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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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연중 제5주간: 김 마태오 신부 07-10-14 22:36:5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879   
오늘 독서와 복음 말씀을 묵상하면서 전체적인 주제는 하느님 앞에서 죄인으로 고백하는 겸손의 삶 안에서 굳건히 나아가고자 하는 용기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사야는 하느님의 부르심 앞에서 ‘저는 입술이 더러운 사람입니다.’라고 고백합니다. 또한 베드로 사도 역시 예수님의 무릎 앞에 엎드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라고 고백합니다. 이 두 사람의 고백 앞에서 사랑의 주님께서는 다그치거나 화내시지 아니하고 포근히 감싸주시며 오히려 용기와 힘을 주십니다. 이에 이사야는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주십시오.’라고 강한 믿음 속에서 용기를 가지게 되었고, 베드로 사도와 다른 제자들 역시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사실 예수님을 따르는 길은 어렵고 힘들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무거운 멍에처럼 느껴지지만 그 길을 가는데 주님께서는 용기와 사랑으로 우리의 멍에를 가볍게 해주십니다. 저 개인적으로 바오로 사도와 같은 체험이 있다고 작은 고백을 해 봅니다. 처음에는 저 역시 바오로 사도처럼 그리고 고기잡이를 나갔던 사도들처럼 내 힘으로 주님을 찾을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때론 주님께 하소연을 하기도 하고, 때론 그분께 대들기도 하였습니다. ‘그래 누가 이기나 한 번 해봅시다.’라며 상상 속에서 하느님과 샅바싸움을 그리며 버티어 보았습니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왜 저를 이리 붙들고 힘들게 합니까?’라고 외쳐보기도 했습니다. 결과는 빤하게 주님이 이기실 것이지만 그래도 저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버둥거렸습니다. 사실 그때를 생각하면 제가 잡은 샅바는 나 자신의 옹졸함, 교만, 자신만의 신념 등으로 이루어진 잘못된 하느님 상, 다시 말해 우상과 샅바싸움을 하였지 않나 생각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넘어지면 다시 일으켜 세워주실 것이라는 믿음과 희망이 생기자 저는 제 자신의 뜻을 버렸습니다. ‘주님,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라고 고백하자마자 평화가 찾아왔고 새로운 용기와 힘이 솟아났습니다. 그리고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나의 도구로 살아 갈 것이다.’라는 말씀이 마음속에서 떠올랐습니다.

여러분이 찾아오신 이곳의 계신 우리 수도자들만이 수도생활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더 폭넓게 보면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하느님의 자녀이며, 우리 모두가 수도생활을 해 나간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왜 이런 말씀을 드리는고 하면, 오늘 복음말씀을 묵상하면서 떠오른 단어가 바로 ‘수도(修道)’라는 말입니다.

이 말의 한자어를 하나하나 분석해 보았습니다. 닦을 수(修)자는 사람 인(人) 변에 홀로 라는 의미를 지닌 곤(丨)자와 뒤쳐서 오다 또는 천천히 걷는 모양을 뜻하는 치(夂) 그리고 아름답게 꾸민 털을 의미하는 삼(彡)자가 어울려 진 단어입니다. 또한 길 도(道)자는 쉬엄쉬엄 갈 또는 달리다, 뛰어넘음을 뜻하는 착(辶)자와 시초, 먼저, 앞, 우두머리, 머리를 향하다, 항복하다, 복종하다 등의 의미를 지닌 머리 수(首)자가 합쳐진 단어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수도(修道)라는 말을 해석해 보았습니다. 신 앞에 복종하고, 머리를 향하여 달려 나아가되, 홀로 쉬엄쉬엄 천천히 걸어가며, 아름답게 삶을 꾸며 나가는 것이 바로 수도(修道)라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떤 면에서 우린 하느님을 향하여 함께 걸어가는 자들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홀로 하느님을 찾고 만나야 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우리의 삶의 길이 ‘하느님을 향하여 나아가는 여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여정에 있어서 하느님 안에서 무엇을 얻거나 이루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조급한 마음을 가지지 말기 바랍니다. 또한 교만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이미 뵈었다고, 하느님의 뜻을 다 찾았다고 여기며 살아가서도 아니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하느님 앞에서 겸손되게 죄인임을 항상 고백해야 하며, 그분이 주시는 사랑과 용기를 계속해서 받아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방탕한 생활 속에서도 진리를 찾고자 강한 열망을 가진 아오구스티노 성인은 암브로시오 성인을 통하여 하느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즉 진리의 하느님을 찾게 되었습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말씀을 정확하게 표현하지는 못하겠지만 이런 말씀을 하였습니다. ‘나는 하느님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하느님을 찾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하느님을 찾을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 역시도 성인처럼 나의 과거 삶 속에서 하느님을 체험했던 소중한 기억들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하느님을 찾았다가 확신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하느님을 다시 찾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알면 알수록 더 오묘하신 그분의 모습이기에, 혹 우리가 단 한순간 그분의 모습을, 그분의 뜻을 보았다고 하여 그것이 모두라고 여겨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지금도 찾아야 하고 앞으로 찾아야 하는 긴 여정을, 수도(修道)의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결코 교만한 마음을 지녀서는 안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 앞에서 겸손한 죄인임을 고백하고 쉬엄쉬엄 천천히 걸어가며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꾸며 나가는 수도(修道)의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합시다. 그럴 때 주님께서는 베드로 사도에게 말씀하신 것과 같이 우리에게도 역시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라며 용기와 힘을 북돋아 주실 것입니다. 그리고 제1독서의 이사야 예언자처럼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주십시오.’라고 외칠 수 있는 강한 믿음을 고백할 것 입니다. 우리 모두는 하느님을 향하여 나아가는 여정 안에서 수도(修道)의 삶을 살아가는 하느님의 자녀들입니다. 우리 모두 함께 서로를 격려하며 주님의 사도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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