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따르는데 조건도 장애도 없다. <루카 9, 57-62> 9월 28일

선을 행하거나 좋은 일을 하는 데 가로막는 장애가 있거나 조건이 맞지 않으면 추진할 수가 없습니다. 잘 계획하고 준비했다 해도 장애나 조건을 극복하지 못하면 일이 이루어지지 못합니다. 미리 이런 장애, 저런 조건을 알아보고 해결해야 하지만, 주님을 따르는 데는 조건도 장애도 없어야 합니다. 무조건 무장애입니다.

수도자가 하느님을 믿고 따르려고 시작하면서 “나는 이런 조건이 아니면 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이런 장애 때문에 수행할 수 없습니다.” 한다면 시작하지 않은 것만도 못합니다.

수도원을 나가면서 “나는 이런 조건 속에서 살 수 없고 이런 장애가 있어 할 수 없다.” 한다면 따르려는 주님이 누구신지 모르는 사람입니다. 주님을 찾아 만난 사람이 주님이 누구신지 알고 있으면서 조건이나 장애를 극복하지 못하는 사람을 주님은 “쟁기를 손을 대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느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 하십니다. 쟁기를 잡은 사람은 앞만 보고 땅을 갈아야 비옥한 땅을 만들 수 있습니다.

주님을 찾아 만나서 믿음을 고백하고 눈물을 흘리며 감사, 감동하고 조건이 맞지 않는다고 믿음을 저버리고 사는 사람은 자기를 낳아 기르고 성장시킨 부모님을 지금은 “내 삶의 장애이며 조건이 맞지 않는다.” 하며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같습니다. 그런 사람을 불효자라 합니다. 믿는 사람이 주님을 믿지 않고 따르지 않으면 불신자가 됩니다.

로마서 8, 35. 37에 주님을 따르는 데 어떤 장애도 방해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환난, 역경, 박해, 굶주림, 헐벗음, 위험, 칼도 장애가 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아홉 번 좋은 일이 있었어도 한번 나쁜 일이 있으면 원수가 되고 사람을 잃어버립니다.

나는 장상이 되려고 수도자로 살지 않고, 사랑받으려고 살지 않고, 내 마음에 드는 곳에서 일하려고 살지 않았습니다. 주님을 따라 사는 것이 삶의 목적이고 전부입니다. 스무 번 이상 자리를 옮겨도 불순종한 적 없이 따라 살았습니다.

“왜 사는가?” 묻지 말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물으라고 했습니다. “왜”는 철학적 의미가 있어 삶의 목표를 정하고 무엇이 되려고 하지만, “어떻게” 하는 것은 어떤 조건도 장애도 극복하면서 사는 것입니다.

요사이 사제들이 세상을 깊게 체험하려고 노숙자 생활도 해보고, 길거리 청소부도 하면서 체험담을 말하는 것을 보며 ‘이제 사람이 되어가는구나.’ 생각해보았습니다.

어떤 처지에 있든지 어떤 장애가 있든지 눈앞에 전개되는 세상은 나의 세상입니다. 현실을 피하지 말고 현실에 적응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무엇이 되고 무엇을 하고가 문제 아니라, 낮은 자세로 살아가야 합니다. 60세에 은퇴한 은행장이 거리에서 겨울에 풀빵 장사한다는 말을 듣고 “잘한다.” 말해주었으며 은퇴하면 뭘 할지 고민하는 사람에게 있는 것 가지고 먹고 놀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 환경에 적응하여 일을 찾아서 하는 것입니다. 봉사하든지, 뭐든 자기가 가진 능력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주님을 조건 없이 장애도 없이 따름은 세상 끝나는 날까지 조건 없이 장애 없이 사랑하면서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