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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사순제5주일 강론 - 허세와 두려움을 해체시키시는 하느님: 박 안셀모 신부 07-10-14 22:50:1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999   
사순 제5주일 강론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은 사순 제5주일입니다. 이제 사순절도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어제 내린 단비로 새 봄이 기운이 성큼 다가 왔듯이, 오늘 예수님께서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라고 말씀하시면서, 간음한 여인에게 내리신 자비의 말씀으로 우리 영혼에도 새로운 생명의 기운이 솟아나기를 바랍니다. 오늘 이렇게 한 자리에 모여 주님의 자비와 구원의 신비를 거행하기에 앞서 자신과 일과 사람들에게 갇혀 불쑥 불쑥 마음과 입과 행동으로 돌을 던고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육신과 현실에 얽매여 거듭되는 죄로 두려움에 떨고 있지는 않은지, 잠시 반성하며 주님의 자비를 청하도록 합시다.


강론 <두려움과 허세에서 돌이켜 주시는 하느님>

방금 들은 복음은 사순절을 보내고 있는 우리에게 하느님의 용서와 자비를 본받도록 일깨워 줍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라는 말씀을 통해 우리 모두는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누구도 서로를 단죄할 수 없을 보여 주십니다.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 라는 말씀은 스스로 죄인으로 인정하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가져 다 줍니다. 새로운 출발을 하게끔 만들어 줍니다. 더 이상 설명을 붙일 필요가 없을 만큼 오늘 복음은 흘러 넘지는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전해 주고 있습니다. 사순절의 막바지에 있는 우리들이 스스로 죄인임을 인정하고 함부로 남을 판단하지 않으며 용서와 자비의 삶을 살도록 일깨워 주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을 접한 분들은 대부분 이런 다짐과 묵상을 하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오늘 복음을 조금 다른 각도로 바라보고 싶습니다. 등장인물들을 중심으로 우리 각자의 내면을 좀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오늘 복음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선 4부류의 사람들이 등장함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주인공은 예수님이십니다. 그리고 조연인 간음한 여인, 악역을 맡은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 잠깐 등장하는 엑스트라, ‘온 백성들’이 출연하고 있습니다. 제자들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함께 했으리라 추측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오늘 복음에서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은 성전에서 온 백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예수라는 새로운 스승과 기존의 스승인 율법학자와 바리사이들이, 간음죄를 지은 한 여인을 놓고 대결하는 구도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예수님으로 말미암은 모든 출연자들의 해피엔딩입니다.

이제 출연자들을 우리 자신과 비교하며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합시다. 먼저 오늘 사건의 발단이 된 율사들과 바리사이들은 유대 땅의 기존 스승들이었습니다. 기득권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이 굳이 예수님께 “스승님”이라고 비꼬듯 부르는 것은 질투심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것입니다. 우리가 스승인데 온 백성이 난데없는 나자렛 촌뜨기의 가르침을 받고 있으니 배가 아프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들은 불안해졌고, 백성들 앞에서 완벽한 자신들을 부각시키고 시골 촌뜨기는 제거하고 싶어 했습니다. 사실 율사들과 바리사이들은 그 시대에 누구보다도 열심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자신을 확신하고, 자기는 만사를 잘하고 있으며, 철저히 살고 있는 시대의 선구자라 여겼습니다. 이런 인물일수록 불안이나 위기 앞에서 허세를 부리게 됩니다. 자신들에게 돌아올 칭찬과 존경을 백성들이 예수께 돌리고 있으니, 분통이 터질 노릇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경쟁자인 예수에게 딜레마를 만들어 빠져나올 수 없는 올가미에 걸리기를 재촉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의 현존재를 망각한 채 자신은 이미 높은 이상에 도달했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허세는 행여 우리의 모습 속에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수도자로서, 사제로서, 봉헌회원으로서 그리고 열심한 신자로서 교회의 많은 활동을 하는 이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존재 보다는 역할이나 소임이 자신이라 생각하며 ‘잘 한다’는 소리는 자연스럽게 여기고,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나 나의 칭찬을 위협하는 사람은 마음속으로 단죄하며 없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자신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율사들과 바리사이들의 모습 안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칭찬에 중독되어, 일과 그 성과에 중독되어 가고 있는 저 자신의 모습도 비추어 보게 됩니다.

이런 우리의 모습을 아마데오 첸치니 신부님은 도덕적, 지성적 착각이라고 명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진정으로 만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이러한 착각을 자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런 자각에서 자기 해체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감성적 착각에 빠진 간음한 여인을 살펴보고 싶습니다. 육체적 차원에 머물고 있는 이 여인의 모습에서 우리는 우리의 자신의 욕망을 보게 됩니다. 그릇된 사랑은 간음이 아니더라도 우리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입니다. 기본적인 규범을 무시한 채 ‘마음만’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자신의 감정이나 자신의 상황과 타협하는 것은 우리 삶에서 자주 범하기 쉬운 오류이기도 합니다. 어떤 주석가들은 율사와 바리사이들의 희생양으로 이 여인은 어쩔 수 없는 궁핍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동정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여인은 우리 안에도 있습니다. 현대인들이 그리도 많이 빠져 있는 육신에 대한 우상들과 잘못된 사랑, 무절제한 삶을 상징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군중들 앞에 언제 죽을 지도 모르는 두려움과 수치심으로 가득 찬 이 여인의 모습에서 놀라울 만큼 대단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죄를 부인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현장에서 잡혔지만, ‘살려 달라’ 한번쯤은 애원할 수도 있었을 텐데, 여인은 스스로 죽어 마땅한 사람이라고 여기며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어쩌면 이 여인의 자기 인정은 땅에다 무엇인가를 쓰시며 기다리고 계셨던 예수님의 마음 속에 전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의 주인공 예수님께서는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라고 말씀하시면서 앞서 말한 ‘무엇인가 해야지만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린다’고 자기기만과 도덕적 착각에 빠진 율사와 바리사이들을 ‘자기 해체’ 시키십니다. 아울러 이 말씀을 통해 뿌리 없는 방관자적 삶의 태도를 상징하는 백성들을 ‘자기해체’ 시킵니다. 그리고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라는 말씀을 통해 그릇된 감정과 사랑에 빠진 간음한 여인을 ‘자기해체’ 시키십니다. 우리가 하느님 안에서 회개를 통해 새롭게 변화되기 위해서는 ‘자기 해체’의 단계가 필요합니다. 지난 주 복음에서 돼지를 치던 둘째 아들이 느꼈던 그 자기 무력감, 하느님 앞에 박살나 아무 것도 아닌 자기 존재를 깨닫게 되는 그러한 ‘자기 해체’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자기 해체의 단계를 거친 이들은 사막과 광야라는 ‘잠재의 단계’를 지나 하느님과 진정한 만남인 ‘재건의 단계’로 들어가게 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예전의 일들을 기억하지 말고, 옛날의 일들을 생각하지 마라. 정녕 나는 광야에 길을 내고, 사막에 강을 내리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의 개입으로 무너진 여인은 희망을 얻었고, 스스로 서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무너졌습니다. 자비와 용서로 새로운 생명을 얻은 여인과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 놓은 감옥에 있음을 발견하게 된 율사들과 바리사이들 모두 이제 2독서의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뒤에 있는 것을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향하여 달려가야 할 것입니다.” 자비와 용서를 체험한 우리는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주님을 향해 달려가야 합니다. 사막의 여정 중에 사랑한 남자의 유혹이 또다시 찾아올지도 모르고, 존재를 망각하고 사람들의 칭찬과 성취의 달콤함에 매료되어 무너진 자신의 성을 다시 쌓고 싶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예수를 고발하고 죽인 율사와 바리사이들은 결국 이 유혹에 넘어가고만 것입니다.

율사와 바리사이처럼 다른 사람을 향한 심판과 판단은 예수님과 우리를 죽음으로 내몰지만,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는 인간의 심판과 단죄를 뛰어 넘어 생명을 가져다줍니다. 두려움과 허세에서 벗어나 진정한 삶에로 인도해 줍니다. 사순절의 막바지에 와 있는 우리는 오늘 복음을 통해 자신을 살펴보며 지금 내가 주님 앞에 자기 해체되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살펴보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지금 사막과 광야를 걷고 있다면 다시 찾아오는 유혹들을 그분의 말씀으로 극복해 나가며 새로운 그분과의 만남을 준비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설령 우리가 자만하고, 쓰러지더라도 우리 안에 사랑할 능력을 주셨고,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시는 그분의 사랑의 마음을 헤아리며 감사드립시다. 나아가 우리 역시 스스로 죄인임을 인정하고 하느님의 마음으로 형제 자매를 용서하고 받아들이며 살아갈 수 있도록 이 미사 중에 함께 기도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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