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자의 삶과 죽음 <성가 229번 죽음에서 생명에로> 1월 17일

오늘은 88세 되는 김 베네딕도 수사님의 장례 날입니다. 특별한 삶을 사시다가 하느님 앞에 나가신 분으로 저와 나이는 같지만, 생년 월이 늦어 동생뻘 됩니다. 저와는 종신서원 때부터 인연이 있어 수사님이 잘 못사는 것 같으면 형제들이 지금껏 저에게 탓을 돌리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종신서원 허락이 장로회에서는 부결되어 퇴원하게 되었는데 저는 언제나 사람을 살리는 정신으로 몇 분의 신부들에게 종신서원 하도록 총회에서 부추겨서 겨우 과반수로 서원을 허락받았습니다. 제법 잘 살았는데 본래 예술인으로 즉, 한국무용의 선생으로 있다가 수도원에 입회했습니다. 예술적 성품과 깔끔한 성격으로 형제들과 자주 갈등을 느껴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여 스트레스 때문에 몸과 정신이 허약했습니다. 근 30년 동안 병실에서 거의 독수공방하시며 사시던 수도자였습니다. 오랜 시간 참고 견디어 함께 산 독수자 같은 수도자 생활을 했습니다. 제가 80 되어 원장직을 수행할 때 공동 미사와 기도 참석하시라고 권고하다가 말을 듣지 않아 매일 봉성체를 권하니 주님을 받아 모시겠다고 하여 근 10년 가까이 병실에서 봉성체 하다가 죽음을 이기지 못하여 1월 13일 심장 세척하려는 중 심장이 멈추어 조용히 세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우리 수도원은 14일부터 첫 서원, 15일 종신 서원, 16일 다섯 분의 서원 은경축이 있어서 오일장을 지내게 되어 또한 코로나로 인해 상문 객도 받지 못하고 수도원 임종실에서 수도자들의 기도 속에 혼자 있다가 오늘 오후 2시에 장례 미사를 하고 수도원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살아있는 저에게는 세상에서 많은 말이 있어 떠나시는 베네딕도 수사님에게 할 말이 많았습니다. 봉성체하면서 성체를 영해 주고, 강복 안수 주고, 그날 복음을 요약해서 전해주었습니다. 오늘 복음 같으면 “신랑인 주님이 우리와 함께 있으니 두려워 말고 평화와 기쁨으로 하루를 지내세요. 행복하세요.” 했을 것입니다. 식성이 까다로워 아무거나 먹지 않고 자기가 선택한 것만 먹고 방은 언제나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습니다.

오늘은 이런 말도 하고 싶어집니다. 수사님, 고생 많이 하셨어요. 이제 주님께서 준비한 영원한 나라에서 작은아들의 비유 속에 잔칫상 받고 아버지의 품 안에 안겼듯이 하느님 품에 계시리라 믿습니다. 아직 세상에 살아 주님의 뜻을 실천하며 수사님 행복하시지요. 믿고 있는 대로 좋기도 좋지요. 아니면 아니라고 평소처럼 “아니요” 하세요. 그러나 저는 믿고 바라고 사랑하는 하느님 아버지를 알고 전하고 있는 한 아니, 저의 강한 체험으로 증언하고 있듯이 행복하리라 믿습니다. 아니, 인사가 늦었네요. 편한 길 행복하게 잘 가세요. 세상에서 짜증 나는 일 다 잊고, 부족하게 느껴진 일 다 잊어버리고 주님을 통해 알고, 믿고, 따르던 길 따라 영원히 편하게 잘 가세요. 오늘은 당신, 내일은 우리, 주님 뜻 따라 만나서 지난날 이야기합시다.

수도자의 죽음은 행복입니다. 수사님은 어떻게 보면 저보다도 더 잘 참고 견뎠습니다. 휴가 한번 안 가고, 휴양도 안 하고, 수도원 골방에서 주님 찾아 만나고, 찾아오는 사람 별로 없고, 병이 심해도 친척도 거절하시고, 수도원 안에서 사신 것 높이 인정합니다. 그곳 행복이 충만하게 만나는 날까지 저도 주님의 뜻을 따라 잘 살다가 가도록 기도 전달해주세요. 가시는 길 꽃길 되시고 천사들의 옹위 속에 그 잘 추시던 춤을 추시며 주님 앞에 나가도록 기도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