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귀천(歸天)하셨습니다. 소련 우주인의 얘기가 생각납니다. “우주선을 타고 최초로 하늘에 올라가보니 하느님이 어디에도 없더라.” 그러나 우리가 말하는 하늘은 이 우주인이 생각하는 하늘과 다른 하늘입니다. 오늘 승천대축일을 맞이하여 우리에게 하늘이 무엇이고 땅이 무엇이며, 또 하늘과 땅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묵상할 수 있습니다.

감사송에서 우리는 이렇게 노래합니다. “저희 으뜸이시며 선구자로 앞서 가심은 비천한 인간의 신분을 떠나시려 함이 아니라, 당신 지체인 저희도 희망을 안고 뒤따르게 하심이옵니다.” 여기서 “지체”라는 말이 나옵니다. 또 미사 시작예식에서 바친 본기도에서는 머리라는 단어와 지체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머리이신 그리스도의 영광이 비치는 하늘나라에 지체인 저희의 희망을 두게 하소서.” 여기 있는 우리 모두는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지체들입니다. 우리의 머리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머리이신 그리스도께서 하늘에 가셨다는 것은 이 머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지체인 우리도 머리이신 그분을 따라 귀천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이미 하늘의 시민들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들입니다. 우리의 궁극적인 희망, 우리의 마지막 바람은 바로 하늘나라 시민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본향은 바로 하늘입니다. 이 땅이 아닙니다. 하늘을 상실하고 사는 사람은 꿈이 없는 사람이고 사막에서 목말라 죽어가는 사람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하늘만 쳐다보며 공중에 붕 뜬 채로 살아야 한다는 말입니까? 아닙니다. 제1독서인 사도행전에서 천사들이 예수님께서 올라가신 하늘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제자들에게 “왜 하늘을 쳐다보고 있소?”하고 질타하듯이, 우리는 결코 하늘만 쳐다보면 안됩니다. 우리의 머리이신 그리스도께서는 하늘에 계시지만 그분의 지체인 우리는 아직 이 땅에서 살고 있습니다. 승천하시기 전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을 통해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삼위일체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주님의 계명을 지키도록 가르치라”고 사명을 내려주셨습니다. 이 말씀은 다름 아닌 이 땅에서부터 주님의 증인이 되라는 명령입니다. 사도행전에서 “여러분을 떠나 하늘로 올라가신 저 예수께서는 여러분이 본 승천 모습 그대로 다시 오실 것이오”라는 천사의 말에서 볼 수 있듯이, 예수님께서는 영적으로 우리와 항상 함께 계시기 위해 하늘에서 우리에게로 오고 계십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 끝에서 예수님께서는 “보시오, 나는 세상 끝 날까지 항상 그대들과 함께 있습니다”하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의 머리이신 예수님께서 우리와 항상 함께 계시기 때문에, 주님의 이 현존에 힘입어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땅에, 이 사회에, 이 공동체에, 이 집에 더 깊이 뿌리내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나무는 뿌리를 땅에 깊이 내릴 때, 바위나 돌이 있으면 그것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인내를 하며 뚫고 들어갑니다.

수도생활의 과정도 나무가 뿌리 내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수도원에 들어올 때 꿈을 가지고 들어왔습니다. 이것을 초심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초심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이 초심은 이 땅에서 정화되어야 합니다. 현실과 직면해서 걸림돌을 만나기 때문입니다. 살면 살수록 자기 자신의 이상과 공동체의 현실이, 또 자기 자신에 대한 환상과 자기 자신에 대한 현실이 서로 충돌합니다. 이 사이에서 갈등과 고통이 생기고 내적인 외적인 위기가 옵니다. 여기서 인내가 필요합니다. 이 인내는 끊임없는 기도와 성실한 노동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이것이 바로 참다운 뿌리내림의 시작입니다. 참아 견디면서 기도에 깊이 뿌리 내리는 사람은 노동에 깊이 뿌리 내리는 사람입니다. 기도를 하는 사람은 일도 참답게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 반대로 성실히 노동하는 사람은 끊임없이 기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처럼 기도와 노동에 뿌리를 내리는 사람은 이제 참다운 열매를 맺기 위해 싹이 자라는 것을 봅니다. 참다운 꿈이 싹틉니다. 참다운 희망이 싹틉니다. 머리이신 주님과 하나 된다는 참다운 믿음이 싹틉니다. 그리고 내 옆에 있는 형제자매들이 모두 그리스도 몸의 지체라는 깨끗한 사랑의 마음이 싹틉니다. 이 꿈은 현실에서는 결코 실현될 수 없지만, 죽음을 통해 주님 앞에 가면 온전히 완전히 실현됩니다. 그분께서는 우리의 꿈은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사부 베네딕도는 규칙서 머리말 끝에서 “주님의 가르침을 결코 떠나지 말고 죽을 때까지 수도원에서 그분의 교훈을 항구히 지킴으로써 그리스도의 수난에 인내로이 한 몫 끼어, 주님 나라의 동거인이 되도록 하자”고 말합니다. 주님 나라의 동거인이 되는 길이 바로 이 땅에서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지금부터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먼 훗날 죽은 다음에 이루어질 무엇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사는 현실입니다. 예수님이 현존하는 곳이 바로 하늘입니다. 우리 가운데 주님이 계시면 곧 거기가 하늘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힘들 때 갈등을 겪을 때 위기가 올 때 우리의 머리이신 그리스도를 생각합시다. 그분은 우리처럼 고난과 죽음을 거쳐 하늘의 주님으로 계십니다. 당연히 지체인 우리들도 이 땅에서 우리가 사는 자리에서 그분처럼 고난과 심지어 죽음까지 거쳐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만 그리스도께서는 부족하고 나약한 우리를 고아처럼 내버려 두지 않으시고 당신의 성령을 내려주십니다. 바로 다음 주 성령강림 대축일에 성령께서 우리에게 내려오십니다. 우리는 성령께 믿음과 희망과 사랑 안에서 하느님의 계획을 알게 해 달라고 기도합시다. 또한 우리는 성인들의 전구도 필요합니다. 특히 5월 성모님의 달을 맞이하여 우리 모두의 천상 어머니이신 마리아께 묵주기도를 더 자주 바치면서 지체인 우리가 머리이신 당신 아드님과 일치될 수 있도록 전구를 청합시다. 그리고 우리 형제자매들의 기도도 부탁합시다. 특히 우리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들의 정성어린 기도를 청합시다.

이렇게 우리 모두의 머리이신 그리스도께 이미 결합된 천상성인들의 기도와 우리 형제 자매 부모님의 기도와 우리의 기도 안에서 우리 모두가 일치된다면, 우리는 선종하신 교황님의 마지막 말씀대로 지금 이 땅에서 이 자리에서 이렇게 용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십시오.” 오늘 이 땅에 하늘이 내려오셨습니다. 아멘. 

도입말

오늘은 주님 승천 대축일입니다. 또 오늘은 어버이날입니다. 지금 이 자리에는 어제부터 수도형제의 부모 초대 피정에 참석하신 우리의 부모 형제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하늘에 오르신 주님께서 이 미사 중에 우리를 축복하시고 우리가 이 땅을 떠나 하늘로 갈 때까지 우리의 삶이 하늘의 기쁨을 누리는 삶이 되도록 기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