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HOME > 자료실 > 오늘의 강론  

  오늘의 강론  
제 목 :  연중 8주일(나해) - 새부대를 마련합시다: 허 로무알도 신부 07-10-14 22:20:5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787   
연중 제8주일 강론(06. 2. 26) - 서울 봉헌회
제1독서: 호세 2,16.17.21-22
제2독서: 1고린 3,1-6
복 음: 마르 2,18-22
“새 부대를 마련합시다.”

오늘 복음과 독서 말씀은 우리에게 몇 가지 묵상거리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그것들은 우리 삶에 필요한 어떤 교훈을 주는데, 이에 대해 함께 묵상해 보고자 합니다.

첫째, 매사에 항상 본질을 향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유대인들은 예수의 제자들이 단식하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합니다. “선생님의 제자들은 어찌하여 단식하지 않습니까?”(마르 2,18) 이에 예수께서는 “신랑이 함께 있는 동안에는 단식할 수 없다.”(마르 2,19)고 응대하십니다. 유대인들은 단식의 참된 이유를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단식이라는 형식, 일종의 방편에만 집착했던 것입니다. 이런 우는 우리 안에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예식이나 절차를 맹목적으로 따르거나 수단과 방법에 집착하는 경우입니다. 그 결과 내용, 곧 정신과 목적을 놓쳐버리는 것입니다. 복음 정신, 수도 정신의 진수를 꿰뚫어야 합니다. 본질을 향하려는 노력이 없을 때 늘 주변을 겉돌고 껍데기에 집착할 수 있습니다.

둘째, 하느님과 관계설정을 바로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호세아 예언자는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를 사랑하는 연인의 관계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제 나는 그 여자를 광야로 데리고 가서 다정히 말하리라. 거기에서 그 여자는 젊을 때처럼, 이집트 땅에서 올라올 때처럼 응답하리라.”(호세 2,16-17) 하느님이 매우 다정하게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여기서 그 여자란 이스라엘 백성을 뜻하지만, 우리 자신에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하느님과 이스라엘의 관계가 그런 것처럼 하느님과 우리 관계 역시 사랑으로 맺어져 있습니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매사를 사랑의 관점에서 바라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때 모든 것이 새롭게 보입니다. 우리 신앙생활, 수도생활도 그 본질이 보이고 바로 핵심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우리가 어떤 것을 희생하고 봉헌하는 것은 무엇을 바라거나 얻고자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바로 사랑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수도생활이나 신앙생활을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런 데 있었기도 합니다. 구원을 위한 공로를 쌓는 다든지 현세적 복을 얻는다든지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랑 때문이 아니라면 우리 신앙은 항상 걸음마 수준에 머물 것입니다. 부모가 자녀를 위해 왜 희생합니까?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거기에는 다른 어떤 목적도 없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무엇을 기꺼이 희생하고 봉헌하는 것입니다. 우리 역시 하느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무엇을 하게 됩니다. 신앙생활이나 수도생활도, 기도도 단식도 바로 사랑 때문에 하는 것입니다. 우리 삶 자체가 하느님 사랑에 대한 감사의 응답이어야 할 것입니다.

셋째, 광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광야는 첫 순간, 첫사랑을 상기시켜주는 장소입니다. 춥고 배고팠던 시절, 하지만 순수와 사랑, 열정이 충만했던 시절을 상기시켜 줍니다. 그래서 우리를 항상 첫 마음으로 되돌아가게 해줍니다. 가나안 땅에 들어간 이스라엘 백성은 춥고 배고팠던 광야시절을 잊고 하느님을 저버렸습니다. 첫사랑을 잊었던 것입니다. 우리 역시 하느님과의 첫사랑에서 멀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그럴 수 있습니다. 마음이 무뎌지고 순수와 열정도 사라지게 됩니다. 우리는 늘 하느님과 첫사랑에 빠졌던 광야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다시 첫사랑 때의 순수와 열정을 되찾아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야 우리는 늘 본질과 핵심을 바로 보고 거기로 향할 수 있게 됩니다. 순수하고 열정적인 마음만이 사물의 본질을 꿰뚫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는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마태 2,22)고 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낡은 부대가 새 술을 담을 수 없습니다. 포도주는 내용, 정신, 본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부대는 그것을 담는 그릇이라 하겠습니다. 낡은 그릇이란 무엇이겠습니까? 첫사랑의 순수와 열정을 상실한 무디고 완고한 마음, 탁한 마음일 것입니다. 이런 낡은 부대로는 결코 복음의 핵심을 파악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새 부대를 마련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다시 광야로, 첫사랑으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순수와 열정을 되찾고, 투명하고 맑은 마음으로 늘 본질과 핵심을 향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추천하신 회원님 : 0 명

♡한마디의 아름다운 댓글이  님과 우리 모두의 마음을 풍요롭게 합니다♡ 조회 : 27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