찬례를 거행하였습니다.

오늘 미사에서 교회는 성체성사의 세 가지 차원을 본기도, 예물기도, 영성체 후 기도문에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1) 우선 성체성사는 과거 2000년 전에 일어났던 십자가 사건을 현재화합니다. 이것은 본기도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하느님, 성체와 성혈의 신비로 주님의 수난 기념하게 하셨으니, 저희가 언제나 구원의 은혜를 느끼며, 이 신비를 공경하게 하소서.” 의무와 습관적으로 성찬례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참으로 내가 우리가 십자가와 부활을 직접 목격한 증인이 되는 것, 특히 성찬례의 여인인 성모님과 함께 십자가에서 죽고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 뵙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놀라움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주님 앞에 어떠한 것도 받을 만한 자격도 없는 존재들입니다. 마치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허기에 지친 오천 명의 군중처럼, 우리의 힘으로 아무 것도 해놓은 일도, 또 전혀 도움 받을 수 없는 상태에 있는 존재들입니다. 이러한 우리 앞에 하느님께서는 놀라운 일을 해 주셨습니다. 하느님이신 성자께서 십자가에 달리시고 부활하심으로써 우리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인 구원을 선물을 선사하신 것입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로마서에서 이렇게 고백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직 죄인이던 때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죽으셨습니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쏟은 당신 사랑을 실증하셨습니다” (로마 5,8). 그래서 성체성사는 하느님 사랑의 선물인 것입니다. 우리는 미사를 할 때 그리고 개인적으로 성체조배를 할 때, 본기도의 표현에 따라, 지극한 마음으로 이 사랑의 신비, 곧 주님의 수난에서 드러난 사랑의 신비를 공경하고 흠숭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성체성사 안에서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만나 본 사람은 지금 이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일치와 평화를 위해 일하는 일꾼들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2) 성체성사의 둘째 차원을 예물기도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 주님의 교회에 이 예물로 신비로이 드러나는 일치와 평화의 은혜를 자비로이 내려 주소서.” 그렇습니다. 성체성사는 우리 안에 일치와 평화를 건설하는 원천입니다. 과연 내가 공동체 안에서 가정 안에서 일치와 평화를 위해 힘을 쓰는 사람인가 아닌가를 끊임없이 기도 안에서 고뇌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분노, 걱정, 미움, 불안, 초조와 같은 것은 일치와 평화의 싹을 죽이고 그 씨를 말리는 독약입니다. 성체와 성혈을 받아 모시고 흠숭하는 사람은 매사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으로서, 사건과 사람을 밝은 쪽에서 보면서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일치와 평화를 도모합니다.

3) 이제 성체성사의 셋째 차원은 미래에 있을 궁극적인 희망을 오늘 이 자리에 앞당겨 체험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영성체 후 기도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주님, 이 세상에서 주님의 보배로운 몸과 피를 받아 모셨사오니, 영원히 주님과 함께 살 수 있는 은혜를 가득히 내려 주소서.” 하늘나라는 주님과 함께 있는 곳입니다. 내가 우리가 지금 예수님과 함께 있다면 내가 있는 곳이 하늘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참된 행복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습니다. 마치 구름이 잔뜩 낀 하늘에서 조금한 틈에서 태양빛을 바라보듯이, 성체성사를 영하고 흠숭할 때마다 우리는 이 지상에서 하늘을 미리 살 수 있습니다. 이 순간의 희열은 영원을 미리 사는 것이고 이 힘들고 거친 현세 생활에 여유와 만족을 줍니다.


“예수께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들고 하늘을 우러러 축복하신 다음 떼어 제자들에게 주면서 군중에게 나누어 주도록 하셨다. 모두 배불리 먹었다. 빵조각 남은 것을 모으니 열두 광주리나 되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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