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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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연중 24주일(나해) - 이중성의 극복: 허 로무알도 신부 07-10-14 22:31:5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593   
연중 제24주일(나해) 강론(06. 9. 17) - 서울 봉헌회
제1독서: 이사 50,5-9a
제2독서: 야고 2,14-18
복 음: 마르 8,27-35
이중성의 극복

지난달 저희 수련자들과 함께 2박 3일의 일정으로 내포지방의 성지들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 지역에는 참으로 크고 작은 성지들이 많이 운집해 있었습니다. 그만큼 신앙선조들의 발자취가 그 어느 곳보다도 깊이 새겨져 있는 지역입니다. 성지순례를 하면서 내내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과연 지금 내가 저들의 처지에 있다면 나는 어떻게 하겠는가?’ ‘끝까지 목숨 바쳐 신앙을 증거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 라고 선뜻 장담할 수 없었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나이어린 순교자들의 순교에 대한 증언을 접할 때는 더더욱 머리가 숙여졌습니다. 무엇이 이분들로 하여금 이런 영웅적인 행위를 하게 하였겠습니까? 말할 것도 없이 신앙이었을 것입니다. 그분들의 숭고한 신앙은 죽음마저도 기꺼이 받아들이게 했습니다. 그분들은 순교로써 신앙을 삶 자체로 증거했습니다.

항상 신앙을 어떻게 삶과 연결시키느냐가 관건입니다. 삶은 구체적 현실이고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습니다. 우리 마음과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것이 우리 삶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평화 시에는 모든 것이 잘 되어가는 것 같지만,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일순간 모든 것이 흐트러지기 일쑤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베드로의 모습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베드로는 “여러분은 나를 누구라고 생각합니까?” 라는 주님의 질문에 즉시 “선생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 라며 정답을 말합니다. 그러나 주님이 당신 수난을 예고하시자 “그럴 수 없다.”며 전혀 다른 반응을 보입니다. 이것이 흔한 우리 인간의 나약한 모습이 아닌가 합니다. 현실의 고통과 시련 앞에서 우리는 너무도 쉽게 타협하고 뒤로 물러나곤 합니다. 사실 이런 모습들은 자연스런 것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아직 완전하지 않고 많은 한계와 채워져야 할 여백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이중성입니다. 즉 신앙과 삶의 괴뢰, 언행의 불일치, 몸과 마음의 괴리, 이상과 현실의 차이입니다. 이런 이중성을 극복해 가는 것이 우리 과제일 것입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야고보 사도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믿음에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그런 믿음은 죽은 것입니다.” 행동이 따르지 않는 믿음, 삶 안에서 구체화되지 않는 신앙은 모두 죽은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이런 죽은 믿음으로는 결코 구원될 수 없다고 분명하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 영적 여정은 어찌 보면 이중성을 좁혀나가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중성이 커질수록 우리는 하느님에게서 멀어지고 줄어들수록 그분께 더욱 가까워질 것입니다.

이중성을 좁혀나가는 과정에서 분명 땀이 요구됩니다. 자기를 깎는 아픔과 온갖 어려움이 따라올 수 있습니다. 그래도 물러설 수 없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가야할 길이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새로운 구원의 길을 제시하십니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 순교자들은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를 죽기까지 따랐던 분들입니다. 그럼으로써 신앙과 삶의 이중성을 극복하고 행동하는 신앙의 모범을 우리에게 남겨주었습니다.
순교성월을 맞이하여 죽음으로써 신앙을 증거하고 생명으로 건너간 순교성인들을 기억하며 그분들의 모범을 본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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