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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대림 4주일 강론: 진 토마스 신부 07-10-14 22:35:1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411   
대림 4주일 강론


신약 성서 중 가장 어려운 책 가운데 하나가 히브리서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제2독서 히브리서 10장 5-10절을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약간은 주관적일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시편 39(40)을 좋아 합니다.

수도자들의 시편이라고 생각합니다.

히브리서 저자는 이 시편을 인용하여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오신 목적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분은 세상에 오실 때 이렇게 말씀”하셨다...

“오실 때” 라는 구절 때문에 이 독서가 오늘, 성탄 전날 독서에 봉독되었습니다. 물론 예수님께서 실제 이 세상에 오실 때, 베들레헴에 태어나실 때 무어라고 말씀하시지는 않으셨습니다. 다른 갓난 아기와 같이 “응애”하고 우는 소리 밖에 내지 않으셨습니다. 히브리서 작가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천주 성자가 사람이 되신 동기, 강생의 동기입니다. 하느님의 성자가 왜 세상에 오셔서 어린 아기로 태어 나셨습니까?

히브리서 작가는 그 대답을 이 시편에서 찾았습니다. 히브리서 작가는 이 시편의 말씀을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보았습니다. 히브리서 작가의 생각으로 그 시편 말씀 가운데 하느님의 성자가 왜 사람이 되셨는지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생애의 좌우명을 찾을 수 있다고 여긴 것 같습니다.

다시 하느님 아버지께 드리는 말씀이자 기도인 이 시편 내용을 들어보겠습니다.

“당신은 제사와 제물을 원하시지 않았으며 번제와 속죄 제사를 기꺼워하시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에 저에게 몸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말씀드렸습니다. 보십시오, 제가 왔나이다. 당신 뜻을 행하러 왔나이다.”

우리가 이 말씀을 예수님의 말씀으로 보면 이 말씀으로 그분 탄생의 뜻이 잘 표현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신경에서 노래하는 말과 같습니다.

“저희 인간을 위하여, 저희 구원을 위하여 하늘에서 내려 오셨음을 믿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아버지의 뜻을 따라 우리 구원을 이루기 위하여 세상에 오셨는데, 히브리서 저자는 그 사실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아버지의 뜻을 따라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 단 한번 봉헌됨으로써 우리는 거룩해졌습니다.”

제2독서의 끝에서 “거룩해졌다”는 것은 구원을 말하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 몸을 봉헌함으로써 우리가 구원 받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 ‘몸’에 대한 말을 좀 더 자세히 하고 싶습니다. 히브리서 작가에 의하면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오실 때 “저에게 몸을 마련하셨습니다.”라고 기도하셨다고 합니다. 이 말씀은 시편 39,7에 나오는데, 시편 39편은 제2주간 월요일과 위령성무일도, 성토요일에 나옵니다. 여러분께서 잘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히브리서의 이 시편 인용은 우리가 외우는 본문과 다릅니다. 성무일도에서는 “내 귀를 열어 주셨나이다.”라고 나옵니다.

히브리어를 직역하면 “귀를 뚫어 주셨나이다.”가 됩니다. 히브리서의 저자는 다른 본문을 보고 인용하여 “몸을 마련하셨다”라고 표현한 듯합니다.

몸을 마련하셨다와 귀를 열어 주셨다가 대치되는 듯하지만

그리스도의 탄생의 목적을 생각하면 그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독서에 따르면 그리스도께서 자신을 봉헌하셨고 이것은 구원을 위한 새로운 제사입니다.

히브리서 저자는 하느님은 희생제물을 원하시지 않고 몸의 봉헌을 원하셨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몸의 봉헌을 다르게 표현하면 그것이 섬김 내지 순종입니다. 그것은 귀와 연결이 됩니다. 예수께서는 열린 귀로 아버지의 말씀을 들어서 아버지의 뜻을 끝까지 행하셨습니다. 죽을 때까지 순종하심으로 몸을 바치셨습니다. 몸을 바치셨다고 하면 우리는 자연히 십자가의 희생을 생각하게 됩니다. 히브리서 저자도 우선 십자가의 희생을 생각한 것입니다. 그러나 십자가에서의 그 죽음만이 예수의 봉헌이라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십자가의 죽음은 그 봉헌의 절정과 완성입니다. 그러나 예수님 생애의 전체가 봉헌이었습니다. 그래서 히브리서에서는 처음부터, 이 세상에 들어오실 때부터 예수께서 “저에게 몸, 바칠 몸을 마련하셨나이다.”라고 아버지께 말씀드렸다고 합니다.

약간 다르게 표현해서 우리가 외우는 시편 말씀대로 하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저에게 귀를 열어 주셨으니 저는 아뢰었나이다. 보소서, 이 몸이 대령했나이다. 제 기쁨이 당신 뜻을 따름이옵니다.”(시 39,8-9)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 아버지께 “나를 봉헌하겠나이다.”라는 말씀이 나오질 않습니다. 그러나 내용상 같은 말을 찾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마르꼬 10,45에서 예수는 무엇하러 이 세상에 오셨는지 이렇게 나옵니다.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많은 사람을 대신해 속전으로 목숨을 내주러 왔습니다.”

예수는 섬기러 오셨습니다. 히브리서에서 인용하는 시편 말씀에 의하면 예수는 “당신 뜻을 행하러 왔습니다.” 아버지의 그 뜻은 섬김이었습니다. 섬김이라는 것을 다르게 표현하면 말을 듣는 것, 귀를 기울이는 것, 순종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의 길을 순종의 길로 표현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처음부터 종으로, 섬기는 사람으로 이 세상에 오셨으며 끝까지 귀를 기울이고 섬기다가 십자가의 죽음을 당하셨습니다.

베네딕도 성인은 수도승의 길을 섬김과 순종의 길로 보셨습니다.

성 베네딕도 수도규칙서 머리말 시작부터 “불순종의 나타로 물러갔던 하느님께 순종의 노고로 되돌아가자.”라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의 길입니다.

첫째 아담은 불순종으로 하느님으로부터 물러갔습니다. 둘째 아담 그리스도는 순종의 노고로 하느님께 되돌아가셨습니다. 순종은 끝까지 귀를 기울이는 것이고 끝까지 남의 말을 듣는 것이며 하느님께 되돌아가는 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분으로 세상에 오셨습니다. 인간의 본능이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길을 보여주셨습니다. 세상을 다스리는 가치들을 뒤집어 놓으셨습니다. 그러나 그 길, 그분이 가신 길만이 구원의 길이며 참된 행복으로 나아가는 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우리가 그 진리를 이미 깨달은 분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스도께 몸을 마련하신 분, 하느님의 뜻을 따라 예수님께 몸을 마련하신 성모 마리아께서 이미 종의 길을 가고 계셨습니다. 항상 귀를 기울이신 마리아는 천사의 말씀을 듣고 시편 39편에 나오는 말씀과 아주 비슷한 대답을 하셨습니다.

“보십시오, 주님의 종입니다. 당신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 바랍니다.”

이 순종으로 성모는 하느님의 성자께 몸을 마련하셨습니다. 시편과 히브리서의 말씀대로 하느님께는 따로 바치는 희생이 필요 없습니다.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이웃을 섬기는 삶만이 예수님과 성모님이 보여 주신 삶이고 구원의 길과 참된 행복으로 나아가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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