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을 귀 있는 사람 알아들어라. <마르코 7, 31-37> 9월 5일

생각이 없으면 말을 하지 못합니다. 강론을 준비하면서 보고, 듣고, 느끼며 깨달은 것을 말하게 됩니다. 들은 바 없고, 본 바도 없으면 벙어리가 됩니다. 하느님이 저를 통해 시간과 공간 안에서 보여주시고, 경험하게 하시고, 성령으로 느끼게 하시고, 생각 속에 말을 하도록 하시어 진실과 사랑을 주님의 뜻에 따라 글을 쓰고 말도 합니다. 오늘 귀머거리를 듣고 말하게 하신 기적은 그냥 보고 듣고 말하게 하시는 것이 아니라 “들을 귀”란 말씀처럼 바로 보고 바로 들어야 바로 알아듣는다고 하십니다. 같은 것을 보고 같은 말을 들어도 “아” 다르고 “어” 다른 것같이 다르게 보고 다르게 듣습니다.

그래서 보는 눈과 듣는 귀가 필요합니다.

이 민족이 그렇게도 바라는 평화통일은 해방 전, 시작부터 잘못된 길이 존재했습니다. 해방 운동을 강력하게 한 좌파와 편한 자세로 한 우파가 해방된 한 민족을 갈라놓아서 가정까지 두 쪽으로 갈라놓았습니다. 저는 여기서 사상적 이론을 펴서 어느 쪽이 민족에 유익하다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다만, 제가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말하고자 합니다. 13살 때 이북 원산에서 1947년 겨울 38선을 넘어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종교 자체도 사회 분위기도 아니라고 느낀 점은 하루는 김일성이 원산을 방문했을 때 어른들의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저 사람 김일성이라고 나타난 사람 김일성이 아니다.”라고 하는 소리를 듣고 집에 와서 들은 바를 아버지에게 말하니 아버지는 남쪽으로 몇 차례 왕래하시면서 남쪽 사정을 알아보고 알고 계셨습니다. “이쪽에서 살 수 없다.” 하시고, 준비해서 월남하게 되었습니다. 넘어오니 외삼촌이 아버지와 다투시며 “그 살기 좋은 고향을 버리고 왜 왔느냐?” 이야기하며 싸우다가 50년도 6.25가 일어나 인민군이 오고 인천 상륙작전으로 북쪽이 밀리니 외삼촌과 작은이모는<신랑 버리고> 북쪽으로 월북하다가 이모님은 중간에서 폭격을 맞아 돌아가시고, 외삼촌 부인은 팔이 잘리고, 고향을 버리고 떠나 다시 1·4 후퇴 때 장군이 되어 고향에 왔지만, 우리 가족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저는 부산으로 피난 가고, 부모님과 동생은 아산으로 피난 가서 못 만났지만, 나중에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이렇게 이쪽저쪽 말을 따로 들어 자기 식대로 알아들어 자기 식대로 말하고 행동하면서 민족의 비극을 경험하고, 북쪽에서 쫓겨난 덕원 수도원이 이곳 왜관에 와서 1954년 찾아 입회하고 수도 사제로 살고 있습니다. 이것이 하느님의 말씀을 알아들은 은총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이지만 자유민주주의를 따르며 살면서 보고 들은 바를 말하고 행동합니다. 저는 소련이나 중국같이 공산화되는 것 원하지 않아 기도하며 살아갑니다. 모든 말은 어느 쪽에서 보고 듣느냐에 따라 생각과 말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나는 어느 편도 아닙니다. 나는 하느님의 종이며 하느님의 일꾼으로 선택되어 하느님의 사람으로 죽기까지 살아야 함을 느끼며 하느님의 뜻을 알아듣고 이루어지도록 말하고 일하고 있습니다.

나라를 위해 기도하며 하느님의 뜻이 여기 이 땅에 이루어지도록 바로 알아듣기를 기도합니다.