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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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이 브루노 수사님 장례미사 강론: 진 토마스 신부 07-10-14 22:29:0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213   
이 브루노 수사님 장례 미사 강론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영원히 살 것입니다." 우리 브루노 수사님은 성체 성혈 대축일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의하면 성체는 영원한 삶의 보장입니다. 물론 이것은 저절로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성체를 몸과 마음으로 받아 모셔야 합니다. 몸과 마음으로 성체를 받아 모실 때 영원히 삽니다. 예수께서 당신 몸과 피를 모시는 사람에게 영원한 생명을 약속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영원한 생명은 저 세상의 것만은 아닙니다. 영원한 생명은 하느님의 생명, 이미 이 세상에서 받을 수 있는 하느님의 생명입니다. 믿는 마음으로 성체를 모시면 우리가 하느님의 생명을 받습니다. 이미 다른 차원의 생명에 참여하게 됩니다. 동물은 동물의 생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은 인간의 생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은 그저 인간의 생명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이는 내 안에 머물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뭅니다. 살아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고 내가 아버지로 말미암아 사는 것과 같이 나를 먹는 이도 나로 말미암아 살 것입니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스도를 믿고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믿는 마음으로 모시는 사람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느님의 생명으로 살게 된다! 는 말씀이십니다.

우리 브루노 수사님의 신앙은 깊고 단단한 믿음입니다. 브루노 수사님은 믿음에 대한 의심이 전혀 없는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브루노 수사님은 믿음 없이 사는 것이 무엇인지 상상도 못했을 것 같습니다. 수사님은 어릴 때부터 그런 믿음의 분위기 속에서 자랐습니다. 이런 말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태어나기 전부터 믿음이 있었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브루노 수사님은 여러 세대 전부터 신앙을 가졌던 구교우 집안에서 태었습니다. 그분의 친척 중에는 성직자, 수도자가 많습니다. 그들 가운데에도 수산님이 특별히 존경하고 사랑했던 형님을 오늘 이 자리에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형님 이 라우렌시오 신부님은 서울 교구 사제로 신품을 받은 뒤에 덕원 수도원에 입회하고 1950년 평양에서 순교하셨습니다. 지난 2년간 브루노 수사님은 현실과 좀 떨어질 때가 가끔 있었는데, 우리는 어느 때보다 수사님이 순교한 형님과 함께 살고 있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형님과 함께 북한의 신자들을 계속 기억하고 그들을 위해 애원하였습니다.

브루노 수사님의 삶은 한국의 현대사, 그리고 한국교회의 운명과 우리 수도원의 역사와 운명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수사님은 형님을 따라 어린 나이에 수도원에 들어 왔지만 수련기에 들어가기 전에 덕원 수도원이 공산당에 의해 해산되고, 6.25 동란이 일어나는 바람에 수사님은 수도생활에 대한 자기 염원을 오래 미룰 수밖에 없었습니다. 많은 고생과 위험을 극복하고 수사님은 드디어 1953년에 왜관에서 수련을 받고 1954년에 첫서원을 발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수사님은 저보다 훨씬 선배이지만 2년 전에 저와 함께 50주년의 금경축을 마지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수사님이 저보다 먼저 천당에 간 것이 합당한 일이겠습니다. 거기서 수사님은 형님 신부님과 사랑하던 북한 신자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수사님은 어린이와 같은 마음에다 아름다움에 대한 깊은 감각을 가졌습니다. 특히 아름다운 경치나 음악을 즐겼습니다. 그래서 몸이 그리 가볍지 않아도 몇 년 전 까지 열심히 산에 다녔습니다. 그럴 때마다 수사님은 농담도 잘 했지만 감탄하는 소리를 잘 내었습니다. "오 아름답다. 훌륭해. 놀라워. 대단하다..."라는 감탄의 말들이 기억납니다. 며칠 전에도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 목요일에 저는 수사님께 작년에 금강산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 때 수사님은 "아 경치가 대단해. 갈수는 없는데 대단히 아름답다." 라고 놀라움을 표현 하셨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브루노 수사님의 감탄하는 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브루노 수사님이 천당에 들어갈 때 그 표정과 그 놀라운 소리를 상상해 봅니다. 금강산보다 뚜렷이 더 아름다운 것을, 이 세상의 어떤 오르간 소리보다 더 아음다운 소리를 듣게 될 때 수사님은 그 경탄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언젠가 우리도 수사님과 함께 그 아름다움을 즐기고, 그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제 수사님을 위해 기도합시다. 만일 아직도 깨끗이 씻지 못한 죄의 때가 있다면 그것을 곧 치우고 나서 믿고 바라던 하느님의 영광에 들어갈 수 있도록 간청합시다.

그렇게 간청하면서 이렇게 오랫동안 브루노 수사님과 함께 살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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