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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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사순 제4주일 강론: 류 디도 신부 07-10-14 22:41:5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074   
오늘은 사순 제 4주일입니다. 오늘 복음말씀은 우리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잃어버린 아들의 비유입니다. 아마도 이 비유 말씀을 들을 때마다 우리들 모두는 한 없이 자비로우신 하느님의 모습을 떠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우리의 허물을 탓하시기보다도 오히려 덮어주시고 사랑으로 대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하느님은 우리에게 다가오십니다. 오늘 이 미사 중에 항상 우리들을 사랑으로 대하시는 주님께 감사드리고 또한 우리들도 이웃들을 사랑으로 대할 수 있는 은혜를 청하면서 이 미사를 준비하도록 합시다.

여러분들은 어렵고 힘들고 지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무엇입니까?
물론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마 집, 가족, 어머니, 아버지라는 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타향살이를 오래하신 분들은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자신이 살던 집과 가족의 소중함을...  집에서 먹던 밥, 어머니가 해주시던 된장찌개, 좁지만 항상 누워 잠자던 침실, 집안 구석구석 익숙한 냄새들, 그리고 심지어는 어머니의 잔소리까지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편하다고 생각하는 곳에 있어야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은 곳에 산다면 그곳이 아무리 부유하고 그래서 부족한 것이 없는 곳이라 할지라도 그 사람은 주인이 아닌 손님으로 계속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힘들고 지칠 때 가족과 집의 편안함이 그리운 것입니다. 또한 가족들에게는 내가 어려울 때 기댈 수 있고 위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내 편이 되어주고 나의 말에 귀를 기울어 줄 대상도 바로 이들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심리적, 육체적으로 휴식과 안정과 위로를 주기 때문에 인간의 내면 저 깊은 곳 안에는 자신이 태어나 자란 공간과 사람들에 대한 향수가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고향과 가족에 대한 진한 향수는 오늘 복음에서 둘째아들에게서 잘 나타납니다. 하지만 둘째아들의 이러한 그리움은 여느 사람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집을 떠나 객지에서 살다가 문득 생각나는 그리움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둘째아들은 절박했습니다.
자신의 재산을 방탕하게 놀며 다 써버렸고 그렇다고 먹을 것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일차적인 배고픔 뒤에 밀려오는 자신의 비참한 처지에 대한 한탄은 더욱더 자신을 괴롭게 만들었습니다. 고향에 돌아가고 싶었지만 아버지를 볼 낯이 없어서 차마 가지도 못하는 신세였습니다. 그래서 마지못해 고향에 가지만 아들로써가 아닌 집의 품팔이꾼의 자격으로 들어가고 싶어 합니다. 둘째아들에게는 아버지의 집이 그리움의 대상이었지만 동시에 불안과 두려움의 대상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들의 이러한 불안한 마음과는 달리 아버지는 너무나도 기쁜 마음으로 둘째아들을 맞이합니다. 아버지는 멀리서 아들을 알아보고 즉시 달려와 목을 껴안고 입을 맞춥니다.
아마 아버지는 매일 아들이 떠나간 길을 바라보았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작은 아들을 걱정하면서 어떻게든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만을 기다렸을 것입니다. 그런 아들이 다시 돌아왔으니 아버지는 아들을 보고 기쁨을 주체하지를 못합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아들의 몸을 치장시키고, 동네방네 사람들을 불러서 잔치를 베풉니다. 아들이 과거에 어떻게 지냈든 그건 아버지에게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단지 아들이 다시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한없이 기쁜 아버지의 모습입니다.

이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작은아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라는 의문이 듭니다. 아들 입장에서는 차라리 아버지가 화를 내면서 뺨이라도 한 대 때렸으면 마음이라도 편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사랑과 기쁨으로 아들을 맞이합니다. 이런 아버지의 사랑과 용서 앞에 세상 어느 아들이 참회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오늘 복음에서 드러나는 하느님의 모습은 한 없이 자비롭고 인자하신 아버지의 모습입니다. 어떠한 잘못을 저질렀어도 모든 것을 용서해 주시는 아버지의 모습입니다. 그런 아버지가 있기에 우리들은 그 곳으로 갈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을 엄격하고 무서운 분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오늘 복음에서도 드러났듯이 하느님은 자비하시고 사랑이 지극하신 분입니다.

사실 세상을 살면서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겠습니까?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들은 많은 유혹에 시달리고, 또 때로는 그 유혹에 넘어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의 모습과 자세입니다.
나 자신이 하느님을 엄격하고 무서운 분으로 인식한다면 그분께 가까이 갈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분을 사랑이 지극한 분으로 알고 있다면 우리는 다시한번 그분의 자비를 구하고 용서를 청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것은 우리들의 회개입니다. 잘못에서 돌아서 다시 옳은 길을 걷는 것, 이것이 하느님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것입니다. 우리들이 작은아들처럼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뉘우친다면 하느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처럼 “나의 이 아들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고 잃었다가 다시 찾았다”라고 말씀하실 것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회개는 바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가는 출발점입니다. 이 사순시기를 보내는 우리는 다시한번 자신의 모습을 한 번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오늘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가 간곡히 부탁하며 말씀하셨듯이 주님과 화해하며/ 주님께 되돌아갈 수 있는 한 주간을 보내면 좋겠습니다. 우리들이 그러한 마음과 자세로 살아갈 때 분명 부활은 나의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우리들이 힘들고 지칠 때 집과 가족을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 영혼이 힘들고 지칠 때/ 미소 지으며 우리를 기쁘게 맞이해 주실 주님의 모습을 생각합시다. 그리고 주저하지 말고 용기와 힘을 내어 하느님께 즉시 달려가/ 그분과 함께 위안과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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