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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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연중 17주일(가해) 강론- 밭에 숨겨진 보물: 박 블라시오 신부 07-10-14 22:09:0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760   
강론- 연중 제17주일(가해) 2005. 7. 24. 본원

“찬미 예수님” 제가 왜 이렇게 인사말을 하는지 아십니까?
두 달 전에 강론할 때는 오랜만에 강론하니까, 떨려서 그렇게 했는데, 강론 마치고, 여러 사람들이 / 강론이 부드러워졌다고 하면서 또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강론이 질긴 고기도 아닌데,,, 그래도 부드러워졌다고 하니까, 오늘도 “찬미 예수님”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수도원 주일미사는 아침 9시였습니다. 신자 분들이 수도원 주일 미사에 참석하려고,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야 겨우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신자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서 재작년에 우리 수도원에서 회의를 해서, 미사 시간을 10시 30분으로 조정하였습니다. 시간이 변경되면서, 오늘처럼 많은 분들이 수월하게 저희와 함께 미사를 봉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우리 수사님들은 9시 미사 마치고 등산이나 산보를 하는 재미를 희생하고 있습니다!


수도원 미사에 신자들이 많이 참석하니까 고민스러운 점도 있습니다. 강론을 준비할 때 초점을 어디에다 맞추어야 하나 늘 고민이 됩니다. 주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에 신자든 수도자든 구분이 없겠지만, 오늘 같은 복음은 평신도들이랑 수도자들이 느끼는 것이 다소 다르리라 생각됩니다.

오늘은 수도생활에 대해서 좀 많이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 신자 여러분께서는 그래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올 1월에 수도원에 들어온 형제들과 함께 살면서, 이 형제들에게 필요한 성서 말씀은 어떤 것일까 하고 종종 생각해 봅니다. 가장 우선적인 말씀은 “나를 따르라”고 부르시는 주님의 말씀을 듣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리고,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를 따르라”고 요구하시는 주님께 응답하는 마음, 이것이 수도생활의 시작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수도생활을 해 나가면서 우리는 불안해지기도 하고, 불명확한 상황 속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 때 “두려워하지 마시오”라고 하시는 그 분의 말씀에 힘과 위로를 얻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수도자로써 우리에게 일생 어떤 일이 벌어질지 우리는 아무 것도 알 수 없습니다. 하느님이 나를 어떻게 이끄실지 우리는 아무것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부르심에 “예!”라고 대답했기 때문에, 나머지 것들은 ‘두려워하지 말라’는 주님의 말씀을 신뢰하면서 우리의 삶을 지탱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한 가지 말씀을 더 꼽으라고 한다면, 바로 오늘 복음말씀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언젠가 우리 청원 형제들과 함께 묵상하고 싶었던 말씀인데, 오늘 강론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어떤 사람이 밭을 갈다가 그곳에 묻혀 있는 보물을 발견하였습니다. 그 사람은 밭의 주인이 아니었습니다. 그 땅을 소작하는 사람이거나 고용된 일꾼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발견한 보물을 다시 그곳에 묻고는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냥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크게 기뻐하며 돌아와서는, 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삽니다.


동네 사람들은 갑자기 싱글벙글하는 그 사람을 이상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기 재산을 다 팔아치우는 그 사람의 행동을 보면서,,, 혹시 날이 더워서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닌가 손가락질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보물이 자신이 가진 모든 재산보다 몇 배, 몇 십배, 혹은 몇 백배의 값어치가 있기에 남들이 보기에 영 엉뚱하게 보이는 일을 하면서도 얼굴은 싱글벙글 했을 것입니다.


만일 이 사람이 보물을 발견하자마자, 이것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면,, 동네 사람들은 이 보물이 어디서 났는지 추궁할 것이고, 제대로 대답을 못하면 도둑으로 몰릴 수도 있습니다. 만일 밭에서 발견했다고 하면 땅 주인이 와서 그 보물은 본래 자기 것이라고 하면서 빼앗아 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시치미를 뚝 떼고, 합법적으로 밭을 사서 자신의 것으로 만든 다음 그 보물을 차지하였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 사람 참 정직하지 못하다. 자기 것도 아닌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으니...” 하지만 오늘 복음 말씀은 이 사람의 행위가 도덕적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는 조금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하늘나라’를 발견한 사람은 이와 같이 좀 오줄없는 짓을 한다는 것을 아주 적절한 비유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수도생활 체험학교에 참석하고 계시는 형제 여러분, 이 곳 수도원에서 여러분의 ‘보물’을 발견하였습니까?

* 함께 미사를 봉헌하는 ‘봉헌회원’여러분, 종신봉헌을 하기까지 수도원을 방문하면서, 수도원에서‘보물’을 발견하였습니까?

* 갓 입회한 청원 형제들, 수도원에서 그렇게 기대하던 ‘보물’을 발견하였습니까?

* 수도형제 여러분 이 공동체 안에서/ 깊숙이 숨겨져 있는 ‘보물’을 발견하였습니까?


우리는 인생을 걸만한 보물을 발견하였기에 지금 여기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보물은 밭에 깊숙이 감추어져 있었고, 그래서 아무나 발견할 수 없고, 아무나 가져갈 수 없었습니다. 오직 그것을 발견하는 사람, 그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에게만 보물은 보물로써 자신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우리가 발견한 보물은 어떤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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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여기서 짧게 강론을 마치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뭐가 빠진 것 같았습니다. / 제일 중요한 것이 빠졌더라구요. 뭐냐면 “하느님 나라”입니다.


복음은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고 있었는데, 저는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쳐다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비유는 “하늘나라는 밭에 묻혀 있는 보물에 비길 수 있다”로 시작합니다. 예수께서 선포하신 것도 ‘때가 차서 하느님 나라가 다가왔습니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시오’(마르 1,15)라는 말씀입니다.

하늘나라는 무엇입니까? 신약성서에서 ‘나라’라는 말은 ‘왕권’ ‘왕국’ 또는 ‘통치’를 가리킵니다. 하느님 나라는 하느님께서 왕으로 다스리시고, 그 분의 통치가 이루어지는 나라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과 선포로 이미 하느님 나라는 우리에게 와 있고, 우리는 그러한 하느님 나라 건설을 위해 불리움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리스도왕 대축일 미사 감사송에 보면, 하느님의 나라는 ‘진리와 생명의 나라, 거룩함과 은총의 나라, 정의와 사랑과 평화의 나라’라고 합니다. 하느님 나라는 남을 죽이는 폭력이 아니라 남을 위해 내가 죽는 사랑의 방법을 통해서만 확장되는 나라입니다.

소금이나 설탕이 음식 속에 녹아들어가 음식의 맛을 내듯이, 또 촛불이 자기 자신을 태우며 어두움을 밝히듯이 자신의 희생과 죽음을 통하여 세상을 변화시켜 나갈 때 하느님 나라는 확장됩니다(그 나라가 임하시며 - 배문한 참조).


우리는 성서에서 하느님 나라에 대한 여러 가지 비유들을 발견합니다. 하느님 나라는 ‘작은 겨자씨’와 같아서, 비록 작은 씨앗이지만 이것을 땅에 뿌리면 큰 나무가 되어 하늘의 새들이 찾아옵니다./

하느님 나라는 ‘누룩’과 같아서 그것을 밀가루 반죽 속에 넣으면 온통 반죽을 부풀게 합니다. 또한 하느님 나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같아서 그것을 발견하고는 다시 숨겨두고 돌아가서 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삽니다.


'하느님 나라’라는 말이 아주 거창하게 들리지만, 실제 일어나는 일들은 ‘작은 겨자씨’가 자라나듯, ‘적은 누룩’이 온 반죽을 부풀게 하는 방식으로 조용히 확장되어 갑니다. 우리가 행하는 아무리 작은 희생이나 봉사, 아무리 보잘 것 없는 기도라도 무의미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리의 선의를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것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작더라도 하느님 안에서 행하는 일들은 겨자씨처럼, 누룩처럼 자라고 부풀어 올라, 이 세상을 변화시킵니다. 우리는 하느님 나라를 위한 이러한 방식을 신뢰해야 합니다.


때로는 우리를 실망시키고, 좌절시키는 일들이 우리를 아주 힘들게 내리누를지라도, 우리 안에서 시작된 하느님 나라가 자라는 것을 막지는 못합니다. 우리는 작은 것들 안에서 하느님 나라가 확장되어 가는 것을 발견해야만 합니다. 이 하느님 나라가 우리의 보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니 ‘밭에 묻힌 보물’의 이 비유는 하느님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라나선 수도자들만을 위한 말씀이 아니라, 믿음을 가진 모든 분들을 위한 말씀임을 알 수 있습니다.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여러분은 ‘하느님의 나라’, 이 보물을 발견하였습니까?

하느님의 나라가 나를 통해, 우리 공동체를 통해 완성되어 가는 것을 믿습니까? 그럼, 지금 이곳에 하느님 나라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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