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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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연중 제4주일 - 신앙의 자유로움을 위해서: 김 마태오 신부 07-10-14 22:18:5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739   
오늘은 음력을 지내는 국가들의 전통 축제인 설입니다. 양력의 새해를 맞이하면서 우리는 새해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늘 또 새해를 축하하는 인사를 나눕니다. 각 나라마다 오랫동안 지켜온 전통이 있고, 그것을 보존하고 축하하는 날들이 있습니다. 이는 어떤 의미에서 그 날의 의미가 현재의 삶 속에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와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들의 전통 중 한 가지는 웃어른들의 말씀을, 특별히 부모에 대한 말씀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입니다. 그분들은 종교적이거나 사회적인 과거의 전통유산을 보존하고, 삶 속에서 오랫동안 배우고 익힌 삶의 의미들을 새로운 세대에게 전달하는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이러한 전통들이 무너지고 있고 있습니다. 부모와 웃어른들의 역할과 권위가 무너지고 있는 현실이 때론 안타깝기만 합니다. 오늘 설을 맞이하여 부모와 친지들의 소중함을 깨닫는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라는 한마디 말씀으로 악령을 내쫓으십니다. 이에 사람들은 그분의 말씀 속에서 새로운 권위를 발견합니다. 그렇다면 그분의 새로운 권위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오늘 제2독서에서 말하고 있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서 품위 있고 충실하게 하느님을 섬기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과 행동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바로 하느님 안에서의 자유로움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참으로 자유롭게 행동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분의 행동은 경솔하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께서 주신 진정한 자유 안에서 행동하셨고, 그분의 모습을 통해서 사람들은 새로운 권위를 느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혼인과 미혼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면서도, 그 안에서 그리스도의 모범에 따라 신앙인의 근본적인 자세가 무엇인지를 말합니다. “나는 여러분에게 굴레를 씌우려는 것이 아니라,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서 품위 있고 충실하게 주님을 섬기게 하려는 것입니다.”(1고린 7, 35). 이 말씀 안에서 우리는 우리 신앙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믿음의 생활은 어떤 강요나 집착에서 비롯된 억압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주님에 대한 열정과 기쁨 안에서 자유롭게 생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여러분께서는 가톨릭 신앙인으로서 자유롭고 평화로운 신앙을 하고 계십니까? 혹 바리사이적인 태도, 즉 율법에 얽매여 신앙의 의무와 책임에 대해서 힘들어 하고 계시지는 않는지요? 가끔 신자들과 신앙상담이나 고해성사를 하면서 안타까운 사실이 한 가지 있습니다. 많은 신자들이 미사와 고해성사, 그리고 기도생활에 있어서 자유로움보다는 율법주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사와 고해성사, 기도가 주님에 대한 열정과 기쁨에서 행해지기 보다는 가톨릭신자이기에 마지못해서 해야만 하는 족쇄와 사슬과 같은 것으로 보일 때가 있습니다. 믿음과 기도가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신앙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즉 하느님을 체험하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성경을 읽고 묵상하고, 여러 신앙서적들을 읽고, 자선과 봉사를 하고, 무엇에 집착하는 기도를 드리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뜻이 이루지기를 기도할 때, 우리의 신앙생활은 더 자유로워질 수가 있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특별히 무엇을 꼭 완전하게 이루어야만 한다는 생각에 집착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기도도 신앙도 완전하게 이루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힐 때 더욱 불안하고 초조해집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를 미워하고 증오할 때, 사랑하는 계명 때문에 그를 위해서 기도한다고 합시다. 그런데 매일 기도할 때마다 그와 관계된 어떤 사건이 떠오르고, 그 때문에 더욱 그를 미워하는 마음에 사로잡힌다면 그 기도는 오히려 자신에게 해악을 끼칩니다. 주님의 뜻과 사랑에 의탁하여 마음과 영혼의 자유로움 안에서 기도하십시오. 용서는 나 자신이 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나와 그의 잘못을 용서하시는 것입니다. 주님의 자비로움과 사랑 안에 모든 것을 의탁하십시오. 그러면 시간이 지나면서 상처가 아물듯이 화해의 시간도 꼭 다가올 것입니다. 올 한해 주님의 자유로움 속에서 살아가는 신앙인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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