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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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사순 3주일(가해) 강론: 박 안셀모 신부 07-10-14 21:58:4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365   
유독 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이제 새 봄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는 즈음입니다. 사순절도 벌써 3주째를 맞았습니다. 만약 지금 우리가 일과 사람에 지쳐 기쁨을 잃은 채 살고 있다면 자신을 새롭게 추슬러 내면의 새 봄, 새로운 부활을 맞을 준비해야할 즈음입니다.

늘 하던 그것에 익숙해져 좀처럼 내면의 무거운 외투를 벗지 못하고 있다면, 오늘 제 1독서에서 광야의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목말라 쓰러져 불평하고 있다면, 그리고 사마리아 여인처럼 눈에 보이는 것들만을 갈망하며 행동으로는 주님을 이방인처럼 대하고 있다면, 오늘 복음 말씀을 통해 예수님께서 주시고자 하는 생명수를 마시십시오. 영적 갈망으로 시작한 이 사순절을 참된 기쁨으로 보낼 수 있도록 당신의 잔을 마시라고 초대하십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우리는 우물가에서 예수님께서 사마리아 여인과 나눈 대화를 통해 예수님께서 누구이신지에 대해 들었습니다. 이 시간은, 짧게나마 무수한 상징으로 가득한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를 함께 묵상하면서 우리가 참으로 예수님을 우리의 구원자로 받아들이는 삶을 살고 있는지 되돌아보고 우리 안에 마르지 않는 샘이신 주님을 만나 뵐 수 있었으면 합니다.


먼저 오늘 복음의 첫 장면은 먼 길을 걸어와 여행으로 지치셔서 샘가에 주저앉아계신 예수님의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때는 정오쯤이었습니다. 무서운 채찍과 군중의 모함 가운데 사형선고를 받으신 정오, 십자가 위에서 온 땅이 어둠에 덮이던 바로 그 고통스런 정오를 상기하게 합니다. 예수께서 잡히신 후 제자들이 모두 예수님 곁을 떠났듯이, 예수님께서는 지금 홀로 우물가에 주저앉아 계십니다. 그리고 십자가 위에서 “목마르다”라고 말씀하셨듯이 예수께서는 물을 기르러 온 사마리아 여인에게 물을 청하십니다.


“나에게 마실 물을 주시오” 마치 이 말씀은, 주님께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우리들에게도 “나에게 마실 물을 주시오”라는 예수님의 청으로 들립니다. 세상의 죄 때문에 목말라하시는 그분께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 몸과 맘의 병을 앓은 사람, 나의 모진 말로 상처 입은 형제의 모습으로 오신 주님께서 우리에게 손을 내밀며 “나에게 마실 물을 주시오”라고 말씀하시는 듯합니다.

당신의 제자요, 당신을 섬기며 살아가도록 부름 받은 우리들 안에 그분께 드릴 물을 준비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유다인이 물을 청하였기 때문에 놀란 그 여인이 “어떻게 사마리아 여자인 저에게 마실 것을 청하십니까?”라고 반문하듯이, 익숙해진 관습과 삶의 습관, 고정관념 때문에 사람들 안에 계신 그분의 요청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두 번째로 함께 묵상하고 싶은 것은 바로 사마리아 여인입니다. 사마리아 여인은 우리 자신의 모습과 참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여인은 영적으로 무엇인가를 갈망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한계에 직면하며 살아가는 우리 인간 내면을 상징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생명에 있어 가장 필수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는 물을 기르러 온 여인은 생명에 대해 갈망하는 원초적인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6명의 남편을 가진 이 여인은 사랑을 갈망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여섯 명의 남편은 우리가 그분을 만나기 전에, 그리고 그분을 만나면서도 계속해서 우리를 유혹하는 재물과 권력, 명예, 성욕, 이기심,


다양한 중독들 등의 우상들에 비길 수 있을 것입니다. 여인은 이 모든 것 안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갈망하는 것을 찾지 못했음을 “저는 남편이 없습니다.”라는 말고 솔직하게 주님께 고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명의 물을 찾던 여인, 자신을 채워줄 참 사랑을 찾던 여인이 충만함을 나타내는 일곱 번째의 남자, 예수님을 만나자 모든 것이 변화하게 되었습니다. 여인은 일곱 번째 남자를 통해 우리 인간이 그토록 갈망하던 새로운 생명과 영원한 사랑을 얻게 된 것입니다. 이 일곱 번째 남자는, 우리를 너무도 사랑하시는 분, 너무도 사랑하기에 십자가 위에서 당신의 가슴을 찔리게 하셨던 분이셨습니다.

육신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구약의 ‘야곱의 샘’에서 물을 길으려던 한 이방 여인의 모습을 통해 요한 복음 사가는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야훼 하느님께 불평해서 얻은, 곧 목마르게 될 그 물을 넘어, 이제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새로운 영적인 물을 주시는 분이 바로 예수님이심을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분의 옆구리에서 흘러나오는 피와 물이 우리를 영원한 생명으로 인도하는 마르지 않은 샘이심을 선포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일상을 살면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다가와서 우리를 사로잡아버리는 여섯 남편들에게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생명의 물이신 예수님께로 다가 가야할 것입니다. “주님 저에게 그 물을 주십시오”라고 간청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십자가를 통해 완성한 주님의 사랑을 배워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일상의 모든 시간들 안에 함께 하시는 주님께 매순간 참된 ‘삶의 예배’를 드릴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사마리아 여인이 자기만 홀로 주님으로 말미암은 참 기쁨을 간직할 수 없었기에 시카르 마을(시카르는 무엇인가 막혀있는 상태를 뜻한다고 합니다), 시카르 마을 사람, 참된 원천과 단절되어 막혀있거나 삶의 무게에 눌려 신음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했듯이 우리 역시 이웃들에게 참 생명의 물을 전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사마리아 여인에게서 처음에 예수님은 우물가에 지쳐 주저앉아 있는 근접할 수 없는 유대인으로만 보였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과의 대화를 통해 여인은 예수님을 유대인에서 주님, 야곱보다 더 위해하신 분, 예언자 그리고 나아가 그리스도요 세상의 구원자로 만나게 됩니다. 예수님과의 대화를 통해 여인은 점진적으로 예수님께서 누구이신지를 알아가게 된 것입니다. 예수님과의 대화는 바로 기도요 예배입니다.

우리가 영과 진리 안에서 드리는 기도와 예배를 통해 참으로 그분을 갈망하고, 일상 안에서 우상들의 유혹들을 그분의 힘으로 이겨낼 때 그분은 남들이 이야기 하는 하느님이 아니라, 바로 나의 하느님이요 나의 구원자가 될 것입니다. 그분이 주시는 생명수를 물을 마시고 기뻐하며 그분 나라의 동거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안에 그분의 샘이 있습니다. 그 샘에서 물이 솟아나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물이 솟아나게 하는 힘은 바로 기도와 명상 그리고 사랑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주님 물과 같이 얽매임 없는 사랑하게 하소서. 욕심과 욕망, 이기심과 나태함에 가득 찬 저희 맘에 당신 생명수를 주시어 당신과 같은 마음으로 사람을 사랑하며 살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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