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를 용서하려면 마음이 침착하고 초연해야 한다. <마태 18, 21-35> 9월 17일

원수를 용서하기는 한 번도 힘이 들어 못 하는데 일흔일곱 번 용서하라는 말씀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러면 용서는 불가능할까요? 마음이 준비된 사람만이 가능합니다. 침착한 마음, 일어난 현실을 초연하게 대처하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겸손과 온유함이 없는 사람은 발끈하는 자신을 다스리지 못합니다. 오른쪽 뺨을 치거든 왼쪽 뺨마저 내주는 마음이 있는 사람, 머리를 숙이라고 하면 무릎을 꿇을 수 있는 사람만이 일흔일곱 번 용서할 수 있습니다.

겸손과 온유함만 기르면 가능한 것을 자존심, 자존감만 기르고 “나는 손해 보고 살 수 없다. 나는 잘난 꼴을 보고 살 수 없다.” 하면 복수심이나 상대가 죽거나 불행해지기를 바라는 마음만 갖게 됩니다.

점점 악해지고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이 되어갑니다. 무자비한 세상을 보고 듣게 됩니다. 리비아의 이번 2만 명 이상의 재난은 막을 수 있었는데 무정부 상태에서 있어야 할 것들이 없고 반정부 시위를 막으려고 통행금지 상태여서 피하지 못해서라고 합니다.

용서가 없는 세상은 하느님이 없는 세상입니다. 하느님은 그 큰 죄를 용서하시려고 십자가의 죽음까지 받으셨는데 그런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은 복수심을 키우며 살고 있습니다.

자세를 낮추고 마음을 부드럽게 갖고 사는 사람은 원수가 없습니다. 아니, 원수가 생기지 않도록 살아야 합니다. 오 리를 가자고 하면 십 리를 가줄 수 있는 마음이 있는 사람은 원수가 없으며 마음은 언제나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기쁨 속에 살게 됩니다. 이런 사람은 하느님 나라를 사는 사람입니다.

주님의 원수를 용서하라는 말씀을 따라 살면 하느님 나라에 살게 됩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느님 나라가 그들의 이것이 된다.” 가난한 마음은 겸손과 온유입니다.

이런 은총은 기도하는 사람에게 주어집니다. 즉, 하느님을 찾고 만나서 하느님과 함께 사는 사람만이 행복한 사람으로 살게 됩니다. 복수에 복수는 좌절과 죽음뿐입니다.

오늘 만 달란트를 사면받은 사람이 눈곱만큼도 안 되는 백 데나리온을 용서하지 않아서 교도소에 갇히게 된다는 비유는 우리 모두에게 적용되는 말씀입니다. 미사 때마다 자비 송을 통해 죄인을 용서해 주시는 하느님을 기도 중에 의식한다면 우리는 죽기까지 용서하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오늘 적어도 나의 그 큰 죄를 용서받기 위해 너의 작은 것을 용서할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상대방의 잘못을 배려하고 화합의 정신으로 용서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