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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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연중 제7주일 (나해): 인 끌레멘스 원장신부 07-10-14 22:19:5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4787   
연중 7주일 나해 (2006.2.19)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두 가지 이야기를 듣습니다. 우선 중풍병자의 치유 사건과 그리고 이 사건에서 발생한 예수님과 율사들의 죄사함 권한 논쟁입니다.

중풍병자는 그리스말로 “paralitikos”(파랄리티코스)라고 합니다. 이 병자는 오늘날 엄밀한 의학적 용어로 중풍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원인으로 몸이 거동이 불편해서 전적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에 의존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중풍병자의 친구들이 그를 들것에 들고 예수님께 데려오고, 더 나아가 지붕을 벗겨내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 집의 지붕은 갈대, 마른 풀, 나뭇가지를 이어 그 위에다 점토를 발라 놓은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움직일 수 없는 사람을 위해 온갖 수고를 한 사람들의 믿음을 보시고 예수님은 중풍병자를 다시 움직일 수 있게 치유시켜 주십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대 죄가 용서받았습니다”라는 사죄 말씀으로 중풍의 원인이 바로 그 사람의 죄임을 알려주십니다. 어떤 죄인지는 모르지만 어떤 죄가 그 병자의 몸을 마비시켰던 것입니다. 제가 중학교 때 만난 한 자매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그 자매님은 제 아버지 고향 공소를 돌보는 분이셨는데, 성령의 은사를 받아 치유 능력이 있는 분이셨습니다. 그 자매님에게 치유를 받기 위해 한 젊은 자매가 찾아 왔는데 두 팔이 뒤틀려져 마비된 자매였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치유기도를 해도 호전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자매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니 지금까지 낙태를 세 번인가 했다고 합니다. 그 죄 고백을 듣고 기도를 하니 치유되었습니다.

우리는 중풍병자의 치유 장면에서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우리는 외적인 장애를 겪는 많은 병자들을 보지만, 내적인 장애를 겪는 사람들도 많이 보고 있습니다. 사실 외적인 장애도 심각하지만 내적인 장애가 더 중대합니다. 우리 자신도 예외는 아닙니다. 솔직히 우리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면 죄 때문에 장애를 겪고 있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죄는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우선 내 자신, 우리 자신을 심각하게 상처 입힙니다. 이 내적 상처 때문에 몸에 장애가 나타납니다. 사실 특히 암과 같은 현대인이 겪는 질병의 원인은 많은 경우 내적인 것입니다.

세상 모든 종교 가운데 우리 그리스도교만이 인간은 죄인이라고 겸손히 고백하는 종교입니다. 그러니까 죄의 심각성을 잘 인식하는 종교라는 말입니다. 우리의 죄는 우리 스스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죄는 우리를 마비시키고 끝내는 죽음으로 내몹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를 통하여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나, 바로 나는 나 자신을 위하여 너의 악행들을 씻어 주는 이, 내가 너의 죄를 기억하지 않으리라.” 그렇습니다, 오로지 하느님만이, 우리에게 대한 사랑이 지극하신 하느님만이 우리 죄를 사해주실 수 있습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죄 사함이 바로 사람의 아들이신 예수님에게서 현실화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 스스로 말씀하십니다. “인자가 땅에서 죄를 용서하는 권한이 있다는 것을 알려 주겠습니다.” 영적 여정을 걸어가는 우리는 무엇보다도 주님이신 예수님께 우리 자신의 장애를 솔직히 고백해야 합니다.

선진국인 일본에서 몇 해 전 통계를 보면 한 해에 3만 1천 957건의 자살 사건이 발행했다고 합니다. 이 숫자를 하루치로 환산하면 100명에 가까운 충격적인 결과입니다. 특히 스스로 목숨을 포기한 사람의 약 70%가 남성이고 이들의 자살 이유는 대부분 우울증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일본인들의 자살률이 높은데 대해, 정신과 전문의들은 체면을 중시하는 일본의 문화적 전통과 의료 시스템의 문제점이 원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우울증을 치료 대상이 아닌 ‘유약함󰡑의 징표로 인식하는 일본의 사회적 분위기 속에 일본인, 특히 일본 남성들은 체면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할 수 없고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합니다. 다시 말해서,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도록 교육받고 자라온 일본인들은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며 도움을 요청하기보다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경향이 그 원인입니다.

오늘 예수님이 중풍병자의 동료들의 믿음을 보시고 그 사람을 치유주신 것처럼, 우리 자신이 예수님께 나아가 영적 장애를 치유 받기 위해서는 이웃의 도움도 절실히 필요합니다. 나 혼자만 고민한다고 결코 해결되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 안에 갇혀 점점 더 심각해질 뿐입니다. 오늘 복음에는 나오지 않지만, 제가 생각하기로 중풍병자의 동료들은 중풍병자를 진심으로 사랑하였고, 그들 역시 죄의 심각성을 몸소 체험한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아파본 사람이 아픈 사람의 심정을 안다고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영적 동반자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영적 동반 관계는 인간관계에서 가장 높은 관계 가운데 하나입니다. 덴마크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영적 동료나 사부를 “벗보다 더 친근한 벗”라고 했고, 신곡을 쓴 단테는 자신의 영적 여정을 동반한 인도자 비질(Vigil)을 “아버지보다 더 친근한 아버지”라고 불렀습니다. 고대 켈트어에서 스승을 가리키는 암카라 (amchara)라는 말은 “내 영혼의 아버지”라 뜻이고, 불교의 라마 (lama)라는 말은 “비교할 수 없는 어머니”라는 말에서 나왔습니다. 영적 동반자는 가장 친근한 사람으로서 예수님을 따르는 영적 여정에서 그분께 안내해 줄 것이고 예수님한테서 우리는 치유를 받게 될 것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사랑 지극하신 예수 그리스도께 우리의 신뢰를 드립시다. 그분 안에서는 우리의 어떠한 장애도 우리의 어떠한 병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분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사랑하십니다. 우리의 죄는 그분의 무한한 자비 앞에는 바다에 떨어지는 물방울보다도 못합니다. 그리고 당신께 나아가는 영적 길에서 우리 자신을 당신께 인도할 신앙심이 깊은 좋은 영적 동반자를 만날 수 있도록 주님께 청합시다. 또한 우리 자신도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나약한 이웃에게 영적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오늘 주님께서는 나약한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이르노니, 일어나 침상을 들고 집으로 가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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