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에서 악으로 가는 사람도 용서하시는 자비 <루카 16, 1-13> 9월 18일

아홉 번 잘하다가 한번 잘못하면 원수가 되든지 버리거나 떠나게 됩니다. 주님은 아홉 번 잘못하다가 한번 잘하면 잘못한 것을 용서하시는 분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부정한 재산 관리인의 부정을 보시고 벌주려고 하시다가 또 더 큰 부정을 하는 관리인을 용서하시는 이야기는 보통 사람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어제저녁부터 묵상을 계속하면서 ‘이 이야기의 본질은 무엇인가?’ 생각을 깊이 하다가 아침에 일어나면서 ‘하느님의 자비는 정의를 뛰어넘는 것이다.’ 결론지으면서 하느님의 자비에 감사와 찬미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주님처럼 정의롭지도 못하고 쉽게 악으로 빠져들면서 남의 잘못은 인색하고 자기 잘못에는 너그럽습니다.

소위 “내로남불”입니다. 간음하다 드러난 사람은 돌로 쳐 죽이는 관례가 있어 주님 앞에 그런 여인을 잡아 “어찌할까요?” 했을 때 “죄 없는 사람 먼저 돌로 쳐라.” 하셨을 때 모두 물러가고 난 후 “나도 너를 용서한다.” 하시며 자비를 보여주셨습니다. 우리를 뛰쳐나가 제멋대로 돌아다니던 잃은 양을 찾아서 어깨에 메고 돌아오는 착한 목자의 비유는 하느님의 자비가 하늘을 찌르고 험한 세상을 평화롭게 하는 것을 보여주십니다.

악이 악으로 흘러간다고 벌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작은 일이나 큰일이나 검찰이나 경찰에 고발하면 해결되는 줄 알지만, 더 큰 사건으로 남게 됩니다. 잘못을 드러내어 벌주는 것만이 아니라, 긍정적 사고로 잘못된 것을 보충하고 도우면서 정의를 세울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이가 길을 가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는데 돌부리를 캐내어 없애려고 하다가 집채만 한 바위를 어찌할 줄 몰라 흙으로 덮어버리니 돌부리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서로의 약점을 들추어 내려 하기보다 덮어주는 마음이 더 행복한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한 공동체 안에서 각자의 잘못을 들추어내어 정의로운 공동체를 만들려고 찾기 시작하면 공동체는 뒤집어지고 서로를 의심하며 불평불만이 일어나 너와 내 안에 쓰레기만 차고 넘칩니다. 서로 양보하고 덮어주고 용서하는 마음은 더 좋은 공동체를 만들어 나갑니다. 자비가 넘치는 공동체를 만들어 나갑시다. 부부 사이도 잘못한 것만 지적하고 살면 서로 떠나야 합니다.

세상의 악을 들추어내어 바로 만들려고 하면 한없는 시간이 필요하고 결국은 더 나쁜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무자비한 사람들이 가장 정의롭다고 스스로 말하며 이말 저말 하면서 공동체가 시끄러우면 문제가 더 큰 문제를 만들어 내어 감당할 수 없는 경지에 이릅니다.

미사 때 자비송을 기도하듯이 자비로운 마음을 갖고 용서하는 마음으로 서로 자비를 베풀며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