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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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연중 28주일(나해) - 1%의 부족: 허 로무알도 신부 07-10-14 22:32:4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736   
연중 제28주일(06.10.15)
제1독서: 지혜 7,7-11
제2독서: 히브 4,12-13
복 음: 마르 10,17-30
1%의 부족

우리가 방금 들은 부자 청년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줍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선뜻 구원의 길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느낌부터 받게 됩니다. 그래서 제자들 역시 예수님의 말씀에 충격을 받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깊이 묵상하다보면 그 이면에 담긴 가르침이 드러납니다. 즉 구원의 길을 간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또 이 길을 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말해줍니다. 이제 오늘 복음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한 낫선 청년이 예수께 다가와 묻습니다. “영원한 생명을 받으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10,17) 그러자 예수께서는 계명들을 제시하십니다. 청년은 속으로 자못 흐뭇했을 것입니다. 그것들은 자기가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다 지켜왔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 역시 그를 대견스럽게 여기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습니다. 예수님은 그에게 또 다른 제안을 하십니다.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고 나를 따르라’는 것입니다. 이 초대는 즉시 그를 실망시키고 마침내 떠나가게 합니다. “그가 많은 재물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10,22)

이 대화에서 우리는 단순히 주님의 초대에 응하지 못한 청년을 어리석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볼 때 그 청년은 매우 경건하고 열심한 사람이었음이 분명합니다. 어려서부터 계명을 충실히 지켜왔고 또 영원한 생명에 대한 갈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께서도 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시며 더 완전한 길로 초대하셨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예수님의 말씀대로 부족한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자기가 소유한 재물에 대한 집착이었습니다. 이 집착이 결국 영원한 생명에 대한 그의 갈망을 놓게 했습니다.

어찌 보면 예수님의 요구가 너무 지나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지금 부자 청년의 입장이라면 우리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이겠습니까? 아마도 선뜻 예수님의 초대에 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많은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상태라면 더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예수를 따르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동시에 예수께서는 당신이 사랑하시는 자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신다는 것도 보게 됩니다. 그분은 청년에게 절대 강요하시지 않습니다. 그를 대견하게 여기셨고 사랑하셨기에 당신을 따르는 길로 초대하신 것입니다. 그 길은 영원한 생명으로 나아가는 길이고 모든 집착에서 자유로워짐으로써 가능한 길입니다.

청년이 떠나간 후 예수께서는 즉시 제자들에게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는 힘들다고 두 번이나 반복하여 말씀하십니다. 심지어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다음 비유로 말씀하십니다.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10,25) 이쯤 되면 눈앞이 깜깜해 집니다. 이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제자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그러면 누가 구원받을 수 있는가?”(10,26) 하고 서로 반문합니다. 우리 역시 예수님의 말씀에 실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예수님의 말씀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부자라는 이유만으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우리 모두 가난한 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 말씀의 핵심은 다른 데 있습니다. 즉 재물에 대한 집착을 경계하시는 것입니다. 부자 청년의 문제도 재물에 대한 집착에 있었습니다. 그것이 그에게 부족했던 1%였습니다. 재물은 하느님 이외의 것들을 상징합니다. 하느님 이외의 것, 세상 것에 대한 집착은 우리를 구속하고 영원한 생명과 진리에 대한 갈망을 식게 합니다. 그 결과 우리를 점차 구원의 길에서 멀어지게 합니다. 예수께서는 이러한 집착에서 자유로워지라고 하십니다. 부자는 무언가에 대한 집착에 사로잡힌 사람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의 부자 청년은 우리 모습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영원한 생명에 대한 갈망은 있지만 세상 것에 대한 집착에서 자유롭지 못할 때 우리는 예수를 제대로 따를 수 없습니다. 온갖 집착에서 자유로워질 때 예수님의 초대에 기꺼이 응하게 될 것입니다. 아무리 99% 완전해도 1%의 부족이 우리를 구원의 길에서 멀어지게 할 수 있습니다. 부자 청년처럼 우리에겐 단지 1%가 모자랄 수 있습니다. 다른 모든 것은 버리고 또 거기서 자유로울 수 있는데, 안 되는 것이 한 가지 있을 수 있습니다. 그것마저 놓을 때 우리는 자유로이 예수를 따르게 될 것입니다. 만일 1%의 부족이 구원의 길에 결정적 장애라면 오히려 99%의 부족이 더 나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부족한 1%는 무엇입니까?

형제자매 여러분, 예수께서는 지금도 계속해서 우리를 부르십니다. 구원의 길로 초대하십니다. 이 초대에 기꺼이 응하기 위해서는 하느님 이외의 것, 세상 것, 더 나아가 우리 자신에 대한 집착에서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내면의 소리를 제대로 듣고 거기에 응답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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