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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대림 3주일(나해) 강론: 박 블라시오 신부 07-10-14 22:14:3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051   
기다림·용서·기쁨


찬미 예수님!!

오늘은 대림 3주일이고, 한국교회에서 정한 자선주일이기도 합니다. 여느 대림주일들과 달리 오늘 주례 사제는 장미색 제의를 입고, 대림초에도 핑크색 초에 불을 밝혀놓았습니다. 오늘 전례는 곧 오실 주님을 기다리며, ‘기쁨’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입당송에서부터 시작하여, 본기도, 화답송, 복음 환호송, 독서 등 미사 전체를 통해 ‘기뻐하라’는 말이 메아리치고 있습니다.


저는 2년 전에도 대림 3주에 강론을 했었는데, 그때는 헨델의 메시아에 얽힌 이야기를 한 기억이 납니다. 오늘은 어떤 ‘기다림과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강론을 시작할까 합니다.


버스가 뉴욕에서 플로리다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버스 안에는 플로리다로 휴가를 가는 젊은이들이 여행의 기쁨으로, 흥분하여 재잘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들 사이에 한 남자가 아무런 말도 없이, 앞만 쳐다보며 앉아 있었습니다. 이 사내의 이름은 ‘빙고’. 그는 뉴욕 형무소에서 4년간 복역한 후에 가석방 결정이 나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그는 감옥에 있으면서 두 통의 편지를 아내에게 보냈습니다. 첫 번째 편지는 감옥에 들어가면서, 두 번째 편지는 3년 반이 흘러 가석방 결정이 내려졌을 때 썼습니다.

첫 편지는 이제 자신을 잊어달라는 내용이었고, 두 번째 편지에는 자신을 용서하고 다시 받아들일 마음을 아직 갖고 있는지, 만약 자신을 받아들인다면, 마을 입구 오래된 참나무에 노란 손수건을 매어 놓으라고 적었다고 합니다. 노란 손수건이 참나무에 걸려 있으면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갈 것이고, 만일 재혼을 하였거나, 그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어서, 손수건을 걸어놓지 않으면 그냥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겠다고 적었다고 합니다.

버스가 이틀 동안 달리는 사이, 이 남자의 고향마을에 점점 가까워졌습니다. 다른 승객들도 그 남자의 사정을 알게 되자, 고향 마을이 가까워질수록 버스 안은 긴장과 침묵이 흘렀습니다. 마을을 알리는 이정표에 20마일, 10마일.. / 점점 더 마을이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버스가 마을로 접어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젊은이들이 별안간 함성을 지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모두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참나무에는 손수건이 한 개가 아니고, 수십 개, 수백 개가 매달려서 노란 손수건 물결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뒷 이야기는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그 노란 손수건에는 오랜 시간 동안 남편을 기다린 아내의 사랑과 용서가 담겨져 있었습니다.


우리는 주님을 기다리는 대림절의 한 가운데에서, ‘기쁨’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왜 기뻐합니까? 바로 우리가 기다리는 주님은 오늘 독서에서 들은대로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는 분, 마음이 부서진 이를 싸매어 주고, 갇힌 이들을 해방시키시는 분, 슬퍼하는 이들을 위로하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주님이 우리에게 오십니다. 우리의 삶 안에 개입해 들어오십니다.


우리는 오시는 주님을 맞이하기 위해서 고민을 좀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무런 고민 없이 주님을 맞이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기쁨도 그리 크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많이 용서를 받아야 하고, 회개할 것이 많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찾아오시는 주님은/ 더 많은 기쁨을 그 사람에게 선사하실 것입니다.


우리는 대림시기를 시작하며 ‘깨어 있으라’는 복음 말씀을 들었고(마태 13,33), 대림 2주에는 ‘주님의 길을 닦고 그분을 길을 고르게 하라. 회개하라’는 메시지를 들었습니다(마태 1,1-8). 나의 꼬라지를 돌아보면, 주님을 맞이하는 것이 가당찮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어 주님께 나아가는 마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아까 말한 그 남자가 감옥에서 나와, 고향의 아내와 가족들에게 돌아갈 결심을 하기까지는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으리라 생각됩니다. 아내와 가족들 앞에 다시 설 면목이 없고, 다시 자신을 받아 주리라는 보장도 없는 상태에서 고민도 많았으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을 회피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 바로 만남의 첫 단추가 되었습니다.


저는 지난 주 토요일에 월피정 강론을 하고부터, ‘나를 기다려주시는 주님’에 대하여 계속 마음이 머물고 있습니다. 지난번 월피정 강론의 주제라고 한다면, ‘사람에게 비는 하느님’이었지요.


주님께 나아갈 때 마치 노란 손수건을 수 없이 매달아 높고, 기쁘게 우리를 맞이하시는 주님을 상상해 봅니다. 왜 이제서야 왔느냐고 말하며, ‘기다림’과 ‘용서’에 결코 인색하지 않고, 용서 청하는 우리를 기쁘게 맞아 주시는 주님을 상상해 봅니다. 그래서 기쁨이 큰 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오시는 주님을 맞이하기 위하여 우리가 평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말씀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모든 것을 분별하여, 좋은 것은 간직하고 악한 것은 무엇이든 멀리 하십시오”(1데살 5,16-18; 21-22).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언제나 기뻐하는 사람, 끊임없이 기도하는 사람, 모든 일에 감사하는 사람들입니다. 왜냐하면 주님의 영에 이끌려 살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영이 우리 안에서 활동하는 것을 막는 우리의 교만, 이기심, 욕심, 나태함을 벗어던지고, 두 팔 벌려 우리를 맞이하는 주님께로 나아가도록 합시다.


요한은 겸손하게 이미 와 계시는 주님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당신들이 알지 못하는 분이 당신들 가운데 서 계십니다...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치 못합니다.”(요한 1,26).


큰 용서와 인내로 우리를 기다리시는 주님께 기쁜 마음으로 나아가도록 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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