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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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사순 2주일(가해)-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 류 디도 부제 07-10-14 21:57:4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902   
오늘 강론은 복음에서 나타난 베드로의 모습을 통해 오늘날 우리들의 신앙의 모습을 한번 되돌아볼까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거룩한 변모를 하십니다. 이러한 변모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당신이 누구이신지 계시하시고, 수난과 죽음에 대해서 예고하신 후에 죽음을 향하여 예루살렘으로 가는 도중에 일어난 일입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는 장차 다가올 그분의 영광스러운 부활의 신비를 미리 보여준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일어날 일이지만 지금 제자들에게 보여주심으로써 예수님은 당신의 신적권위를 나타내 보이십니다.

베드로는 이러한 예수님의 모습을 보고 너무 황홀한 나머지 다음과 같은 말을 합니다.

“주님, 저희가 여기서 지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여기에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주님께, 하나는 모세에게, 하나는 엘리야에게 드리겠습니다.”


베드로는 지금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를 만큼 그 엄청난 광경에 도취되어 이런 말을 한 것입니다. 아마 그는 영광스럽고 환희에 찬 그 짧은 순간의 신비를 무한정 연장시키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모든 일을 외면한 채 그냥 여기에 안주(安住)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사실 ‘안주(安住)’하다라는 말은 자리를 잡아 편안하게 사는 것, 현재의 상태에 만족하는 것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순간의 즐거움에 젖어들어 정신과 육체가 그 자리에 머무르는 것입니다. 그 자리에 머물러 변화를 거부하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 모두는 이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회생활 안에서, 인관관계 안에서 오는 갈등과 불이익에서 벗어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흔히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나는 되도록 이면 고통을 피하고 싶다’
‘나는 되도록 이면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살고 싶다’
‘나는 되도록 이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지 신경 끄고 나와 나의 가족만을 생각하고 싶다’


우리들은 이런 생각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고 살아가는 그 순간 우리의 정신은 고정되고 폐쇄되어 마음의 문은 닫혀 지게 됩니다.

이러한 모습은 올바른 신앙인의 모습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올바른 신앙인으로써 어떻게 살아가야 하겠습니까?


오늘 제 1독서에서 나오는 아브람의 삶의 자세는 오늘 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훌륭한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아브람은 지극히 평범하고 안정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부르심에 그는 지체 없이 그분께서 일러준 곳으로 길을 떠납니다. 그는 자신의 안정과 평화로운 삶을 모두 버리고 위험과 더 나아가 죽음이 기다리는 곳으로 떠난 것입니다. 그는 중요한 순간에 자기 뜻이 아닌 하느님의 뜻에 순명한 것입니다.

아브람이 이렇게 모든 것을 포기하고 미지의 곳으로 길을 떠날 수 있었던 것은 하느님께 대한 굳건한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하느님을 향한 믿음은 하루아침에 생겨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그분과의 끊임없는 대화와 자아포기 그리고 그분에 대한 의탁에서 나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모두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은 그리스도인들입니다. 그리스도를 본받아 살아가겠다고 약속한 사람들입니다. 사실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 길은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하고, 서로 용서하고 사랑해야하며 때로는 손해도 감수해야 하는 삶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가시지 않은 길을 우리에게 강요하시지는 않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수난과 죽음이 있었기에 영광스러운 부활이 가능했고, 또한 그 영광스러운 부활에 대한 아버지를 향한 믿음이 있었기에 수난과 죽음을 아버지의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고통도 이러합니다. 때로는 힘겨운 무게가 우리들을 짓누르지만, 그러한 고통 뒤에 우리에게 주시기 위한 영광의 부활이 늘 숨겨져 있습니다. 하느님의 뜻과 의지는 우리들의 생각과는 다릅니다. 하느님의 뜻과 의지는 우리에게 십자가를 요구합니다. 만일 우리들이 하느님의 뜻을 이루기 위한 희생과 자기 비움의 십자가를 외면하고 영적인 기쁨만을 찾는다면 그것은 성숙한 신앙인의 자세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예수님께서 “누구든지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라고 하는 말씀은 우리들에게 큰 의미를 부여합니다. 우리들은 그 십자가가 무엇인지 이제 신앙의 눈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입니다. 내게 거추장스럽고 버리고 싶은 십자가가 아니라 영광스러운 부활을 준비하는 십자가로서 당당히 지고 갈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은혜로운 사순시기를 맞아 우리들의 묵은 정신과 안주하고 싶은 유혹을 털어내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신 그 길을 다 함께 걸어가도록 합시다. 그 분은 우리를 하느님의 뜻에 맞게 잘 인도해 주실 것입니다. 때로 우리들이 “주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라고 말한 베드로처럼 안주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더라도 예수님은 하느님의 뜻을 향해 떠날 수 있도록 우리에게 용기와 힘을 주시며 다음과 같이 말씀하실 것입니다.

“일어나시오, 겁내지 마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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