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회 > 오늘의 강론 > 사순 제1주일 강론: 진 토마스 신부

예수님께서는 요한이 활동하기 전에 40일 간 피정을 하십니다. 피정하시는 동안, 끝에 마귀가 유혹을 합니다. 이 유혹 이야기는 공관 복음에 다 나옵니다. 마르코와 마태오, 루가 복음 모두 이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각 복음에 같은 자리, 중요한 자리에 나옵니다. 복음서의 순서를 잘 아실 것입니다.
먼저 예수님께서는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받으십니다. 그 다음에 성령의 지도 아래 광야에 들어가십니다. 거기에서 마귀의 유혹을 받으십니다. 그 다음에 활동에 들어가셔서 복음 선포를 시작하십니다.
오늘 복음 다음 구절(4,14)에 다음과 같이 나옵니다.
“예수께서 영의 능력을 지니고 갈릴래아로 돌아가시니.... 여러 회당에서 가르치셨다.”

이 순서가 의미 깊은 것입니다.

[ 예수님 ]
세례 → 광야 → 유혹 → 하느님 나라 선포

이 순서를 보면 옛 이스라엘 백성의 역사를 생각하게 됩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집트를 떠나 홍해를 건넜습니다. 바오로 사도에 의하면 이것은 그들의 세례였습니다. 물을 건너서 그들이 광야에 들어가서 40년간 광야에 머물렀습니다. 거기서 그들은 많은 유혹을 받았습니다. 신명기에 의하면 하느님께서 광야에서 그들을 시험하셨습니다(8,2). 그런데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 시험에 제대로 합격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계속 욕심을 부리고 불평하고 우상숭배를 하였으며, 모세와 하느님께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 이스라엘 백성 ]
홍해(세례) → 광야 → 유혹 → 유혹에 넘어감

이제 예수님께 되돌아갑시다.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실 때에 아버지께서 예수님을 당신 아들로 인정하셨습니다.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나는 너를 어여삐 여겼노라.” 하늘에서 울린 소리로 하느님은 당신 아드님께 대한 사랑을 알리셨습니다. 이제 광야에서 예수는 아버지께 대한 아들의 태도를 보여 주십니다. 이것은 예수님의 “효심”입니다. 예수께서는 아버지의 뜻을 온전히 받아들이시는 아들이십니다. 마귀에게 유혹을 당하실 때, 과거 이스라엘 백성이 드리지 못했던 ‘효심’이 예수님의 태도를 통해 명백하게 드러납니다.
마귀의 유혹은 예수님께서 앞으로 걸어가실 길의 방향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방향을 잘 알고 계십니다. 그런데 마귀는 예수님을 온전히 다른 방향으로 보내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유혹의 사건은 예수님께 순종의 문제를 제기한 것입니다. 즉 예수님께서 직면하신 문제는 아버지께 순종할 것인지, 아니면 당신의 욕구대로 사시겠는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마귀는 예수님께서 인간의 본능대로 살기를 바랍니다. 모든 욕구를 느끼는 대로 채우라고 하는 것, 즉 마음대로 먹고 온 세상을 지배하며 메시아의 권능을 과시하려는 욕구는 예수님의 마음에도 있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의 본능과 욕구를 모두 지니고 계셨습니다. 마귀는 그 욕구에 호소한 셈입니다.
사실 복음사가들이 보고하는 유혹은 예수님 마음에 이루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귀가 어떤 육체의 모양으로 나타났다고 생각해 보면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모양으로 나타났겠습니까? 또 어디 가서 세상 모든 나라를 볼 수 있었겠습니까? 물리적으로, 공간적으로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것이 예수님의 마음속에서 일어났던 일로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유혹의 내용과 그 유혹을 극복하셨다는 사실입니다.
그 유혹의 내용을 한 마디로 말한다면 ‘당신의 능력을 남용하라는 것, 하느님 아들로 가지고 있는 권능을 자기 자신을 위하여 쓰라는 것’이었습니다. 즉, ‘이기심의 유혹’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메시아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메시아의 길은 종의 길, 지배하는 메시아가 아니라 섬기는 메시아였습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마귀를 뿌리치는 무기입니다. 하느님의 말씀, 성서의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 유혹을 받으실 때 3번 인용하시는 말씀은 모두 신명기의 말씀입니다. 이것은 의미있는 것입니다. 신명기에서 “들어라”(6,4)는 표현은 유명한 말씀입니다. 신명기에서는 하느님만을 두려워하고 섬겨야 하며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가장 강조합니다. 한마디로 ‘사랑으로 하는 순종’을 요구하는 책입니다.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께서는 그 말씀을 온전하게 실행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들으시는 분, 귀 기울이고 순종하시는 분이셨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아들로 가졌던 위대한 능력을 당신 자신을 위해 사용하지 않으셨습니다. 그 뒤에 예수님께서 활동하시는 모습을 보면 당신 권능을 철저하게 남을 위해 사용하셨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예수님께서 하신 기적 가운데 자신을 위해 하신 것은 한 가지도 없습니다. 모두 남을 도와주기 위해 하신 것입니다. 아버지께서 주신 당신 힘으로 예수님께서는 남의 병을 고쳐 주시고, 악령을 쫓아내시고, 배고픈 사람들을 위해 빵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유혹 사건에서 우리는 이미 그런 메시아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마귀가 생각하는 메시아 그리고 당시 유대인들이 기대했던 메시아가 아니엇습니다. 권능을 떨치며 세상을 지배하는 영광의 메시아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베드로에게 ‘사탄아 물러가라’라고 하셨던 것입니다. 고통을 피하는 메시아가 바로 마귀가 생각했던 메시아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처음부터 다른 모습을 보여 주십니다. 섬기는 메시아, 자신의 욕심과 야망을 철저히 버리시는 메시아였습니다.
사순절을 시작하는 이때에 우리는 다시 그러한 예수님을 따르기로 다짐합시다. 교회에서는 우리 길의 방향을 새로 잡으라고 초대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처럼 듣는 사람, 하느님과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남의 필요성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 순종과 섬김의 길을 통해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이 되라고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