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내놓으며 신앙을 지킨 사람들 <루카 9, 23-26> 9월 20일

목숨을 내놓고 나라를 지킨 사람은 순국자라 하고 교회를 지킨 사람은 순교자라고 합니다. 나라가 나라답게 보존된 것은 나라가 위험에 처할 때 목숨을 내주며 나라를 지킨 사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을 현충원에 안장하고 참배하며 애국심을 키웁니다. 그리스도교를 지키려고 목숨 바쳐 진실과 사랑을 실천하신 분들을 기리는 순교 성월 중 오늘, 순교자들을 기리며 각자의 신앙을 점검할 기회가 되어야 합니다.

또한, 우리 대한민국은 공산당으로부터 교회를 지키려고 순교한 순교자들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 수도원 성당 입구에 공산당으로부터 생명을 잃은 38위 순교자가 교황청의 인증을 받아 복자 성인품에 오르기 위해 기도하며 기다리는 사진이 걸려있습니다.

저는 묘한 인연으로 왜관 수도원에 70년 가까이 살고 있지만, 하느님의 특별한 섭리라 믿고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1948년 원산에서 본당 신부인 탁 파비안 신부님을 찾아가서 “우리는 남쪽 대한민국으로 가서 종교의 자유를 누리고자 합니다.” 신부님 말씀 “잘 생각했습니다. 우리도 떠나고 싶지만, 여기 한 사람의 신자가 있어도 양을 지키려고 남아있어야 합니다.” 다시 왜관 수도원에서 만나 그분의 보좌 신부로 평화동 성당에서 첫 번째 사목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6·25 때 인천에서 인민군을 만나서 몇 개월 함께 살 때 높은 건물에서 미군 비행기 감시하는 일로 불려가서 신분 확인할 때 종교 적는 칸에 “저는 천주교 신자입니다.” 하고 기재했습니다.

로마 가톨릭교회는 300년의 박해와 이조 왕국 시대는 100년이란 긴 시간 순교의 피가 거름 되어 신앙의 씨가 이 땅에 심어져 잘 자라다가 지금은 정지 상대에 있습니다.

아니, 뒤로 가고 있습니다. 제가 신품 받을 때만 해도 사제 수 300명 안팎이고 신자 수는 100만이 넘지 못했으나 지금은 신자 수 500만이 훨씬 넘고 사제도 5,000명이 넘는데 교회를 지키는 참 신자는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주일 미사 참례하는 사람이 80만도 안 된다는 소리에 ‘그 자랑스러운 순교자들의 후손이 맞는가?’ 의심됩니다.

온 땅에 순교 성지가 있고 다녀가고 찾아가지만, ‘정신은 없고 몸만 왔다가 갔다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순교 정신은 주님의 피로 만들어진 교회, 주님의 십자가 죽음으로 형성된 교회로 이어집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하신 것같이 순교 정신으로 살기를 기도합니다.

10월 로사리오 달, 각자 보는 관점에서 교회를 위해 54일, 9일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기도의 은총은 무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