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구원을 위해 아들을 희생시키는 아버지 하느님 <루카 9, 43-45> 9월 24일

나라가 적에게 침범당하면 젊은이들이 수없이 전쟁터에서 희생됩니다. 전쟁터로 보내는 부모 친척들의 아픈 마음은 헤아릴 수 없습니다. 어제 방영된 소련의 민방위에 소집된 40대 아버지가 아이들과 이별하는 장면을 보면서 시대적 악순환이 인류를 또 다른 불행으로 끌고 가는 현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전쟁을 멈추게 하소서” 기도해보았습니다.

그러나 인류 역사 안에서 전쟁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6·25 전쟁 때 여기저기서 죽음을 보았습니다. 총에 맞아 죽어가는 사람을 옆에서 보고만 있어야 하는 딱한 사정까지 보았습니다. 수백만의 민간인이 죽고 유엔군도 남의 나라 전쟁에 미군만 해도 4만 명 이상 한국전쟁에서 사망했습니다.

악을 물리치려면 희생 없이 몰아내지 못합니다. 전쟁하는 두 나라는 양쪽에 많은 희생을 낳게 합니다.

영적 싸움, 세상의 유혹을 물리치고 영적 승리를 위해 주님은 “자기 자신마저 버리지 않으면 나를 따를 수 없다.”라고 하십니다. 사제나 목자들은 싸움터의 군인과 같아서 언제나 희생을 요구합니다. 아니, 희생하는 부분이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도 인류의 영적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십자가에 돌아가셨으므로 우리의 희생은 당연합니다.

예전에는 영혼의 원수는 “삼 구”라고 했습니다. 세상 마귀 육신이라 하여 삼 구와 싸워서 이겨야 한다고 가르치셨습니다. 전쟁에 이겨야 할 대상은 세상도 아니요, 마귀도 아니라, 오로지 자기 자신입니다. 자기 생각에서 벗어나고 자신을 이기지 못하면 모든 것은 패배로 돌아갑니다.

사람들은 사랑은 좋은 것, 필요한 것으로 알면서 사랑은 희생을 요구함을 모르고 사랑하면 좋고 아름답고 행복한 줄로만 알고 있습니다. 사랑은 “죽느냐 사느냐”하는 전쟁입니다. 내가 살고 너를 죽이는 것은 사랑이 아닙니다. 내가 죽고 너를 살리는 것이 사랑입니다. 사랑하는 부부가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갔다가 배가 풍랑에 침몰하게 되었을 때 구명조끼가 하나밖에 없으면 누가 구명조끼를 입고 살아야 합니까? 내가 살겠다고 서로 싸우면 사랑은 없으며, 서로 양보하고 당신이 하라고 내주면 사랑이 살아 있습니다. 참사랑은 내가 죽고 너를 살리는 것입니다.

서로 사랑하라는 새 계명을 실천하면서 믿음의 삶을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