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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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성체와 성혈 대축일(가해) 강론: 허 로무알도 신부 07-10-14 22:05:0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672   
성체와 성혈 대축일(03. 6. 22)

제1독서: 신명 8,2-3.14-16
제2독서: 1고린 10,16-17
복 음: 요한 6,51-58

찬미예수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수도원에서 강론 서두에 이런 인사말을 하면 아직도 왠지 어색함을 느낍니다. 본당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런 인사말이겠지만, 저희 집에서는 생뚱맞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루 24시간을 한 집에서 함께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저도 이런 인사말을 생전 사용하지 않다가 최근에 와서 몇 번 사용해 보았습니다. 저희 집을 방문해주신 여러분들을 생각해서입니다. 몇 번 하다 보니 그리 나쁜 것 같지 않아 다시 정식으로 인사드립니다. 찬미예수님!

오늘은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 대축일입니다. 이 축일을 맞아 오늘은 먹는 얘기를 좀 할까 합니다.


1. ‘먹어야 산다.’

늘 그래왔지만 특히 요즘은 먹는 것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큰 것 같습니다. 신문이나 TV 등 대중매체들을 보면 무엇을 먹으면 어디에 좋다느니 하며 앞 다투어 광고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몸에 좋다는 온갖 영양식과 영양제가 범람하고 있습니다. 저는 가끔 이런 광고를 보면서 혼자 이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아무리 좋은 것을 챙겨 먹어도 아플 때가 되면 다 아프고 죽을 때가 되면 다 죽던데.’ 그러면서 ‘인명은 재천’이라는 확신을 더욱 굳게 다지곤 합니다.


우리는 늘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걱정합니다. ‘먹어야 산다.’ ‘금강산도 식후경’, ‘먹다 죽은 귀신은 화색도 좋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 인간에게 있어 먹는 것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그것은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조건임은 분명합니다.


2. 무엇을 먹어야 하는가?

하지만 무엇을 먹느냐가 중요합니다. 음식을 잘 못 먹으면 몸을 상하게 되고 생명을 해치게 됩니다. 또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외모도 인격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려 먹어야 합니다. 몸에 필요하고 유익한 음식이 있는가 하면 몸에 유해한 음식도 있기 때문입니다. 좋다고, 또 입에 당긴다고 다 받아먹다간 병이 나고 비만에 걸립니다. 먼저 자기 몸에 맞는지, 몸에 필요한지 봐야합니다.

예전에는 이런 광고를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통통한 아기가 등장하고 그 옆에는 항상 무슨 분유가 등장했던 광고입니다. 즉 이것을 먹으면 이렇게 우량한 아기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모유의 탁월성이 강조되면서 이런 광고도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언젠가 누가 우스갯소리로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송아지가 엄마소의 젖을 먹으면, 이것은 모유인가 우유인가?’ 참 애매한 질문입니다.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몸에 유익한 것을 잘 가려 먹을 필요가 있습니다. 영성생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우리 존재도 달라집니다. 먹는 것에는 육신의 건강을 위한 것도 있지만 동시에 영혼의 건강을 위한 것도 있습니다. 이를 두고 우리는 육적 양식과 영적 양식이라고 말합니다. 이 두 양식 모두 필요합니다. 하지만 육적 양식은 이 세상에 한정된 것입니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일 뿐입니다. 반면 영적 양식은 우리를 영원으로 건너가게 해줍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에서 만나를 먹었지만, 그것은 완전한, 최상의 양식은 아니었습니다. 그것을 먹은 이들 모두 결국 사라져 갔습니다. 영적 양식은 그렇지 않습니다. 영적 양식을 먹는 이는 영원한 생명에 참여하게 됩니다. 우리가 즐겨 찾고 먹어야 할 양식은 바로 이 영적 양식입니다.


3. ‘나는 살아 있는 빵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영원히 살 것이다.”(요한 6,51) 예수께서는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 양식으로 내어주셨습니다. 그럼으로써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보증해 주셨습니다. 그분의 살은 참된 양식이며 그분의 피는 참된 음료입니다. 그리스도의 몸과 피,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늘 섭취해야 하는 참된 양식입니다. 생명을 주는 영적 양식입니다. 이 양식에 맛들이지 않고 또 그 가치를 모른다면 이것은 우리에게 별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모든 것은 우리가 어떤 가치를 지향하고 또 그 가치를 어느 정도 인식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성서에 ‘돼지에게 진주를 던져주지 마라’(마태 7,6 참조)는 말이 있습니다. 돼지에게는 진주가 아무런 가치를 지니지 못합니다. 돼지의 관심사는 오로지 먹는데 있을 뿐입니다. 우리에게 거저 주어진 영적 양식의 고귀한 가치를 모른다면 우리 역시 별반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우리의 관심사는 무엇이고 또 우리는 어떤 가치를 지향하고 있습니까?

육신의 건강에 비해 영혼의 건강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노력은 많이 부족한 듯합니다. 우리는 육신의 건강을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면서도 진정 영혼의 건강을 위해서는 인색하기 그지없습니다. 사막 교부들 안에서 우리는 성체만으로 연명한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됩니다. 어떤 교부는 천사나 사제가 가져다 준 성체만으로 지탱하였고 또 다른 이는 석 달 동안 성체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고 합니다. 물론 육적 양식도 필요하지만, 문제는 거기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집착에 있습니다. 육적인 인간은 육적인 것을 추구할 것이고 영적인 인간은 영적인 것을 찾을 것입니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찾고 있습니까?

우리가 만일 잡다한 것들에 계속 맛을 들이고 그것들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한, 참된 양식을 얻지도 또 그 가치도 모를 것입니다. 그저 육체를 키우는 양식, 육체의 쾌락과 만족만을 추구하게 될 것입니다. 가치 중심을 어디에 두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한 개인이나 공동체 역시 지향하는 가치에 따라 형성되어 갑니다. 양적인 가치, 세속적인 가치를 지향하는 개인과 공동체는 외적인 팽창과 발전만을 지향하고 거기에 안주하게 됩니다. 반면 질적인 가치, 영적인 가치를 지향하는 개인과 공동체는 자기 내부에 주의를 기울이고 내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해 나가게 될 것입니다. 지향하는 가치, 중심 가치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또 문제의식을 느끼는 정도도 다르다고 봅니다. 어쨌든 그리스도가 우리의 모든 것이 되어야 합니다. 그분만이 우리 존재와 삶의 중심 가치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그리스도는 우리의 참된 양식입니다. 그분은 우리에게 약속하셨습니다. “내 살과 피를 먹고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서 살고 나도 그 안에서 살 것이며,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될 것이다.”(요한 6,54-55) 우리는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영함으로서 그분과의 일치를 이루고 또 영원한 생명에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 이 복된 양식을 통하여 영적인 자양분과 힘을 얻고 또 그리스도의 가치로 갈아입어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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