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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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연중 29주간(가해): 인 끌레멘스 원장 신부 07-10-14 22:12:3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030   
제1독서: 이사 45,1.4-6; 복음: 마태 22,15-21 (연중 제29주일 2005.10.16)


여기에 만원짜리 지폐가 있습니다. (지폐 보여줌). 이 지폐를 만든 원가는 얼마인지 아십니까? 1원은 80원이 들고, 10원은 37원이, 100원짜리 동전은 79원, 500원짜리 동전은 140원, 1,000원짜리 지폐는 68원, 그리고 여기 있는 만원짜리 지폐는 83원이 든다고 합니다. 또 지폐는 나무펄프를 원료로 만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질겨야 하기 때문에 면화로 만든 솜이 원료라고 합니다.

이렇게 동전과 지폐를 만드는 드는 원가는 얼마 되지 않지만, 돈은 우리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입니다. 돈이 없으면 우리는 이 세상에서 도저히 살 수가 없습니다. 우리 수도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돈이 소중하기 때문에, 모든 나라의 화폐에는 보통 그 나라의 유명한 인물들의 초상이 음각이나 그림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로마 동전인 데나리온은 한 사람의 하루 일당에 해당하는 가치가 있는 은전입니다. 예수님께서 바리사이들에게 묻습니다. “이 초상과 글자는 누구의 것이오?” 예수님 당대 이 은화에는 월계관을 쓴 로마 황제 티베리우스의 흉상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었습니다. 티베리우스 황제는 14년-37년까지 다스린 로마 제국 최고 절정기의 황제였습니다.

여기서 월계관을 쓴 것은 로마 황제가 곧 하느님과 동일한 신분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또 이 동전에는 “황제 티베리우스, 신이신 아우구스투스의 존엄한 아들”이란 문구가 약자로 새겨있었습니다. 그래서 요즘과는 달리 예수님 당시의 로마 화폐는, 돈 이상의 무엇을 드러내는 것이었습니다. 곧, 화폐는 세상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신적인 차원으로까지 높여진 황제의 권력과 힘의 상징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바리사이들이 의도한 것은 예수님을 올가미에 씌우려는 불순한 동기였습니다. 곧, 예수님이 황제에게 주민세를 바쳐도 좋다고 하면 하느님 외에 어떤 유한한 통치자를 인정하는 것이 됨으로 하느님을 반대하는 것이 되고, 주민세를 바치지 말아야 한다고 하면 로마 황제와 로마 제국에 대적하는 반역자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예수님은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그러나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드리시오”하고 단호하게 대답하십니다.

어떻게 보면 예수님께서 하느님과 지상 권력을 대등하게 대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어야 한다는 말로도 들릴 수 있습니다. 오늘 예수님의 말씀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늘 제1독서인 이사야 예언서를 봐야합니다. 이사야서에서 언급하고 있는 고레스 대왕은 기원전 539년 바빌로니아 제국을 무너뜨리고 페르시아 대제국을 세운 왕입니다. 이 왕이 바로 기원전 538년에 유대인들을 바빌론 유배에서 해방시켜 고국으로 돌아가게 한 위대한 인물입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고레스 왕이 세상 통치자가 되어 모든 권력이 그에게 있지만, 그의 권력은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것임을 고레스 왕에게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내가 주님이다. 누가 또 있느냐? 나밖에 다른 신은 없다. 너를 무장시킨 것은 나다.” 그래서 고레스 대왕은 하느님의 도구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예언자의 말씀이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하신 말씀의 참다운 의미를 밝혀줍니다.


오늘 복음 말씀을 우리는 정치적 사회적 차원, 그리고 개인적 내적 차원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선 정치적 사회적 차원에서 볼 때 정당한 국가 권력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근본적으로 세상 모든 주권은 하느님께 속해 있습니다. 국가 권력은 하느님과 무관한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정치는 하느님의 뜻을 수행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습니다. 하느님의 뜻은 국가 권력이 정의와 평화와 공동선을 위하여 일하는 것입니다. 만일 국가 권력이나 정치가들이 하느님의 뜻과 다르게 행동한다면 하느님을 위해 우리는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예수님은 결국 로마 황제 권력의 대리자인 빌라도의 손에 죽임을 당하십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정치권력에 죽임을 당하신 것입니다. 그렇지만 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을 생명으로 부활시키셨습니다. 참다운 힘이 여기서 드러나는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모습에서 오늘날에도 세상 곳곳에서 권력의 힘에 희생되는 이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마태오 복음 산상설교에서 예수님은 선언하십니다. “복되도다, 평화를 이룩하는 사람들, 하느님의 아들딸이라 일컬어지리니.”


그리고 두 번째로 오늘 복음 말씀을 개인적, 내적 차원으로 살펴보면, 우리 안에 작은 황제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 내면의 황제는 우리의 의지, 우리 자신의 뜻, 더 나아가 우리 자신의 계획 등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작은 황제가 이기적인 될 때 욕심과 탐욕으로 드러나고, 끝내는 하느님을 잘 알고 잘 따른다는 우리 자신이 바로 하느님의 뜻과 주권을 무시하는 신성모독의 죄를 짓게 됩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기 위해서는 우리의 이기적인 사랑과 모든 종류의 이기주의를 극복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나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이나 일이나 나의 판단과 행동 안에서 우선적으로 하느님의 뜻을 하느님의 의지를 찾아야 합니다. 참다운 식별의 은사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하느님께 모든 것을 돌려드리는 일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참다운 의미의 순종(oboedientia)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에 나를 내 맡긴다는 것은 무척 힘들고 고된 노고가 필요한 것입니다. 베네딕도는 이것을 규칙서 머리말에서 ‘순종의 노고’ (labor oboedentiae)라고 합니다. 이 순종의 노고는 참되고 깊은 기도에서 우러나옵니다.


형제 여러분, 세계 정치가와 국가를 위해서 기도합시다. 정치가들이 하느님의 뜻인 정의와 평화의 일꾼이 되라고 두 손 모아 기도합시다. 또한 나의 우리 공동체의 일상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는 그리스도인들이 됩시다. 비록 살면서 나의 계획이나 나의 의지가 좌절되고 구현되기가 어렵다고 느낄 때도 하느님의 뜻을 찾읍시다.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찾고자 길을 나서신 예수님은 하느님의 뜻을 따르기 위해서 당신 목숨까지 내놓으셨습니다. 우리도 예수님을 본받읍시다.


오늘 화답송에서 우리의 결심을 노래했습니다. “영광과 힘을 주님께 돌려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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