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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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성녀 오딜리아 동정 대축일: 김 에바리스도 신부 07-10-14 22:16:0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965   
“우리 연합회의 수호자 성녀 오딜리아 동정 대축일”
2005년 12월 13일 10시 30분 미사 강론
김종혁 에바리스도 수사 신부
◐오늘은 우리 연합회의 수호자 성녀 오딜리아 동정 대축일입니다. 그리고 우리 수도원의 이 미카엘 수사님의 91세 생신이기도 합니다. 삶 자체로써 수도승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수사님을 뵈올 때마다 느끼게 됩니다.

▶ 오딜리아(Odilia), 아딜리아(Adilia) 등의 이름을 가진 성녀 오틸리아는 프랑스 북동부 알자스(Alsace) 지방 보주(Vosges) 산의 오베른하임에서 알자스의 공작이었던 아버지 아티크(Attich)와 메로빙거 왕가 출신인 어머니 베레스윈다(Bereswinde)의 맏딸로 태어났습니다.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맹인이었다고 합니다.
▷오딜리아는 673년경에 레겐스부르크(Regensburg)의 주교 성 에르하르두스(Erhardus, 1월 8일) 주교에게 세례를 받았는데, 성 에르하르두스가 그녀의 눈을 만지자마자 눈이 열려 시력이 회복되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680년경에 오딜리아는 베네딕토회 호엔부르크 수도원의 원장이 되었으며, 몇 년 후 오딜리아는 자신이 새로 설립한 니더뮌스터 수도원의 원장이 되었고, 720년 그 수도원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오딜리아 성녀는 알자스의 수호성인이자 맹인의 수호성인으로 공경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 연합회의 창설자이신 암라인 신부님이 에밍이라는 마을의 땅을 매입하셨을 때, 그곳에 성녀 오딜리아 소성당이 있었다고 합니다. 암라인 신부님은 그 성당 이름에서 착안하여 “맹인과 같은 비신자들에게 그리스도의 빛을” 전하여 영혼의 눈을 밝혀주어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우리 연합회를 성녀 오딜리아의 보호하심에 맡겼습니다.
▶어두운 배경에 다섯 개의 촛불이 그려져 있는 우리 연합회의 마크는 오대륙에 그리스도의 빛을 전한다는 창설자의 정신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인생은 만남의 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너를 만나 눈에 보이지 않는 그물과 같은 존재의 관계를 이루고 그 가운데에서 삶의 가치와 의미를 부여한 것들이 축적되어 인생이 되고 역사가 됩니다. 우리 연합회의 창설자이신 암라인 신부님과 성녀 오딜리아와의 시공을 초월한 만남은 새로운 역사의 한 장을 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전세계의 오딜리아 연합회의 수많은 회원들이 창설자의 정신에 따라 “맹인과 같은 비신자들에게 그리스도의 빛을” 전하여 영혼의 눈을 밝혀주어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 오늘 복음에서 “아무도 등불을 켜서 숨겨 두거나 함지 속에 놓지 않는다. 등경 위에 놓아, 들어오는 이들이 빛을 보게 한다. 네 눈은 네 몸의 등불이다.”(루카 11장 33-34a) 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이 세상의 등불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이라 생각됩니다. 자신을 태우면서 주위를 밝히는 등불처럼 살아야 한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그러면 어떻게 사는 것이 등불처럼 사는 것이겠습니까?

▷ 요한복음에 의하면, 예수님은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르는 이는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8장 12절)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마태오 복음에 의하면, 예수님은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마태오 2장 14절. 16절)고 말씀하십니다.

▶ 예수님께서는 세상 사람들이 우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를 찬양하게 되기를 바라신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비록 우리 각자는 무척 약하고 보잘 것 없는 존재이지만 “주님 섬기기를 배우는 학원”에 입학하여 살아가는 우리들은 주님의 가르침에서 결코 떠나지 말고, 죽을 때까지 수도원에서 그분의 가르침을 항구히 지킬 때 우리는 그리스도의 수난에 인내로써 한몫 끼어 그분 나라의 동거인이 될 것입니다. “굳세어져라, 두려워하지 마라. ------그분께서 오시어 너희를 구원하신다.”라고 예언한 이사야서의 말씀에서 용기와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 사도 바울로는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에서 우리 같은 수도승들의 삶이 어디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 하는가에 대한 명쾌한 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즉, “혼인하지 않은 남자는 어떻게 하면 주님을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을까 하고 주님의 일을 걱정합니다. ------ 남편이 없는 여자와 처녀는 몸으로나 영으로나 거룩해지려고 주님의 일을 걱정합니다.”

▶<<나와 너(Ich und Du)>>라는 저서를 통해서 "모든 참된 삶은 만남이다"라는 유명한 명제를 제시하여 만남의 철학자로 일컬어지는 부버(Martin Buber)는 현대인의 인간소외와 자아상실의 원인이 단순히 과학기술의 발달에 그 원인이 있지 않고, 인격적인 만남인 “나-너”의 관계가 상대방을 자기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나-그것”의 관계로 전락하는 데서 세계의 깨어짐과 자아의 상실이 비롯되었다고 진단하였습니다. 그렇게 되면 둘 사이에는 일방적이고 무의미한 독백만이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버는 인격으로서 공존하는 나와 너의 만남 곧 나와 너의 대화를 통하여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회복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프랭클(Victor Emil Frankl)도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기본적이며 본질적인 정신자세는 “의미를 지향하는 의지(Will to Meaning)”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인생이 나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기대하지 말고, 오히려 내가 인생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하며, 또 무엇을 해 주어야 할 것인가”를 질문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우리 수도승들도 “수도공동체가 나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기대하지 말고, 오히려 내가 수도공동체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하며, 또 해주어야 할 것인가”를 질문해야 한다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 수도승 생활의 핵심은 만남에 있고, 그 만남(나와 하느님, 나와 너)은 나와 너의 인격적 만남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만남을 통해 삶에 대한 책임감을 고취시키고 새로운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시는 성경의 “시편들”이지만, 세속적인 시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 중의 하나는 김춘수의 “꽃”입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주님 섬기기를 배우는 학원”에서 함께 살아가는 우리 수도승들 모두는 하나의 의미있는 존재로서 서로에게 소중한 꽃과 같은 존재인 것입니다. 사실 우리 수도승들과 봉헌회원님들 그리고 우리의 사업에 협력하는 모든 형제자매님들은 서로의 존재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면서 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성 베네딕도의 규칙서 곳곳에서 발견되는 “개인적인 수덕 노력과 형제들의 상호 교정을 강조하면서 악습을 고치는 일과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는 일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 동시에 이루어져야한다”는 가르침을 마음에 깊이 새기고 살아가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연합회의 수호자 성녀 오딜리아 동정 대축일”을 기해 형제모임을 하고 있는 모든 형제님들에게 주님의 성령께서 함께 하셔서 100주년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 수도원의 장래를 보다 발전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이 미사 중에 특별히 간구하십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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