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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성령강림 대축일 강론-우리를 새롭게 창조하시는 성령: 박 안셀모 신부 07-10-14 22:53:3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573   
[성령강림대축일 미사]

찬미 예수님! 오늘은 성령강림 대축일입니다.
성령 강림은 부활의 완성이요 교회의 시작입니다. 성부와 성자를 통해 발하신 성령의 강림은 실로 대단한 사건입니다. 두려움에 떨고 있던 제자들이 문을 박차고 나가 ‘당신네들이 죽인 예수 그리스도는 사흘만에 부활했소’라고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외치게 된 사건이며, 그들의 성령 체험으로 말미암아 지금 우리도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믿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바로 우리 가운데도 계속해서 성령께서 임하시고 계십니다. 지금 우리는 성령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성령에 대해서는 웬지 소홀한 느낌이 듭니다. 마치 성령 운동이니 성령 세미나니 하는 것들은 감정에 호소하는 낮은 신앙심으로 치부하기도 합니다. 사도 신경에도 성령에 대해서는 ‘성령을 믿으며’라고 단 한마디만 언급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오는 저는 아주 간략하게나마 우리의 삶에 있어 성령께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합니다. 먼저 자동차 이야기로 시작할까 합니다. 거리에는 자동차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성능도 좋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값비싼 자동차도, 아무리 성능이 좋은 자동차도 타이어에 바람이 빠지면 달릴 수 없습니다. 왜 갑자기 자동차 타이어 이야기를 하느냐 하면 바람, 숨, 영을 뜻하는 그리스말 프네우마Pneuma라는 단어에서 파생된 말 가운데는 자동차 타이어라는 의미를 지니는 단어도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이태리말로 자동차 타이어는 pneumtico입니다. 바람 빠진 자동차가 달릴 수 없듯이,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성령을 빼면 살수 가 없습니다. 타이어 안에 주입된 바람이 자동차를 달리게 하듯이 우리 안에 계신 성령께서 우리를 “하느님과 일치”라는 삶의 목적지를 향해 달리게 합니다. 이렇듯 성령은 우리를 주님께로 달리게 해 주시고 지탱해 주시는 인도자이시며, 보호자이시고 협조자이십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제자들은 세찬 바람을 맞았습니다. 이 세찬 바람, 신바람과 함께 불혀 모양으로 나타난 성령께서는 나약하고 두려움에 차 있던 제자들에게 새로운 열정과 능력의 바람을 일으키십니다. 하느님의 영은 두려움을 사라지게 합니다. (우리 가운데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다면 두려움을 없애 주시는 성령께서 임하시길 청해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주님의 영은 말을 통하게 하는 역할을 하십니다. 바벨탑을 세운 인간의 교만으로 갈라졌던 언어를 하나로 일치시키는 분이십니다. 살다보면 참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만 가면 공동체가 어수선해지고 갈라지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대게 그런 경우 그 사람은 자기 말만 합니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줄 모릅니다. 이런 사람에겐 다른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겸손의 영이 필요합니다. 다른 사람들과의 통교와 친교한 성령의 은총은 우리를 주님과 하나 되게 합니다. 성령은 하느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 그리고 우리 자신과 내면의 자신을 일치시켜 주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무엇보다 성령의 가장 으뜸가는 행위는 “창조”입니다. 진흙이었던 아담에게 숨을 불어 넣어 생명을 주셨듯이, 오늘 예수님께서는 닫힌 방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두려움 때문에 진흙처럼 굳어있던 제자들에게 기쁨과 평화를 심어 주시고, 생명의 숨을 불어넣어 주십니다. 본래의 모습을 잃고 있던 제자들에게 새로운 생명, 즉 부활하신 주님으로서 지니신 생명을 나누어 주십니다. 이 새로운 생명을 선물로 받은 제자들은 죄의 용서에 대한 전권을 부여 받고 세상으로 파견됩니다. 이제 제자들은 죄에서 정화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죄의 용서를 베풂으로써, 예수님의 새로운 생명을 나누게 됩니다.
용서는 관계의 재창조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우리 인간을 용서하고 사랑하시기 위해 이 세상에 오셨고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그것을 성취하셨습니다. 성령께서는 그 용서를 완성하는 역할을 하십니다. 미움과 증오로 마음의 문을 닫아 걸고 있는 우리의 마음 속에 임하셔서 평화와 기쁨을 주시고 새로운 숨을 불어 넣어 주셔서 우리를 재창조하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아가 우리를 또 다른 제창조의 도구로 사용하시는 것입니다. 사랑을 체험한 이는 사랑을 전달합니다. 용서를 체험한 이는 용서를 전달합니다. 평화를 체험한 이는 평화를 전달합니다. 하지만 상처와 오해와 불신을 체험한 이들이 치유되지 않고 악화되었을 때 다른 사람에게 그것을 투사하여 전달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지금 세상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아 상심하며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가슴이 부서지도록 무너져버린 그 모든 사람들에게, 그래서 지금 아픈 눈물을 흘리는 모든 이들에게 성령께서 주시는 특별한 위안을 전해야 할 것입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성령께서 오늘 우리 가운데 임하십니다. 닫힌 마음을 열고 성령의 선물을 받아들이십시오. 하느님을 받아들이고, 형제들을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성령의 시대를 사는 첫 번째 자세일 것입니다. 내 안에도, 형제 안에도 하느님의 영이 임해 계시기 때문입니다. 비록 우리 안의 두 마음 때문에 갈등과 고뇌를 하지만, 주님의 영께서는 우리 보다 더 깊은 탄식으로 우리 각자와 우리 공동체가 당신의 영 안에 머물기를 바라고 계심을 잊지말고 용기를 내어야 할 것입니다. 성령으로 말미암은 일치와 친교와 새로운 창조에 대해 기뻐하며 형제들과 함께 주님을 찬양하며 신명나는 삶을 살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주님께서는 당신 영을 통해 날마다 우리 각자를 새롭게 창조해 주시고 건설해 주십니다.
주님께서는 당신 영을 통해 날마다 우리 공동체를 새롭게 창조해 주시고 건설해 주십니다.
건물이 사라졌다고 해서 수도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건물은 다시 지으면 됩니다. 하지만 사라진 건물을 다시 짓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형제들 상호간의 신뢰와 관심과 사랑의 유대를 더욱 굳게 하는 것입니다. 불평과 짜증과 게으름과 욕심의 영은 공동체를 와해시킵니다. 수도자가 사라지면 수도원도 사라집니다. 우리가 이번 화재의 고통을 통해 더욱더 형제애로 하나 되어 주님의 영에 충만한 공동체가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어려울 때 일수록 더욱더 서로 믿고 격려하고 서로에게 기쁨의 영이 되어 주었으면 합니다.

오소서 성령이여 믿는 이들의 마음을 충만케 하시며 저희 안에 사랑의 불을 놓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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