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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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나해) 강론: 허 로무알도 신부 07-10-14 22:30:0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5272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06. 8. 6)
제1독서: 다니 7,8-10.13-14
제2독서: 2베드 1,16-19
복 음: 마르 9,2-10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방금 선포된 복음 말씀은 예수님의 변모에 관한 내용입니다. 예수님의 생애는 보통 33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분은 생애 대부분인 30년을 나자렛 에서 조용히 숨어사셨습니다. 본격적으로 복음 선포 활동을 하신 기간은 기껏 3년에 불과합니다. 이 기간 역시 대부분은 여느 인간과 같이 평범하게 사셨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물론 그분이 행하신 기적과 말씀에는 뭔가 다른 무엇이 감지되었음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그분이 혹시 예언자나 메시아가 아닐까 설렜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은 사람들과 같이 먹고 자고하며 동고동락하셨습니다. 너무도 평범한 한 인간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분 제자들조차 ‘과연 이분이 메시아가 맞을까?’ 반신반의하며 따랐을 정도입니다. 그분에게서 자신들이 기대하던 메시아다운 모습이나 표징을 거의 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타볼 산에서 예수님의 변모는 뜻 깊은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사건은 우리에게도 중요한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이 사건을 크게 세 단계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산에 오르는 단계입니다. 예수께서는 세 제자만 데리고 산에 오르십니다. 산에 오름은 흔히 우리 영적 등정을 암시합니다. 산은 하느님을 체험하는 곳을 상징합니다. 모세도 엘리야도 결정적 순간에 산으로 오릅니다. 예수님 역시 그렇습니다. 구약에서 호렙 산, 시나이 산은 하느님을 만나는 장소, 신비체험이 이루어지는 장소로 나타납니다. 타볼 산 역시 주님 현존을 체험하는 곳, 그분의 빛을 보고 그 빛을 받는 곳입니다. 우리가 하느님 만나기를 원하는 한 우리 모두 산에 오르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 다음은 체험의 단계입니다.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산에 오르는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는 새하얗게 모습이 변하십니다. 제자들은 그분에게서 찬란한 광채가 나오는 것을 목격합니다. 이 빛이 그들을 압도합니다. 이것은 두렵지만 황홀한 체험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제껏 반신반의하며 따랐던 그분이 메시아임을 더욱 확증하게 되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난 듯이 보였습니다. 그냥 이대로 영원히 머무르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늘 씩씩하고 충동적인 베드로가 얼떨결에 예수께 제안합니다. “스승님, 저희가 여기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스승님께, 하나는 모세께, 또 하나는 엘리야께 드리겠습니다.”(9,5) 그러자 하늘에서 약간 엉뚱한 대답이 주어집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9,7) 이 구절은 타볼 산 체험의 핵심을 담고 있습니다. 그것이 지향하는 바는 결국 하느님 아들의 말씀을 듣는 것임을 알려 줍니다. 하느님의 뜻은 우리가 좋은 곳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예수의 말을 듣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산을 내려오는 단계입니다. 하늘의 대답을 들은 후 모두 하산합니다. 산을 내려옴은 현실로 되돌아옴을 뜻합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 단계가 빠지면 신비체험은 자칫 오류나 환상에 빠질 수 있습니다. 현실에 뿌리를 두지 못하고 늘 공중에 떠서 살 수 있습니다. 이것은 참된 신비체험의 목적도 결과도 아닙니다. 진정 하느님 사랑을 체험하고 그분과의 일치를 이룬 사람은 현실 안에서 그것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게 됩니다. 물론 우리 희망과 목표는 타볼 산 체험, 신비체험이지만, 그것은 다시 현실 속으로 내려와야 합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변모 사건이 일어난 시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위 결전의 순간, 즉 수난과 죽음을 앞두고 일어납니다. 그분은 타볼 산에서 내려 와 예루살렘으로 향할 것입니다. ‘타볼 산’이 빛, 환희, 부활, 영광을 상징한다면, ‘예루살렘’은 반대로 어둠, 고통, 죽음을 상징합니다. 전자가 우리 희망과 이상이라면 후자는 우리 현실과 십자가일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현실에 발을 굳게 딛고 일상 안에서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즉 예수께서 가신 길을 충실히 따르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타볼 산에서 영적 힘과 용기를 얻게 됩니다. 이처럼 타볼 산은 오래고 힘든 여중 중 잠시 쉬어가는 쉼터와도 같습니다. 쉼터에서 원기회복을 하듯 우리는 타볼 산에서 영적 활력과 용기를 회복하게 될 것입니다. 타볼 산 체험은 이토록 중요합니다.

타볼 산 체험은 일종의 신비체험입니다. 이 체험은 특히 동방교회 수도승들에게 있어 매우 강조되었습니다. 그들은 이것을 ‘창조되지 않은 빛 체험’ 혹은 ‘타볼 산의 빛’ 체험이라고도 했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체험을 갈망했고 또 여전히 갈망할 것입니다. 그러나 타볼 산 체험은 예루살렘, 즉 우리 일상 안에서 완성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의 타볼 산은 어디입니까? 수도원이나 성당 혹은 성지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 역시 베드로처럼 “여기서 평생 머물고 싶다.”는 유혹에 빠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타볼 산은 우리 일상 안에, 현실 안에, 시련과 고통 속에 있는 지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잘 발견 못할 수도 있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단조롭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때론 지치고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또 현실의 온갖 걱정거리가 우리를 짓누르고 걸려 넘어지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고 일상을 벗어나 뭔가 특별한 체험을 찾으려하는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변모 사건, 제자들의 타볼 산 체험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는 바로 구체적 현실에 발을 딛고 일상 안에서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실천하라는 것입니다. 타볼 산 체험은 그 과정에서 우리에게 주어지는 선물입니다. 이 선물은 우리가 지치고 넘어질 때, 두려움에 사로잡힐 때, 우리에게 활력과 용기를 불어넣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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