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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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부활제5주일 강론: 진 토마스 신부 07-10-14 22:52:3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283   
“서로 사랑하시오. 내가 그대들을 사랑한 것처럼 그대들도 서로 사랑하시오.”
저는 사랑에 대해 말하기 싫습니다. 사랑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을 저는 의심합니다.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을 보면 실천대신에 말을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심이 납니다. 그리고 제 자신도 의심합니다. 사랑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면 제 언행이 서로 맞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게 됩니다. 그러나 오늘은 사랑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방금 예수님의 유언을 들었습니다. 돌아가시기 전날 밤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하신 것은 이 “서로 사랑하라”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사랑이라는 말은 범위가 너무 넓은 말이고 애매한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인생의 가장 고귀한 것도 사랑이고 위험하고 그릇된 욕정도 사람들이 사랑이라고 부릅니다.
그리스 말에는 사랑이라고 번역하는 단어가 3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Eros 라는 말인데 그 뜻은 매력 있는 대상에 대한 욕망, 주로 이성간의 사랑과 애정을 말 할 때에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이 Eros이라는 말은 성경에 없습니다.
그 다음 philia : 대개 친구간의 사랑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예수님과 제자들 사이의 관계를 말할 때에 이 말을 사용할 때 있습니다.

세 번째로 agape 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을 그리스 사람들이 그렇게 흔하게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성경에서는 이 agape 라는 말을 제일 많이 사용합니다. 이 agape 라는 말은 애정을 포함 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실제로 잘해 준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 말을 번역 할 때에 아낀다는 말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웃 사랑에 대해 말 할 때에 우리는 흔히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라”는 레위기 19,18의 말을 인용하는데 공동번역에서는 “ 이웃을 네 몸처럼 아껴라” 고 하는데 좋은 번역입니다.

이제 하느님의 계명을 옳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남에 대하여 애정을 느끼라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을 좋아하라고 하시지 않으셨습니다. 사실 하느님은 우리에게 불가능한 것을 요구 하시지 않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모든 사람, 원수를 포함한 모든 사람을 사랑하라고 하셨습니다. 모든 사람을 아끼고, 모든 사람에게 실제로 잘 해 주시라고 하셨습니다.

이제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을 생각해 봅시다. 예수님께서는 “내가 그대들을 사랑한 것처럼 서로 사랑하라”고 하셨습니다. 이것은 구약성경에 나오는 말과 분명히 다릅니다. ‘이웃을 네 몸처럼, 네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것과 ‘내가 그대들을 사랑한 것처럼 사랑하라는’ 것과는 다릅니다. 이웃을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말을 쉽게 잘못 이해할 수 있거나 제한시킬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웃을 내 이상으로 사랑할 필요가 없다는 것, 자신처럼 이라는 말을 자신만큼 사랑하라, 다시 말하면 자신을 어떤 기준으로 삼는 것처럼 생각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사랑, 자애는 기준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자신을 자연히 사랑하고 아낀다는 것을 전제하고 그와 마찬가지로 이웃도 사랑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제 예수님께서 분명히 어떤 새로운 기준, 또는 표준을 제시 하십니다. 당신처럼 사랑 하라는 것, “내가 그대들을 사랑한 것처럼 서로 사랑하라” 고 하시는 것입니다. 그분이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셨읍니까 ? 그것이 요한 15,13에서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벗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을 지닌 사람은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 보다, 자신의 목숨보다 우리를 더욱 사랑하셨습니다. 이것이 새로운 사랑의 기준입니다.

그 사실은 요한의 첫째 편지에(3,16)더욱 명백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분이 우리를 위해 당신 목숨을 내놓으셨다는 그 사실로 우리는 사랑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우리도 형제들을 위해 목숨을 내 놓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분명히 자신보다 우리를 더욱 사랑 하셨습니다. 그리고 벗들만 생각하신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죄인들을 위하여, 하느님의 원수들을 포함한 인류를 위하여 돌아가셨습니다. 모든 사람을 당신 벗으로 만들기 위하여 당신 목숨을 버리셨습니다. 우리를 위하여, 우리 각자를 위하여, 나를 위하여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을 넘기셨습니다.

그것이 우리 사랑의 기준이라고 생각 할 때에 어지럽게 느껴집니다. 어떻게 그런 사랑을 모방 할 수 있겠습니까? 너무 가파로운 산 앞에 서 있는 기분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이 새 계명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많은 성인들의 생활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신자가 아니라도 결정적인 순간에 남을 구제하기 위하여 자기 목숨을 던지는 영웅적인 사람을 가끔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사랑을 알게 된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예수님 안에 나타난 하느님의 사랑을 믿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님을 도로 사랑합니다. 그분의 사랑을 조금이라도 깨닫는다면 그분의 사랑에 보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우선 우리 사랑의 대상입니다. 이것이 그리스교의 특징입니다. 그리스도의 제자라면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내주신 그분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성 베네딕도는 : “그리스도보다 아무것도 낫게 여기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agape 라고 하는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사랑에 대해 두 가지 특징을 지적할 수 있읍니다: 모든 다른 사람들과, 또 유대교와도 다른 것은 우선 새로운 사랑의 대상이 있다는 것인데: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새로운 사랑의 기준이 있는데 그 기준은 또 다시 예수 그리스도 이십니다. 예수는 우리 사랑의 대상, 그리고 기준 이십니다.

그리스도교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를 열렬히 사랑하는 것과 그분과 함께 또 그분처럼 형제를 사랑하는 것 입니다. 이것은 물론 우리 힘으로 되지 않습니다. 오직 그분의 힘을 믿고, 그분의 은총을 간절히 청하면서 매일 용기를 가지고 새로 시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여러 가지로 부족한 가운데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우리도 남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힘을 받을 것을 바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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