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나라는 어디에 있는가? <루카 18, 18-21> 10월 26일

사람은 생명이 있는 한 어떤 시대와 현실 안에 살고 있습니다. 사는 곳이 어떤 곳이고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형성되는가를 알아야 합니다. 하느님 나라는 자유, 평화, 기쁨이 있는 나라입니다. 그런 나라가 어디에 있을까요? 천국은 죽어서 가는 곳으로 알고 하느님 나라는 죽은 다음 사람이 영원히 살 곳이라 알고 있지만, 복음의 말씀은 하느님 나라는 여기 지금 사는 곳에 현존한다고 하십니다. 주의 기도를 하면서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하고 기도합니다. 겨자씨와 누룩의 비유는 바로 여기에서 하느님 나라의 형성 과정과 성격을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어디에 어떻게 있으며 거기에 살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셨습니다.

내가 있는 곳에 하느님 나라가 있어야 합니다. 성당, 예배당, 수도원, 기도의 집이라고 생각하면 반대하는 말도 있습니다. “수도원이 천국인 줄 알고 찾아갔더니 아니고 성당을 찾아갔더니 거기도 아니더라. 착하고 선한 선생님 집을 찾아갔더니 아니더라.” 하는 말을 하게 됩니다. 하느님 나라는 내가 사는 곳이 자유, 평화, 기쁨이 있는 곳인데 그것이 없으면 하느님 나라가 아닙니다.

그 나라를 얻으려면 겨자씨 같은 믿음과 누룩같이 자기를 완전히 녹여서 자기는 없고 밀가루 반죽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믿음의 시작은 거대한 진리를 깨닫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동기가 믿음으로 이끕니다. 저의 집안이 큰집, 작은집, 저의 집을 믿음으로 이끌게 된 동기는 큰집의 여동생이 홍역을 앓고 죽음에 이르렀는데, 풍문에 대세를 받으면 산다는 말을 듣고 대세를 받은 것에서 시작했습니다. 결국 그 병으로 죽었지만, 교회에 접촉하는 기회가 되고 큰어머니와 우리 어머니가 성당에 나가면서 온 집안이 신자가 되었습니다. 그 후 큰아버지, 우리 아버지의 박해도 받았지만 큰 나무 되어 하느님 나라에 살았습니다.

믿음을 보존하고 그 나라에 살려면 크고 작은 희생이 따릅니다. 방해도 받고 죄와 악이 각 사람에게 스며들어 믿음을 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자기를 내놓은 사람의 믿음으로 큰 성장과 변화를 보게 됩니다. 희생 없이 믿음을 보존할 수 없으며 하느님 나라에 살 수 없습니다.

이 나라는 하나의 공동체 안에 자리 잡고 있어야 합니다. 가정 안에 하느님 나라가 있어야 하고 각 공동체 안에 있어야 합니다. 너와 나, 우리 사이에는 갈등과 분열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 깊이 생각할 것은 “너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이다.”라고 “내 탓이다.”라고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네가 잘해야”가 아니라 내가 잘해야 합니다. 미사 때 하느님 나라에 살기 위한 시작은 자기 탓부터, 하느님께 고백하고 용서를 청하고 자기 정화가 이루어진 다음 주님을 만나고 기도하며 일치의 길을 가고 하느님의 생명에 참례합니다. <영성체> 이같이 십자가상 제사로 우리가 하느님 나라에 초대받은 것이 되어 그 나라에 삽니다.

겨자씨 같은 믿음과 누룩 같은 희생정신으로 모두 하느님 나라에 살기를 기도합니다. 십자가의 희생으로 구원되었음을 감사하며 살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