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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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부활 6주일(나해) -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허 로무알도 신부 07-10-14 22:25:1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710   
부활 제6주일 나해 강론(06.5.21)
제1독서: 사도 10,25-26.34-35.44-48
제2독서: 1요한 4,7-10
복 음: 요한 15,9-17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은 부활시기 마지막 주일입니다. 부활축일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부활시기 막바지라니 시간이 빠름을 새삼 느낍니다. 오늘은 사랑 얘기를 좀 할까 합니다. 갑자기 뜬금없이 왠 사랑타령인가? 오늘 전례의 핵심 주제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어쩌면 ‘사랑’이란 말 자체가 요즘은 좀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 바로 사랑입니다.
사랑은 우리 인간 존재의 기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에게서 낳고, 하느님은 사랑 자체이시기 때문입니다(1요한 4,8). 또 예수께서는 사랑이 율법과 예언서의 핵심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모두 사랑에서 비롯되어 사랑을 향해 나아가는 영적 여정에 있습니다. 그만큼 사랑은 우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목숨 걸고 추구해야할 바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고 말씀하십니다. 그것은 그분 계명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분 계명이란 우리가 서로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저는 올해 아주 특별한 부활 선물을 받았습니다. 약 한 달 전 카르투시오 수도회의 한 신부님에게서 메일을 받았는데, 거기에는 다음 구절이 있었습니다. “영원한 사랑의 선물에 응답하기에는 우리 인생이 너무 짧습니다.”(How shot is our life for responding to the gift of an eternal love)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사랑, 사랑 많이 듣고 말하곤 했지만 왜 이 구절은 이리도 새롭게 다가오는가? 아마도 참으로 사랑하는, 사랑을 갈망하는 사람에게서 나온 표현이기에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 구절에서 사랑에 대한 그 신부님의 갈망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날 이후 줄곧 이 문구가 제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사랑하기에도 짧은 인생을 나는 왜 이리도 쓸데없는 일에 낭비하고 있는가? 사랑은 무상으로 서로 주고받는 선물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에게서 사랑의 선물을 거저 받았습니다. 이제 우리가 응답할 차례입니다. 사랑으로 그분께 선물을 드릴 차례입니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우리 삶은 너무 짧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진하게 사랑해야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사랑을 어떻게 하느냐 입니다. 사랑을 잘 모르면 제대로 사랑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사랑의 본성을 정확히 알 필요가 있습니다. 과연 사랑이 무엇인가?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가?

언젠가 강의 중에 제가 물었습니다. ‘여러분, 사랑이 무엇입니까?’ 그러자 어떤 분이 자신 있게 대답했습니다. ‘눈물의 씨앗입니다.’ 모두 한바탕 웃었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틀린 말은 아니었습니다. 사랑은 눈물을 낳는다는 말인데, 눈물 없이, 고통 없이, 희생 없이 참 사랑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 사랑은 기쁨의 씨앗이기도 합니다. 참 사랑은 동시에 기쁨을 가져다주기 때문입니다. 이제 사랑의 본성에 대해 복음을 중심으로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사랑의 첫째 본성은 이타성입니다. 사랑은 무엇보다 남을 향해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다.”(요한 15,9) 또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15,12) 예수님의 이 말씀들은 사랑의 이타적 성격을 잘 드러내 줍니다. 그분은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나를 사랑하라.”고 하지 않습니다. 우리 같으면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인간적 사랑은 보통 상호성을 띱니다. 즉 ‘내가 너를 사랑한 만큼 너도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식입니다. 지극히 계산적입니다. 하지만 예수께서 가르치시는 사랑은 다릅니다. 그것은 남을 향해 있습니다. 또 어떤 대가를 바라지 않습니다. 이것은 사랑의 둘째 본성인 무상성입니다. 참된 사랑은 대가를 바라지 않습니다. 조건 없이 선물로 주어집니다. 하느님 사랑이 예수께 전해지고 예수님 사랑은 또 우리에게 선물로 전해집니다. 예수님은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사랑이 아니라 남을 향한 조건 없는 사랑을 가르치십니다. 그 사랑은 모범을 통해 점차 확산되어 나갑니다. 이처럼 이타성과 무상성, 이 둘이 사랑의 핵심 본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사랑이 말처럼 쉽지 않음을 삶에서 자주 체험합니다. 사랑이 왜 힘듭니까? ‘나’ 때문에 그렇습니다. ‘나’ 때문에 늘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핵심을 놓쳐버리게 됩니다. 그래서 그릇된 사랑에 빠집니다. 소위 ‘나대로 사랑’, ‘쪼대로 사랑’, ‘일방적 사랑’에 머뭅니다. 거기에는 남에 대한 배려가 자리할 곳이 없습니다. 한 마디로 상대방은 아랑곳없이 이루어지는 자기 식의 사랑입니다. 여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부부간에도, 친구간에도, 형제간에도 그렇습니다. 더 나아가 하느님 사랑도 이런 식입니다. 이런 사랑은 흔히 자기만족 아니면 실망으로 끝납니다.

사랑은 자기를 벗어나는 것입니다. 자기를 벗어나 남을 향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힘들게 하는 것이 바로 ‘나’ 혹은 ‘자기’란 녀석입니다. 늘 ‘나’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여기서 집착과 소유, 독선과 무례함이 나옵니다. 올바른 사랑은 온갖 집착과 소유에서 자유로운 사랑입니다. 심지어 ‘자기’로부터도 자유로운 사랑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남의 희생과 눈물을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기희생과 눈물을 기쁘게 받아들입니다. 예수께서는 벗을 위해 자기 목숨을 내놓는 것을 가장 큰 사랑이라 말씀하십니다(15,13). 그분은 친히 우리에게 완전한 사랑의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이것이 사랑의 본성입니다. 자기를 벗어나 남을 향하는 것입니다. 물론 거기에는 아픔이 따릅니다. 하지만 참 기쁨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자 기쁨의 씨앗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예수님은 우리에게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을 주셨습니다. 참된 사랑은 ‘나’에게서 벗어나 ‘남’을 향할 때 가능할 것입니다. 따라서 자기를 향한 사랑이 아닌 남을 향한 조건 없는 사랑으로 나아가도록 노력합시다. 우리가 서로 참된 사랑을 나눌 때 그분 사랑 안에 머물게 되고, 더 나아가 하느님 사랑 안에 머물게 될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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