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HOME > 자료실 > 오늘의 강론  

  오늘의 강론  
제 목 :  연중 18주일(가해) 강론 - 밝고 기쁘게 살자!: 허 로무알도 신부 07-10-14 22:09:5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902   
연중 제18주일(가해) 강론(05. 7. 31)
제1독서: 이사 55,1-3
제2독서: 로마 8,35.37-39
복 음: 마태 14,13-21

“밝고 기쁘게 살자! - 하느님 섭리에 의탁하자!”

살아가면서 우리는 이런 저런 걱정들로 인해 자주 근심에 쌓이곤 합니다. 그러다 보니 얼굴엔 평화와 기쁨이 찾아들 겨를이 없습니다. 한때는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진지하게 살아야 한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 여기에 너무 집착하다 보니 제 모습이 너무 경직되고 심각하다는 말을 종종 들었습니다. 처음엔 이 말이 마음에 다가오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뼈있게 다가왔습니다. 우거지상이, 심각한 표정이 결코 진지하게, 열심히 사는 표는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게 되었습니다. 특히 인생 40부터는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소리를 듣는 순간 갑자기 두려운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이때부터 가능하면 ‘밝게 살자’, ‘기쁘게 살자’는 것이 구호 아닌 구호가 되어버렸습니다.

밝고 기쁘게 사는 것은 말이 쉽지 사실 실전에서는 그리 쉽지 않습니다. 숨틀 겨를 없이 다가오는 크고 작은 다양한 걱정들 때문입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 말씀을 통해 좀 더 밝고 기쁘게 살 수 있는 비결을 살펴볼까 합니다.

오늘 제1독서는 이렇게 전하고 있습니다. “너희 목마른 자들아, 오너라. 여기에 물이 있다. 너희 먹을 것 없는 자들아, 오너라. 돈 없이 양식을 사서 먹어라. 값없이 술과 젖을 사서 마셔라.”(이사 55,1) 하느님은 이사야 예언자를 통해 당신 백성을 초대하고 계십니다. 힘들여 엉뚱한 것을 찾아 헤매던 그 불의한 백성을 당신께 돌아오도록 부르십니다. 이 구절은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한결같은 사랑을 잘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배고픔과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쉼터와도 같습니다. 그분 안에 참된 양식이 있고 또 그 양식은 거저 마련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단지 그분의 초대에 응하기만 하면 됩니다.

하느님의 초대에 응하는 것, 이것은 하느님만을 찾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그분께 참된 양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참된 양식을 찾지 않고 양식도 못되는 것들을 찾았습니다. 그들은 하느님을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야훼께서 “어찌하여 돈을 써가며 양식도 못되는 것을 얻으려 하느냐?”(이사 55,2)고 그들을 책망하십니다. 우리 역시 양식도 못되는 것을 애써 찾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인간은 항상 무언가를 찾습니다. 이는 무언가 부족한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영적인 것이든 육적인 것이든 우리에게는 부족한 것을 채우려는 갈망이 있습니다. 이 갈망이 충족되지 않을 때 슬픔이 찾아옵니다. 온갖 근심과 걱정이 우리를 괴롭힙니다.

오늘 복음의 제자들 역시 이와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저녁때가 되자 그들은 걱정하기 시작합니다. ‘이 많은 군중을 어떻게 먹일 것인가?’ 그들은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돌려보내 스스로 양식을 구하게 하자고 예수께 제안합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명령하십니다. “그들이 물러갈 필요는 없습니다. 여러분이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시오.”(마태 14,16) 분명 제자들은 이 말에 어리둥절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 이상의 사람들이 배불리 먹게 되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제자들의 걱정은 현실적으론 너무나 당연합니다. 아마 우리라도 그러했을 것입니다.

이 기적 이야기는 우리에게 몇 가지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기적은 사람들의 궁핍한 상황에 동참하고 함께 나누는 행위의 결과라는 것입니다. 또한 온갖 인간적 걱정은 뒤로 하고 하느님 섭리에 모든 것을 맡기는 자세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음성 꽃동네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한 수사님의 안내를 받다가 그곳에서 사는 가족이 모두 5천 명가량이나 된다는 말을 듣고 놀랐습니다. 그중 4천명이 오갈 데 없이 버려진 사람들이고 나머지 1천명은 수도자들과 봉사자들과 직원들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역이나 거리를 돌며 노숙자, 부랑인, 혼자 외롭게 죽어가는 사람들을 데려 온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곳에 수용할 수 인원이 얼마나 됩니까?” 혹시 “수용 인원이나 자격 제한 같은 것은 없습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아무 런 제한이 없습니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을 데려 올 때 지금까지 그런 걱정을 해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6인실에 최대 20여명 이상이 함께 살았던 때도 있었지만, 사람이 불어나면 거기에 맞게 하느님께서 필요한 것을 다 마련해 주셨다고 합니다. 이 말을 듣고 ‘이것이 바로 기적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하는 많은 걱정들을 잘 살펴보면 불필요한 것들이 많습니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또 무엇을 입을까 하는 지극히 본능적인 것들에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또 불확실한 미래와 건강에 대한 걱정 역시 늘 우리를 괴롭힙니다. 이 모든 인간적, 세속적 걱정들은 우리를 늘 슬픔과 근심에 싸이게 하고 우리에게서 기쁨과 평화를 앗아갑니다. 이런 걱정들은 대부분 하느님 섭리에 대한 신뢰의 부족에 기인합니다. 그것들은 우리 마음과 정신을 흩뜨려 본질적인 것에 집중하지 못하게 합니다. 정작 우리가 마음 써야 할 걱정거리가 있습니다. 오직 하느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려는 걱정입니다. 이것과 관련된 걱정에는 오히려 내적 기쁨과 평화가 있습니다.

하느님을 찾는 영적 여정에 들어선 우리는 모두 이 길을 기쁘게 걸어갈 권리가 있습니다. 기쁨 없이 살아가기에는 인생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도여정에 막 들어선 사람들에게서 가끔 진취적 열정보다는 소극적 안일을, 기쁨보다는 근심을 보게 될 때, 참으로 마음이 아픕니다. 초반엔 좌우 뒤를 돌아볼 겨를이 없어야 합니다. 저돌적으로 돌진하는 열정과 기상이 필요합니다. 만일 나에게 기쁨이 없다면 무엇 때문에 그런지, 또 내가 찾고 있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 진지하게 자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하느님 이외의 것들에서 기쁨을 찾으려 한다면,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참된 기쁨은 하느님에게서 옵니다. 하느님을 찾고자 하는 열정과 노력에서 주어집니다.

하느님 섭리에 모든 것을 의탁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마련해 주신다는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확신이 있을 때 모든 부차적인 근심 걱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입니다. 하느님 섭리에 따르는 삶은 우리가 그분의 사랑을 깨닫고 초대에 기꺼이 응할 때, 즉 다른 무엇에 앞에 하느님만을 찾을 때 가능합니다. 이런 삶 안에서만이 우리는 더 밝고 더 기쁘게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우리 얼굴에서 찌들고 경직된 모습이 아니라 기쁨과 평화를 보게 될 것입니다. 자비하신 하느님, 저희가 당신 안에서 참된 평화와 기쁨을 찾게 하소서. 아멘.
추천하신 회원님 : 0 명

♡한마디의 아름다운 댓글이  님과 우리 모두의 마음을 풍요롭게 합니다♡ 조회 : 2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