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주님이 준비한 초대에 기쁨으로 응해야 한다. <마태 22, 1-10> 10월 15일

누구나 여기서 천년만년 살고 싶어도 70이 넘으면서 주님의 초대장을 받고 영원히 준비된 나라에 가야만 합니다. 어느 날 서울 교구에서 사목하던 동창들 몇 명이나 살아있나 살펴보니 한 사람도 없음을 알고 ‘모두 초대받고 하느님 앞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고 살고 있구나’ 생각하면서 나의 시간도 멀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연도 자기 생명을 뽐내며 푸름을 자랑하지만, 이제 옷을 갈아입고 몸에 과일을 내려놓고 잎마저 마지막 장식을 하고 떠날 준비를 합니다.

어제 그렇게 활발하게 정치활동과 관세청장으로 공직 생활하시던 나의 친구 “장영철” 왜관이 고향이며 1970년도에 만나 서로 주고받은 진실과 사랑은 아무도 모르지만, 수백 번 만나고 이야기하고 함께 하며 온 가정에 세례성사까지 주었지만, 이제 하늘나라에 거처를 옮겨 영적 만남을 하게 되었습니다. 서울까지 찾아갈 형편이 안 돼서 오늘 수도원 미사 때 세상에서 송별식을 했습니다. 그러나 영적으로는 떠남이 없고 어디서나 만나서 이야기하며 하느님의 현존과 같이 제가 있는 곳에 현존을 느끼며 살려고 합니다.

오늘 복음은 아무리 세상일에 관심 가지고 자기 할 일을 하려 해도 주님의 부르심에 순종하는 마음으로, 겸손하고 온유한 마음으로 응답해야 한다고 알려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준비하신 잔칫상은 영원한 생명이 있는 세상입니다. 우리의 모든 삶은 자연이 가을을 준비하듯 마지막 날을 준비하는 것과 같이 언제나 부르시면 모든 것 내려놓고 “예, 저 여기 있습니다.” 하고 응답할 준비를 하며 살아야 합니다. 남겨놓은 일은 살아있는 사람의 몫입니다. 정의롭고 진실하게 서로 사랑하며 살아야 합니다. 어느 날 주님의 부르는 소리 듣거든 “네”하고 응답해야 합니다. 세상은 영원히 살 곳도 아니고, 내가 다 할 일도 아닙니다.

땅을 일구고 씨앗을 심는 것 한번이 아니라, 계절을 따라 행하는 일처럼 하다가 시간이 되면 다음 사람에게 땅을 넘겨주어야 하고 하던 일도 다음 사람에게 넘겨주어야 합니다.

몇 대를 이어서 하는 기업을 보면서 그 윗대 사람, 지금 사람을 보면서 지금 하는 일은 나만이 하는 일이 아니라, 다른 이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서 애착을 버리고 순리대로 일하고 마음으로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 나이 90인데 나도 아직 일을 주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다가, ‘아니다. 내 일은 지나갔고 지금 하는 일만으로도 넉넉하게 일하며 사는 것이다.’ 생각하며 겸손한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참믿음은 오늘 사는 것을 행복하게 생각하고 주님의 부르시는 시간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며 살도록 기도합니다. 또한, 죽음은 하느님이 주신 가장 큰 선물임을 깨우치도록 살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