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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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부활 대축일 낮미사: 인 끌레멘스 원장신부 07-10-14 22:23:1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859   
부활 대축일 낮미사 (2006,4,16)

알렐루야, 찬란한 아침 햇살과 함께 부활의 날이 밝았습니다. 우리는 삼일 동안 우리의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그 위대한 구원의 신비를 연이어 기념하기 위해서 열심히 그리고 힘차게 때로는 힘들게 달려왔습니다. 성목요일 저녁에 주님 만찬미사에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하셨던 최후만찬을 기념했고, 성금요일 오후 3시 주님 수난 예식으로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우리를 위해 돌아가셨음을 기념했으며, 성토요일에는 특별히 시간전례를 통하여 주님께서 저승에 내려가셨음을 기념했습니다. 그리고 어젯밤 부활 성야미사에서 우리는 주님께서 죽음의 어둠 속에서 찬란한 광명으로 부활하신 그 놀라운 사건을 기념했습니다. 이제 오늘 다시 한 번 더 주님의 부활을 떠오른 태양 빛 안에서 낮미사로 기념합니다. 왜냐하면 부활은 단 한번으로 경축될 수 없는 가장 큰 신비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참으로 조용한 날입니다. 이제 그 사건을, 그 위대한 신비를 우리 마음에 조용히 되새기는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특히 어제 밤은 참으로 벅찬 감동으로 우리 마음이 뜨거워졌습니다. 어둠이 덮인 세상을 비추는 영광의 왕으로 주님을 뵙고 신명나는 부활 찬송을 들으면서, 우리 자신들이 아무리 죄가 많은 인간이라도 우리 마음은 뜨거워 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새로운 생명으로 부활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 감동을 가라앉히고 차분한 마음으로 곰곰이 씹어봐야 할 시간입니다.

주님께서는 부활하셨지만 우리의 부활은 무엇입니까? 오늘 복음의 막달라 여자 마리아와 제자들처럼 빈 무덤만 발견해서 허망한 마음이 들지는 않습니까? 사실 막달라 여자 마리아나 제자들이나 다 같이 예수님을 죽은 이들 가운데 찾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예수님의 시신을 찾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 눈에는 빈 무덤밖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빈 무덤은 부활의 증거가 아닙니다.

시 한편을 소개합니다. 구상 시인이 발표한 시입니다.

노상 무상히 보아오던
손가락이 열 개인 것도
이적(異蹟)에나 접한 듯 새삼 놀라웁고

창밖 울타리 한구석
새로 피는 개나리꽃도
부활의 시범(示範)을 보듯
사뭇 황홀합니다.

우리에게 부활은 우리 머리로서는 이해할 수도 알아들을 수도 없는 어떤 놀라운 사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가장 평범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구상 시인은 손가락 ‘열 개’에서 기적을 보고, ‘개나리꽃’에서 부활을 봤습니다. 이 소박한 시에서 저는 제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제가 어머니 배속에 있을 때, 어머니는 이 아이가 손가락은 제대로 있는지, 눈은 제대로 있는지 걱정을 했다고 하셨습니다. 마침내 제가 태어났을 때 모든 것이 제대로 있는 것을 보고 작은 기적을 보았다고 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보잘 것 없는 먼지 하나에서, 찰나의 시간 속에서 하느님의 손길을 깨닫고 보는 것이 바로, 주님께서 당신 부활을 통해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입니다 .

오늘 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위의 것은 생각하고 땅에 있는 것은 생각하지 마십시오” 하고 권고합니다. 우리가 가야할 참다운 고향은 이 땅이 아니라 하늘입니다. 하늘을 잊어버린 사람은 메마른 사람들입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지나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모든 것, 우리의 육신까지도 사멸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목숨이 붙어있는 동안, 이 땅에 사는 동안, 위의 것, 다시 말해서 천상의 것을 발견해야 합니다. 어제 우리는 부활 찬송에서 “하늘과 땅이 결합된 밤, 하느님과 인간이 결합된 밤”이라고 노래했습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다음부터 이제 우리는 우리 안에 하늘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인생길을 걸어가면서 수없이 오고 가는 지극히 작고 평범한 일상에서도 하느님의 뜻과 하느님의 손길과 하느님의 흔적을 보는 것이 참다운 신앙인의 삶입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이 땅에 사실 때 땅에 갇혀 사는 사람들에게 손수 하늘을 보여주시고 하늘을 볼 수 있는 삶의 방식을 가르쳐주신 분이십니다. 예수님께서 바로 하늘 자체이시기 때문입니다. 당신을 배반할 제자들을 끝까지 사랑하셨습니다. 최후만찬 때에는 손수 당신 손으로 제자들의 그 더러운 발을 닦아주셨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지금 이 순간 그리고 앞으로 계속 당신의 그 사랑 넘치는 손으로 이 땅의 일 때문에 딱딱해진 우리의 발을, 우리의 더러운 발을 씻어주십니다. 그래서 부활은 “죄인들에게 결백, 우는 이게 기쁨”이 되는 날의 시작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하늘을 목말라합시다. 용기를 냅시다. 하늘이신 분이 우리를 깨끗이 씻어주십니다.

“이 날은 주님께서 마련하신 날, 이날을 기뻐하자 춤들을 추자. 알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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