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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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성탄 대축일 낮미사: 인 끌레멘스 원장 신부 07-10-14 22:17:1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662   
“정녕 말씀이 육신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거처하셨다.”

어제 우리는 깊은 침묵 중에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보내주신 분, 이 세상의 구세주이신 예수님의 탄생을 지켜봤습니다. 사실 예수님께서는 세상 사람들이 생각지도 상상조차 하지도 못할 때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오직 성모님과 요셉, 그리고 소수의 목자들만이 이 탄생을 묵묵히 지켜봤습니다. 인간적으로 보면 우리가 태어날 때와 똑같이 평범하기만 합니다.

성 베네딕도는 우리 수도자를 “하느님을 찾는 사람들”이라 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하느님을 참으로 목말라 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사실 세상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목마른 사람들입니다. 목이 마르기 때문에 끊임없이 자신의 갈증을 풀어 줄 물을 찾아 나섭니다. 이 목마름, 이 갈증은 우리 인간의 근본 조건입니다. 우리 인간이 유한한 피조물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부족함을 느낍니다. 사람들이 찾아 나선 물은 재물일 수도, 명예일 수도, 지식일 수도, 권력일 수도, 무병장수일 수도 있습니다. 어제 밤미사 강론에서 아빠스님이 언급하신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사건도 우리 인간이 얼마나 목마른 존재인가를 절실히 드러내는 좋은 증거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황우석이라는 한 사람이 자신들에게 물을 줄 수 있다고 믿었기에, 자신들의 모든 것을, 심지어는 소중한 난자까지 바치면서까지 불나방처럼 모여들었다가 실망을 하고 흩어졌던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 역시 목마른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세상이 주는 물을 찾지 않습니다. 세상이 주는 물은 결코 우리의 근본적인 목마름을 해소해줄 수 없는 헛된 것인 줄 잘 압니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영원한 물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그런데 하느님도 우리 인간을 목말라하십니다. 우리 인간을 먼저 찾아 나서는 분이십니다. 오늘 성탄 대축일이 바로 두 개의 목마름, 우리 인간의 목마름과 하느님의 목마름이 하나로 만나는 날입니다. 하느님과 사람이 만난 이 자리에서 물이 영원한 생명을 주는 물이 터져 나옵니다. 오늘 제2독서인 히브리서 저자는 시편을 인용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너는 내 아들 오늘 내가 너를 낳았노라.” “나는 그의 아버지가 되고 그는 나의 아들이 되리라.” 오늘 이 세상에 태어나신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께서 바로 하느님께서 주시는 생명의 물이십니다.

하느님과 사람이 떨어질 수 없게 하나가 된 존재이신 예수님은 하느님 아버지에게서 생명을 받으시고, 동정 어머니에게서는 우리 인간성을 이루는 흙을 이어받으셨습니다. 이 예수님이, 목말라 찾아 나선 하느님과 사람이 서로 만나는 자리, 은총의 세계와 육신의 세계가 결합하는 자리이십니다.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과 인간의 그리움이 서로 만납니다. 오늘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은 사람 안에 태어나셨고 사람은 하느님 안에 태어났습니다.

이제 우리는 하느님을 세상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 안에서 찾을 수 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와 하느님이 예수님 안에서 하나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2000년 전 예수님이 태어나신 곳은 베들레헴의 더러운 마구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예수님이 태어나시는 곳은 마구간이 아니라, 누추하기 짝이 없는 우리 마음입니다. 많은 수도 교부들은 마음이 바로 하느님께서 현존하시는 자리라고, 이 마음이 하늘과 연결되어 있는 계단이라고 말합니다. 유명한 초세기 수도교부인 시리아의 성 이사악은 이렇게 말합니다. “너의 마음의 신혼 방에 서둘러 들어가시오. 거기 마음에서 천상의 신방을 찾을 것입니다. 사실 마음의 신방과 천상의 신방은 하나입니다. 하늘나라로 올라가는 계단은 당신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숨어 있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의 목마름을 없애주시는 물 자체이신 예수님은 오늘 우리 마음 안에 당신 거처를 마련하셨습니다. 우리 마음은 우리 자신이 보기에는 찢어지고 상처뿐이고 온갖 두려움과 걱정으로 떨고 있지만, 예수님은 이처럼 누추한 우리 마음을 당신 거처로 삼으셨습니다. 맨 처음 하느님과 함께 계셨고 만물이 그분으로 말미암아 생겨난 것처럼, 오늘 우리 마음에 오신 말씀이신 예수님께서는 우리 마음을 새롭게 창조하십니다. 그래서 오늘은 새로운 창조의 날이기도 합니다. 그분께 우리의 모든 것을 맡겨드립시다. 그러면 우리는 다시는 목마르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말씀이 육신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거쳐하시고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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