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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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연중 23주일(가해) -형제가 죄를 짓거든 바로잡아 주라: 박 블라시오 신부 07-10-14 22:10:4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738   
마태오 18, 15-20 형제가 죄를 짓거든 바로잡아 주라.

사실 오늘 복음은 우리를 당황하게 만듭니다. 오늘날 교회의 상황에 비추어 봤을 때 좀 낯설게 보이기도 합니다. 오늘날처럼 교회 공동체의 규모가 커지다 보니, 그 안에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관심에 가져주고, 서로 유익한 대화를 나누고, 때론 충고를 한다는 것이 무척 어려운 일, 혹은 희귀한 일이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형제들에 대한 충고”에 대하여 계속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복음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충고를 해야 하는지 말씀하시고 계십니다.

베네딕도 성인의 수도 규칙서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떤 형제가 불순종하거나 교만하거나 불평하거나 규칙에 반대되는 태도를 취하면, 장로들을 한두 번 보내 그를 남몰래 훈계하고, 그래도 고치지 않거든 모든 형제들 앞에서 책벌하고, 그래도 고치지 않으면 형제들의 공동체에서 제외시키라고 합니다(RB 23장).


공동생활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일 중의 하나가 바로 형제에게 “충고”를 하는 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것 보다 좀 더 어려운 일이 있다면, 다른 형제의 “충고”를 진정한 사랑으로 받아들이는 일 일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진실한 충고를 하려고 하면, 한 동안 마음이 심난해집니다. “이걸 말을 해? 말어?” “나도 뭐 이 모양 이 꼴로 사는데!!” “지가 알아서 잘 하겠지!” ... 쉽지 않은 마음의 갈등을 겪고 난 다음에도 충고를 하기 위해서,, 적당한 기회를 찾고,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게,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발언의 수위를 적적히 조절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때로는 “오히려 말하지 않는 것이 더 좋았겠는데..”라고 후회를 할 때도 있습니다.


초대 교회에서는 신자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을 것입니다. 신자들은 함께 기도하고, 함께 성찬을 거행하고, 재산을 공동으로 소유하며, 각자에게 주어진 은사에 따라 살아가는 신앙 공동체였습니다. 이렇게 밀접하게 연관되어 살다보니, 다른 신자들을 사랑하고 일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각 사람은 자신의 뜻대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믿음과 성덕에 공동의 책임을 느끼면서 살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죄나 악습으로 신앙에서 멀어지는 신자들에게 충고를 하고, 다시 공동체 생활로 돌아오도록 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공동체의 관습이었습니다.


저도 언젠가 정말 도움이 되는 충고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누가 나에게 그런 충고를 하였는지, 언제 그랬는지, 뭐 때문에 그랬는지는 전혀 기억이 없습니다. / 하지만 “실컷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이라고,,,, / 내가 한 동안 “이렇게 살면 안되는데,,,”/ “내 생활에서 뭐가 잘못되어 가고 있지?” 하며 고민하는 와중에 한 마디 해 준 충고였기 때문에, 나 자신을 정말 적나라하게 되돌아보게 되었고, 모호하던 상황을 좀더 확실하게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그 지적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지만, 결국은 그 충고가 약이 되었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충고를 하였지만 고치지 않았다면 그의 책임이겠지만, 그 형제에게 충고를 하지 않았다면, 나 역시 책임을 벗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충고를 하기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충고를 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충고를 한다는 것은 그 형제의 영혼에 유익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사랑에 넘친 충고는 그 형제를 잘못에서 벗어나게 하고, 새로운 균형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결국 그 형제에게 자유를 선사합니다. 자신 안에, 공동체를 향하여,,, 닫혀 있는 문을 열어/ 그가 새로운 공기를 호흡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만일 그 형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면, 충고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나의 판단이나 생각이 얼마든지 잘못될 수 있습니다. 나는 모든 것을 옳게 판단하고,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정말로 충고가 필요한 사람입니다. 나도 잘못 생각할 수 있고, 잘못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할 때/ 형제들의 충고를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충고는 기도하면서 해야 합니다. 변화를 만들어 주시는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우리는 단순히 진리를 증언할 뿐입니다. 충고를 할 때 그 형제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탈바꿈시키려고 하거나, 나의 불만이 해소되도록 이야기를 한다면 나는 진리를 증언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불만을 형제를 통해 해소하는 것입니다. 내 식으로 형제를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은 결코 올바른 충고라고 할 수 없습니다.

충고를 한다는 것은 이렇듯 어렵습니다.
본당 공동체 안에서, 수도 공동체 안에서/ 이러한 형제적 충고가 사라져 버리면, 더 이상 친교의 공동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지켜야만 하는 계명들과 규정들, 규칙들은 차고 넘치지만, 그 안에서 느끼는 자비와 사랑, 용서와 화해, 일치 등의 가치들은 말라버릴 것입니다.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누구든지 친구처럼 만나고, 형제적 친교를 나누고, 다른 형제들에 대해서도 책임감을 느끼는 하나의 가정입니다. 누구와도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자리가 되어야 하고, 이것이 오늘 복음이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메시지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무리 해도 다할 수 없는 의무가 한 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사랑의 의무입니다.” <로마13,8-10>. 형제들 사이에 대화와 충고가 낯설지 않을 때/ ‘둘이나 셋이 내 이름으로 모여 있는 거기 그들 가운데 나도 있겠다’(마태 18,20)고 하신 주님의 말씀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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